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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개] 2023년 생활동반자등록법이 발의된 후, 가족구성권 운동을 해온 사람들은 오히려 이 법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습니다. 작년 9월, 가족구성권연구소와 민달팽이유니온, 사회복지연구소 물결, 성별이분법에저항하는사람들의모임 여행자, 언니네트워크, 장애여성공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공동으로 〈연대와 돌봄의 법〉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사회적 소수자들이 살아가는 복잡하고 중층적인 차별과 억압을 드러내고, 동시에 동질적이지 않는 소수자들이 법 제도를 넘나들면서 이미 해나가고 있는 돌봄과 연대를 발견하고 더 많이 발명하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우리의 고민과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게이 커뮤니티 문화가 뉴스에 등장할 때
게이(gay, 남성 동성애자)들이 방문하는 업소의 단속과 관련한 뉴스가 자주 등장한다. 올해도 한 언론은 경찰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서초구 한 남성 전용 수면방을 ‘무허가 업소’라고 사실과 다르게 규정하고, 거기서 약물 유통 및 투여가 진행되는 것처럼 밝히며 게이 커뮤니티 일원들의 공적 공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성애 중심의 ‘정상성’과 성적 규범 속에서, 이러한 공간들은 불법이거나 성적으로 문란한 공간, 도덕적으로 문제적인 공간으로 규정된다. 과연 그럴까?
2020년 5월, 이태원의 게이 클럽에서 COVID-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곧이어 그 클럽에 방문한 확진자에 대한 과도한 동선 추적과 신상 털기가 자행되었다. 그 시기에 이태원을 방문했던 사람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해당 클럽에 방문한 뒤 감염 여부를 검진하러 온 이들에게, HIV/AIDS 감염 여부를 질문한 것은 코로나19 예방에 어떤 연관도 없는 낙인 찍기였다.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된 후,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게이 ‘찜방’(남성 전용 사우나)에 방문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4월 말부터 종로 낙원동, 익선동 일대에 있었던 게이 커뮤니티 내 단체 번개(만남)까지 추적이 이어졌다. 그리고 게이 커뮤니티의 집단 유흥문화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계속되었다. 자극적인 황색 저널리즘과 성적 보수주의 프레임 속에서, 게이 사우나와 찜방 등에 대해 편협한 보도가 잇따랐다.
해당 기사는 이 공간을 찾은 이들의 방문 목적은 “성욕 해소”일 뿐이고,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인기가 높다는 당시 업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블랙수면방이 게이 커뮤니티 집단들의 문란한 성적 행위의 공적 장소라는 점을 드러내려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게이 찜방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역력히 보였다.
그러나, 확진자가 블랙수면방에 방문했다는 것이 강남구 재난문자를 통해 확인되었지만, 블랙수면방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블랙수면방을 중심으로 한 언론의 보도 행태는 감염병 유행 시기에 ‘게이 집단의 성행위에 대한 단속과 금기’라는 가치판단이 개입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종태원’, 이성애 제도로부터 내몰린 게이들의 게토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는 2020년 5월 22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방역당국은 섹스를 금하라” 칼럼에서, 〈머니투데이〉 르포 기사를 살피며 찜방은 ‘문란(紊亂)은 고사하고 착해 빠졌다’고 평했다. 아마도 그것이 5년 묵은 〈머니투데이〉 기사를 보면서 드는 실망감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르포의 내용을 보더라도 ‘문란’과는 거리가 멀다. 이곳을 찾는 게이 커뮤니티 일원들은 어떤 이성애자들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회적 억압도 없이, 관심 있는 대상과 서로 동의가 확인되면 성관계를 맺는다. 이렇게 상호 간의 합의가 있는 섹슈얼리티의 공간을 ‘커튼만 쳐진 컴컴한 방’ 정도로 묘사하는 것은, 20~30년 전 동성애 혐오가 노골적이었던 시기에 찜방을 취재한 르포 기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수준이었다.
세계 대도시 지역에는 이른바 ‘게이 게토’가 존재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카스트로 거리, 도쿄 신주쿠 2쵸메(니쵸메), 타이베이 시먼딩 시먼홍러우 주변 거리처럼, 서울 종로와 이태원이 그러하다. 산업화가 진전됨에 따라 대도시의 익명성 아래 자신의 성적 지향을 숨기기에 좋고, 동류와 은밀히 만나기에도 좋은 터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 ‘종태원’, 즉 종로와 이태원에 게이 게토가 자리잡았다. 이 지역에는 게이 커뮤니티 일원들이 운영하고, 방문하는 원샷 바, 가라오케, 소주방, 클럽, 휴게텔, 그리고 인권단체 등이 있다. 이성애 제도로부터 내몰려 쫓겨온 곳이 바로 게이 게토다. 이성애자 규범성에서 벗어나 서로 안식과 평안을 나누고 위로하기 위해 모인 곳이 바로 종태원이다. (공교롭게도 이 지역은 성매매 집결지가 존재해왔기 때문에 게이와 트랜스젠더 여성, 유흥업소 종업원, 혹은 양쪽 다인 사람들의 오랜 보금자리였다.)
