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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의 나이듦’을 주제로, 도쿄에서 만난 20대~70대의 청년, 중년, 노년의 퀴어 여성들 모두 어떤 불안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저 미래를 걱정하고 있기만 한 건 아니었다. 각자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었다.
청년부터 노년까지 ‘세대 간 연결’ 중요해
일단, 중요한 활동은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 ‘세대 간 연결’이다. 다양한 세대, 다양한 삶이 가시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세대가 다르고, 활동의 방식도 다르지만, 파프스쿨의 20대 스태프인 야스다 에미 씨는 “다양한 세대가 함께 있으니까 즐겁다”고 말했다. “사와베 히토미 씨(파프스쿨 설립자)는 다른 70대 이상의 분들처럼 가르치는 태도로 접근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 이야기를 들으려는 태도이기에 함께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65세인 오에 치즈카 씨는 ‘프라이드 하우스 도쿄’에서 청소년·청년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계속해오고 있다. 오에 씨는 세대 차이를 느낀다기보다 “그들이 날 할머니처럼 느껴서 편하다고 말한다.”며 웃었다. “부모 세대는 불편한데, 오히려 날 할머니라 생각하니까 더 편한 것 같더라고요.”
오에 씨와 함께 ‘모두에게 결혼의 자유를’ 소송 원고로 참여하고 있는 오가와 요코 씨(62세)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굉장히 똑똑하다. 나 또한 그들로부터 배울 게 아주 많다.”고 했다. “세대 간 차이는 분명히 있죠. 하지만 서로 조금씩 다가가는 노력을 하면 됩니다. 때로는 ‘아, 내가 좀 지나쳤구나’ 하면서 반성하고, 화해하면 되고요. 그렇게 세대 간의 간격을 조금씩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30대~50대 퀴어 여성들이 주요 구성원인 ‘레인보우 커뮤니티 꼴라보’(coLLabo)는 “자유롭게 살아가는 법, 미래를 여는 힌트 ― 다양한 여성들의 진짜 삶 이야기”를 주제로 ‘미래의 인생’(みらいふ)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혼자 혹은 파트너, 가족과 살아가는 퀴어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커밍아웃, 연애부터 파트너십 제도 등록, 출산과 육아 등의 경험을 다양하게 담는다.
친구의 장례를 치른 경험,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모임…
이번에 도쿄에서 만난 퀴어 여성 활동가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와카바야시 나에코 씨(78세)는 혼자여서 외롭지 않냐는 물음에 “친구들이 없었다면 분명히 외로웠을 테지만,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었다”고 답했다. “페미니스트인 친구, 레즈비언인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애초에 나와 맞지 않은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친구들과 친구의 장례식을 치른 경험도 있다. 직계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친구들끼리 장례식, 묘지 등을 모두 결정하고 처리했다. “반년 뒤에 추모 모임도 열었어요. 참여자가 80명 정도였는데 거의 다 여성이었죠. 나에겐 아주 큰 경험이었어요. ‘친구들과 함께 죽음을 책임질 수 있구나’ 알게 됐거든요.”
와카바야시 씨는 나이가 들며 허약해지는 몸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크지 않다고 했다. 그것은 그의 장애 경험과도 연관되어 있었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겪었고, 그렇기 때문에 운동도 못 했어요. ‘나는 남과 다르다’는 걸 늘 인지하며 살았죠.” 와카바야시 씨는 “약한 몸을 일찍 받아들였다.”며 “처음부터 건강하지 않았으니 나이 먹고 몸이 약해지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어머니가 평생 건강한 몸으로 살다가 80세 이상이 되어 몸이 약해져 노인복지 서비스를 받아야 할 때, 자신의 노인이 아니라며 거부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결국 중요한 건, 나이듦을 받아들이는 것이에요.”
한편, 파프스쿨을 만든 사와베 히토미 씨는 70대가 목전이었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친구들과 줌(zoom)을 통해 ‘슈카츠’(終活,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활동)를 했다. 1년 넘게 2주에 한번 모여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 활동이 마무리 되던 시점에 함께 모임을 하던 이 중 두 명이 운명을 달리했다. “그 때 정말 큰 충격이었는데, 아주 뚜렷하게 느낀 건 아무리 많은 걸 이야기해도 결국 사람은 죽는구나 하는 거였어요.”
더 나은 미래를 다음 세대에게
이후 사와베 씨는 코로나에 걸렸다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회복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나서 무덤을 정했어요. 죽고 어디로 갈지 결정되니까,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하는 문제가 남더라고요.” 그래서 사와베 씨는 젊은 세대와 더 연결되고자 한다. 그들과의 시간을 통해 “자신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 부탁하고 싶은 것들을 넘기는 중”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60대에도 여전히 성소수자로서 평등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는 오에 씨와 오가와 씨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역사는 반드시 변한다. 그러니까 그걸 믿고, 미래에 희망을 가지길 바란다는 걸 꼭 전하고 싶다”고.
성소수자의 나이듦 관련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도쿄에서 만난 20대~70대의 퀴어 여성 활동가들은 폭염에도 전혀 지치지 않은 모습으로, 다양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 이야기가 “나도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는 누군가에게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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