OTT 드라마, 폭력씬이 이렇게 많았어?

한국에서 제작된 OTT 드라마, 전부 폭력 장면이 포함되어 있어

박주연 | 기사입력 2024/11/05 [17:38]

OTT 드라마, 폭력씬이 이렇게 많았어?

한국에서 제작된 OTT 드라마, 전부 폭력 장면이 포함되어 있어

박주연 | 입력 : 2024/11/05 [17:38]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드라마 시리즈 〈마스크걸〉은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주인공 김모미가 겪는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을 담고 있다. 드라마는 김모미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고 성형수술로 얼굴이 변한 후의 일까지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김모미가 겪는 언어폭력, 성폭력, 신체폭력 등도 담고 있다. 어떤 폭력 장면은 꽤 ‘쎄게’ 느껴진다. 사실 〈마스크걸〉 뿐만이 아니라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플랫폼에서 제작되는 많은 드라마에서 이러한 폭력 묘사를 담고 있다. 방송에서 다룰 수 없는, 그러니까 방송 심의에 걸리는 요소에 있어 제약이 없는 OTT 플랫폼의 폭력 재현은 쉽게 체감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 최근 OTT 플랫폼에서 제작한 한국 드라마 시리즈들 〈살인자ㅇ난감〉, 〈무빙〉, 〈기생수: 더 그레이〉, 〈피라미드게임〉, 〈마스크걸〉, 〈경성크리처〉, 〈DP2〉, 〈더 에이트 쇼〉


한국여성민우회는 OTT 플랫폼에서 제작한 드라마 시리즈에서 ‘폭력이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했다. 시민 모니터링단 18명과 함께, 2023년부터 2024년 5월까지 발표된 ‘OTT 오리지널 K-드라마’ 전수(43편)에 담긴 폭력 장면을 분석했다. 한편으로 모니터링단은 미디어에 과소 재현되는 집단 중 하나인 ‘중고령 캐릭터’에도 주목했다. OTT 오리지널 K-드라마 전수(43편) 중 50세 이상 캐릭터가 조금 비중 있게 나오는 21편을 모니터링했다.

 

10월 24일 저녁, 이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로 〈납작하고 단선적인: 시민들과 함께 본 OTT 오리지널 K드라마 속 폭력 장면, 중고령 캐릭터 모니터링 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정사강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이 모니터링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부교수, 이소현 상명대 초빙교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 그리고 시민모니터링단 참여자 산진 씨가 토론으로 함께 했다.

 

▲ 2024년 10월 24일 저녁,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언제라도여행’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주최로 〈납작하고 단선적인: 시민들과 함께 본 OTT 오리지널 K드라마 속 폭력 장면, 중고령 캐릭터 모니터링 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일다


OTT 오리지널 K드라마 43편에 폭력씬 2천여장면

 

모니터링 결과 “총 43편의 드라마에 폭력 장면은 2천여장면”이었고, “폭력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은 없었다.” 왜 이렇게 폭력 장면이 많은 걸까?

 

정사강 연구위원은 OTT 플랫폼의 43편 드라마 관람 등급 중 ‘청소년 관람불가’가 44.2%나 된다는 점부터 짚었다. 그리고 2023년 6월 이후 ‘OTT 자체 등급 분류 제도’가 시행됐는데, “이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OTT 전반에 걸쳐 선정성과 폭력성이 높은 콘텐츠가 다수 존재하는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르로 봤을 땐 “스릴러 19.3%, 범죄 15.9%로, 전체의 3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폭력 장면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장르가 많이 제작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폭력의 유형은 “폭행 등 신체적 훼손 31.1%, 언어폭력 16.4%, 기타 11.8%, 10.4% 살인 등의 항목 순”이었다. 정사강 연구위원은 “폭력 유형 중 상대적으로 디지털(성)폭력 0.9%, 성폭력 0.8%, 데이트폭력 0.8%의 비중이 낮게 나왔다”고 했다. 이는 “실제 강력 범죄와 폭력 범죄(2023년 기준) 중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가 약 8.3%라는 점에서, 재현의 측면에서 과소 재현”되고 있는 지점이다. 또 “OTT 드라마에서의 피해자 성별과 연령 분포를 살펴보니 남성이 70.8%, 여성이 28.1%”였는데, “현실(2023년 기준)에선 살인, 강도 등의 폭력 범죄 피해자 중 남성이 57%, 여성이 43%라는 점에서, 남성 피해자가 과잉 재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드라마 〈무빙〉 포스터. 7화에서 디지털(성)폭력 재현-촬영한 초능력자 친구의 영상을 동의 없이 온라인에 업로드한 장면-이 나온다. ©Disney+