COVID-19 팬데믹이 게이 커뮤니티에 남긴 것
게이 클럽발 기사가 보도된 이후, 게이 커뮤니티 일원들은 당시 해당 지역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방문자들이 빠르게 검사에 참여하며 방역 당국에 협조하였다. 밀접 접촉했다는 이유만으로 2주 동안 자가격리 조치가 이루어졌다. 5월 2일 방문했던 밀접 접촉자만 요구된 자가격리 조치가, 점차 확진자 추적이 이루어지면서 4월 30일 방문까지 확대되었다.
본인의 의도와 관계 없이, 직장이나 가족 등에게 게이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피해를 감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온갖 비난과 조롱과 실질적인 피해를 겪은 것은 성소수자 집단이었다.
방역당국은 당시 파악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문자 등을 추적하고, 밀접 접촉자로 분류하여 검진을 요구했다. 게이 커뮤니티 일원들은 과거 HIV/AIDS 위기 시기의 경험을 거울 삼아 검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것에 익숙한 ‘착한’ 사람들이었지만, 국가가 이들을 시민으로 호명하는 시기는 결국 질병과 관련하여 ‘정상’ 시민에게 위협이 되는 순간을 막기 위해 예산을 투여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서울서부지법 ‘성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는 음란행위 아니다’
이미 10년 전, 2015년 1월 13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주목할만한 판결이 있었다. 검찰이 이태원동에서 게이 커뮤니티 일원들을 대상으로 목욕장업을 하는 H사우나 업주를 ‘퐁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3조 2항과 3항을 위반하였다고 기소한 건에 대한 판결이다.
판결문을 보면, 서울서부지검은 2014년 3월 H사우나에서 있었던 두 외국인 남성의 성교 행위에 대해 업주가 알면서도 묵인하여 음란행위를 하게 해 풍속영업자의 준수사항을 위반했다며 기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개인 간 합의에 의한 성생활은 사생활 중 가장 내밀한 부분으로서 그 비밀성과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이러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하며, 성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음란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고인이 자신이 운영하는 사우나의 손님들이 성교행위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하였다고 하여, 손님들로 하여금 음란행위를 하게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또한 H사우나 3층 휴게실의 컴퓨터 본체와 TV모니터에 남성간 유사 성행위를 하는 동영상을 저장 및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업주가 같은 법 3조 3항을 위반하였다고 기소했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해당 영상 파일들은 업장의 손님들이 컴퓨터에 저장한 것이며 업주가 삭제하지 않고 둔 것인 뿐이라고 주장한 사실을 받아들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법 위반 여부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H사우나 업주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금도 이 사우나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은 당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나(목욕장)는 학교보건법의 대상도 아닌데, 왜 이렇게 판결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 지역은 이태원에서도 여관·모텔·클럽·술집이 많아 청소년 출입 금지 지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문제를 삼으려면 이 업소들 모두를 불법영업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게이 휴게텔이 불법 업소가 아니라는 것을 법원에서 확인해 줬다는 의미는 있다.”고 당시 법원의 판결을 평가했다.
‘콘돔 비치’는 문란이 아니라, 성 건강과 질병예방에 중요
서울서부지검에서 H업소를 풍속법 위반으로 공소한 내용 중에는 “사우나 3층 휴게실에 8개의 칸막이 방실과 각 방실에 침대와 콘돔을 비치하고 영업하면서”라는 표현이 나온다. 검찰은 콘돔을 배치하는 것이 성교 행위를 조장한다는 전근대적인 편견을 갖고 주장한 것이지만, 사실 이 콘돔은 업주가 구매해 비치한 것이 아니었다. 2003년부터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성소수자 에이즈 예방센터’(iSHAP)를 신설하며 무료로 콘돔을 배포하는 -국가 예산이 투여된-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iSHAP은 매년 전국의 게이 커뮤니티 업소에 콘돔과 젤을 무료 배포하고, 포스터를 전달하고, 검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HIV/AIDS 예방 사업은 게이 찜방에 부여되는 사회적 낙인을 해소하고, 게이 커뮤니티의 성 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감염병 예방정책의 상징으로 배포되는 콘돔이 검찰의 단속 대상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감염인의 건강권과 노동권, 그리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사회가 곧 에이즈를 예방하는 길이라는 것이 국제적인 에이즈 예방의 기준이다. 즉, 국가의 HIV/AIDS 예방 정책이 ‘전파매개행위죄’(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19조 ‘전파매개행위의 금지’)를 폐지하지 않은 채, 콘돔을 배포하는 것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소외 집단의 섹슈얼리티
게이들의 찜방은 기존의 성적질서에 도전하는 소외 집단의 섹슈얼리티와 연결된다. 게이 남성들 간의 성적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장소 자체는 상업적인 공간이지만, 이들 간에 일어나는 상호 작용은 그렇지 않다. 성을 탈상품화시키고 자유롭게 실험하는 ‘공적 섹스의 문화’라고 개념화할 수 있다.