참고로 모니터링단이 발견한 ‘디지털(성)폭력’ 재현 사례는, “촬영한 초능력자 친구의 영상을 동의 없이 온라인에 업로드한 장면 〈무빙 7화〉, 동성 연인을 동의 없이 촬영 후 촬영물 유포 및 아웃팅 〈운수 오진 날 3화〉, 온라인을 통한 직원들의 개인정보 무단 열람 〈지배종 3, 7화〉, 학교폭력 피해 학생에게 스트립쇼를 강요하며 불법 촬영하는 학생들 〈피라미드게임 7화〉 등 31개 장면”이었다.

 

어떤 폭력 재현은 ‘괜찮지 않는가’

 

너무 많은 폭력 장면이 재현되고 있는 문제, 하지만 이런 폭력 장면에 익숙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폭력을 재현한 것 자체가 다 문제인 건 아니다.

 

정사강 연구위원은 “모니터링단의 49.1%가 드라마에서 재현된 폭력 장면에 대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한 부분”과, “67.7%가 폭력 장면이 심각하지 않다고 답한 부분”을 언급하며 “폭력 장면의 자극적인 재현에 비해, 사소화 등의 요인으로 인해 폭력성 자체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또는 이미 폭력 장면에 대한 역치가 높아져서 어느 정도의 폭력적인 장면은 일상화가 되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모니터링단 산진 씨는 “정말 잔인하게 연출된 게 아니면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 답변했던 것 같다”며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미디어의 폭력성에 길들여 진 건지 모른다는 점이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신진 씨는 “어떤 폭력은 그저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폭력의 재현이 폭력에 대한 긍정성이나 선망 같은 걸 재생산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콘텐츠 제작자들이 ‘폭력은 어쩔 수 없는 거고, 남성의 본능이고, 폭력은 폭력으로 막아야 한다는 등의 전제에서 벗어나, 왜 폭력이 일어나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좀 더 깊이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한국여성민우회는 OTT 플랫폼 기업들이 선보이고 있는 오리지널 K-드라마를 18명의 시민모니터링단과 함께 모니터링 하는 ‘OTT 모니터링: 코끼리와 내비게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 6월 8일 열린 모니터링단 오리엔테이션 모습. (출처-한국여성민우회)


김수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부교수는 폭력의 재현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여성이 가해자로 나오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아침 드라마에 여성 CEO가 나오는데, 권력을 휘두르고 김치로 싸대기로 때리고 이런 폭력을 저지르는 거다. 이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인가? 물론 부정적 요소가 많긴 하지만, 여성 CEO, 여성 회장님 같은 캐릭터가 권력을 행사하는 거에 (전복적인)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어떤 폭력의 재현에서 여성이 주로 피해자로 그려지다가 역전이 된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하나. 또 우리가 여성 서사가 많아져야 한다고 하는데, 여성 서사가 많아지면 여성 악역, 여성 가해자 캐릭터도 생길 거고 폭력을 쓰는 비율도 늘어날텐데 그럼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김수아 부교수는 그렇기에 “어떤 폭력은 재현되면 안 되는지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유형의 폭력이 문제인지 이야기해야 하고, 폭력이 재현되는 장면에서 ‘구조적 폭력의 문제를 제대로 묘사하고 있는지’, 그 장면에 어떤 고민이 들어가 있는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폭력을 재현하지 마라’가 아니라, 잔인하고 자극적인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폭력을 보여 줄 수 있는 방식을 (제작하는 이들이) 개발하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것. 또한 김 부교수는 제작자들에게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 또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소현 상명대학교 초빙교수 또한 “이미 많은 수용자들, 특히 젊은 관객/시청자의 경우 폭력의 재현에 너무 길들여져 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게임도 있고, 청소년 관람불가 드라마라고 해도 요즘 편집본, 짤들도 다 돌아다녀서 볼 수 있다. 이런 걸 보고 자라면서 민감성이 점점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하며 “이걸 어떻게 못 보게 할 것이냐가 아니라, 지금 콘텐츠 문화에서 폭력이 어떻게 쓰이고 있고, 어떤 식으로 기능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 좀 더 면밀히 이루어 져야 한다”고 짚었다.