또한 H는 이태원에 위치한 장소 특성상, 외국인 비중이 70% 정도라고 한다. 무슬림, 라티노, 아프리칸 등 다양한 인종이 방문한다. 이제 이곳은 이주민 게이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어려운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들이 크루징(성적 하위문화 용어로, 주로 게이 남성들이 파트너를 찾는 행위를 칭함)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정기적인 만남의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어서, 경남 진해나 부산에서 거주하는 이주민 게이들도 이곳에서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 여행을 온 외국인 게이 커뮤니티에도 H는 잘 알려져 있다.
서울의 여타 게이 찜방처럼, H사우나도 연중 무휴다. 명절에도, 신년과 크리스마스에도 영업한다. 가족과 지내지 않는 성소수자, 명절과 연휴를 홀로 보내는 게이 커뮤니티 일원들에게 게이 찜방은 중요한 커뮤니티 공간인 것이다. H 업소의 사장은 이 공간이 여전히 사람들에게 성적 욕구만을 해소하는 공간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여러 가지 목적으로 관계를 나누는 사교의 장으로 역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벽장에서 숨죽이던 사람들에게 ‘나 자신’이 되는 경험은 소중해 퀴어 커뮤니티의 다양한 장소가 갖는 의미 조명되길
물론, 게이 커뮤니티 내에서도 찜방 문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그곳에서의 만남에는 한계가 있다고 단정짓는 시선도 있다.
또한, 자유로운 섹슈얼리티 실험의 공간이라고 하기에는 게이 찜방 내에서도 여전히 작동하는 위계와 차별이 있다. 체형(뚱뚱한 사람), 연령(나이든 사람), 신체 표현(문신 등) 등에 따라 출입을 금지하는 곳도 있다. 외국인/내국인 여부, 장애 유무 등이 그 기준이 될 수도 있다. 20대거나 근육질 몸이면 입장료 인하 이벤트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아가 성적 관계에서의 충분한 사전합의와 더욱 철저한 동의를 활성화하는 것이 이 문화 안에서 필요하다. 위계가 개입하지 않고, 평등하게 소통하고 협의하는 성적 실천들에 관해, 앞으로 더 많이 깊이 이야기되어야 할 지점이다.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은 대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 침묵하며 ‘이성애자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스스로에 주문을 걸며 살아가게 된다. 더 이상 벽장 속에서 숨죽여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깨닫고, 가시화하기로 결정하는 일은 정말로 소중하다. 이 과정을 돕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퀴어 커뮤니티의 다양한 공간들이다. 이러한 공간의 의미를 게이 커뮤니티 내에서도 평가하고, 공유하며, 사회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참고 문헌] -김대현, 「게이와 페미니즘」, 『문화/과학』 104p, 문화과학사, 2020 -보릿자루, 「한국에서 이반업소 운영하기: “이반업소 운영” 뚜껑을 열고 보면 이런 것들이 있다」, 『보릿자루』 9p, 보릿자루 편집부, 1999-07-01 -조성배, 〈게이 남성의 소비 공간과 몸의 정치학〉, 연세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협동과정 문화학 전공 석사학위논문, 2003 -제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자요. 밤의 시민 여러분.” (친구사이 소식지 [122호] [기획] 〈Seoul For All〉 #16, 2020) https://chingusai.net/xe/newsletter/608889 -터울, “종로3가 게이 게토와 게이 커뮤니티의 위치”, (친구사이 소식지 [99호], 2018) https://chingusai.net/xe/newsletter/556518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 『코로나 19 성소수자 긴급대책본부 활동백서』, 2020
[필자 소개]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가족구성권연구소 정책팀장. ‘친구사이’에서 퀴어들의 다양한 실천과 운동과의 연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소수자들이 제도 밖에서 스스로 기획하고 있는 가족실천과 소수자 운동의 공동체 전략이 연결되기를 바라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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