 

중고령 여성 캐릭터, 모성으로 귀결…?

 

모니터링단은 폭력 재현뿐만 아니라 중고령 캐릭터가 얼마나 등장하고, 어떤 서사를 갖고 있는지 조사했다. 중고령 캐릭터가 (단역이 아니라 비중 있게) 등장하는 작품 21편을 모니터링 했다.

 

정사강 연구위원은 “OTT 드라마에서 재현되는 중장년/노년 캐릭터의 경우 남성 비율은 68.2%, 여성 비율은 31.8%로, 남성이 여성의 두 배 이상 재현되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주연인 경우엔 남성 비율이 87.5%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직업, 직급을 봤을 땐 “남성의 경우가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직급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고, 여성의 경우는 직급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다수로, 여성의 직업 묘사가 남성의 직업 묘사보다 적게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제작, 방영한 〈무빙〉과, 넷플릭스에서 제작, 방영한 〈마스크걸〉에서의 중장년/노년 캐릭터에 대해선 질적 분석도 진행했다. 정사강 연구위원은 “〈무빙〉의 경우, 전체적으로 남성 캐릭터의 비중이 매우 높은 가운데 주요 인물들 중 여성 캐릭터인 ‘이미현’의 경우 남성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초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서사 전반에 걸쳐 전문적인 능력과 관련된 부분이 거의 묘사되지 않다가, 후반부 아들을 지키기 위한 과정에서 초능력을 비롯한 본인의 능력이 발휘하는 것으로 재현된다”고 지적했다.

 

▲ 드라마 〈마스크걸〉 포스터. 이 드라마는 “여성 중장년/노년 캐릭터에 대한 기존의 재현 양상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보인다”고 분석되었다. ©Netflix


또한 “〈마스크걸〉은 여성 중장년/노년 캐릭터에 대한 기존의 재현 양상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보인다. 본인의 복수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어떤 능력이든(인터넷 사용, 총기 구매 등) 습득하는 노년 여성의 모습을 보여 주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결국 이것이 모성으로 귀결된다”고 분석했다. 정사강 연구위원은 이런 분석을 통해 “비교적 입체적 성격을 지녔던 여성 캐릭터들이 후반부로 가면서 ‘모성’이라는 동일한 기제로 묶이고, 결국 자신을 희생해서 자녀를 지키려는 모성이 부각되는 점은 한계점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의 재현 방식에 대해 더 고민하길

 

민우회 모니터링단이 오랜 시간에 걸쳐 초단위로 드라마의 장면들을 쪼개고 분석한 것은 문제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멋진’ 액션 장면이 폭력을 미화하는 문제적 장면인지, 오락 영화에서 이 정도는 허용되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런 생각 자체가 미디어의 폭력성에 물들었다는 반증인 것인지 등등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기 때문”(모니터링단 후기 중)이다.

 

이번 모니터링으로 한국 드라마에서 폭력 재현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 양적 통계가 드러났고, 반면 중장년/노년 캐릭터는 여전히 과소 재현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모니터링단의 문제 의식과 모니터링 결과를,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들 또한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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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4/11/07 [11:42] 수정 | 삭제
  • 폭력 장면 안 들어간 드라마가 한 개도 없다는 건 좀 충격이네요.
  • 여러모로 2024/11/06 [13:52] 수정 | 삭제
  • 요즘은 멜로에도 스릴러를 담는 게 유행이라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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