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 아니라 컨베이어 작업” 떠나는 요양보호사들日 방문요양보호사 국가배상 청구소송 원고 이토 미도리에게 듣다일본의 요양보험 제도는 2000년에 시작되었다.(한국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2008년부터 시행 중이다.) ‘돌봄의 사회화’를 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후 ‘효율화’를 명목으로 방문요양 서비스 시간을 점차 단축했고, 이에 따라 요양보호사의 노동 현장은 가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2025년 4월에는 방문요양보호의 기본 보수가 인하되었다. 방문요양사업자의 도산도 잇따르고 있으며, 사업소 중 60%가 적자다. 유효구인배율(구직자 수 대비 구인 수 비율)은 15배(2013년 3.3배)에 달하는 등 인력부족 문제도 끊이지 않아, 결국 요양보호를 이용할 수 없는 지역도 생겨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2019년, 현역 방문요양보호사 3인이 ‘노동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 노동환경의 책임은 국가에 있다’며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2025년 3월 최고재판소 상고가 기각되었지만, 이번 소송은 큰 의미를 갖는다. 원고 중 한 명인 이토 미도리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방문요양보호사 국가배상 소송이란
[2019년 11월에 등록형 방문요양보호사 3인이 요양보험제도 하에서 이동, 대기, 취소, 서류작성 등의 ‘부대 노동시간’에 임금이 지불되지 않는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였다. 보호사들이 노동기준법을 충족하지 않는 저임금 및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있는 것은 ‘후생노동성이 ①규제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점, ②재정기반을 정비하지 않은 점이 원인’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했다.
-도쿄지방법원 판결(2022년): 미지급 임금 등은 각 사업소가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후생노동성 대신(고용노동부 장관)이 사업소에 직접 규제할 권한이 없어 위법성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청구를 기각. 원고 등은 항소함.
-도쿄고등법원 판결(2024년 2월): 공소가 기각되었지만, 재판부는 원고 등이 주장한 ‘노동실태’를 사실로 인정하고, 그것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저임금과 인력 부족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판단함. 또, 항소심 중에 원고는 요양보호 보수의 근거가 되는 실태를 명확히 밝히도록 요구했지만, 국가는 노동자의 실태를 반영하지 않은 ‘요양보호사업 경영실태조사’만 근거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됨. 원고는 헌법 25조와 27조의 ‘인간답게 일할 권리’, 13조와 14조의 ‘돌보고 돌봄 받을 권리’ 등의 침해를 이유로 최고재판소에 상고했지만, 2025년 3월에 기각.
-원고 측이 제출한 ‘방문요양보호 실태조사’(야마네 스미카 짓센여자대학 교수 협력)에는 683명이 참여했다. 비정규 요양보호사의 구속시간 중 이동, 대기, 기록, 상담, 연수 등의 ‘부대 노동시간’이 전체 구속시간의 40%를 차지했는데, 이를 시급으로 계산하면 최저임금보다도 175.2엔 낮게 일하고 있었다.(2020년 8월 시점) 취소는 70% 이상, 이동은 30%(지급한다 해도 최저액), 대기시간은 78.5%가 미지급되었고, 1개월 공제 후 보수는 5.5만엔~7.8만엔이었다.]
저는 오랫동안 여성과 노동 문제에 관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제가 요양보험사 자격을 따고 일하기 시작했던 2011년에는 생활지원의 경우 1~2시간이 기본, 신체돌봄도 1회 1~2시간이 기본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이동, 대기, 취소 등에 대한 임금책정은 없었지만, 노인분들과의 교류도 즐겁고 보람 있는 일로 인기가 많은 직업이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 제도 개정 때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효율화’를 위해 신체돌봄에 ‘20분 미만’ 구간이 생겼고, 생활지원의 기본시간은 45분으로 줄었습니다. 우리의 노동은 조각조각 났습니다. 왕복 1시간 걸려 찾아가서 30분 돌봄을 하는 날도 생겼습니다. 베테랑 요양보호사일수록 “돌봄이 아니라 컨베이어 작업”이라고 말하며 현장을 떠났습니다.
2018년, 국가는 “생활지원은 주부나 자원봉사자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요양보호사는 신체돌봄을 중심으로 지원하라”고 지침을 내렸습니다. (관련 기사: “주부도 할 수 있다” 요양보호사 광고에 화가 납니다 https://ildaro.com/8737) 빈곤생활자 자립지원 제도도 생기면서 국가는 ‘돌봄인재 확보’를 내걸었는데, 그 실체는 미취업상태의 여성과 청년, 장애인, 중고령자가 단기간 연수를 거쳐 요양보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무렵부터 돌봄 직종이 5K(‘힘들다, 더럽다, 위험하다, 임금이 낮다, 결혼 못 한다’의 발음이 모두 K로 시작하는 데서 온 표현)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신체돌봄도, 생활지원도 그 사람답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가치 있는 일인데 말입니다. 저는 이러한 국가 정책에서 젠더역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느낍니다.
돌봄 인력 부족은 ‘저출생 고령화’ 때문이 아니란 게 밝혀져
소송 중에 국가는 일관되게 보호사의 이동, 대기, 취소료는 “(요양보호법 41조 4항의) 평균적 비용에 포함되어 있다. 사업소를 고소하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소송과는 별도로 저희가 2019년에 후생노동성과 협상할 때, 노동기준감독과(課) 관찰 담당자가 “노동기준법과 요양보호법에 정합성이 없다”고 한 노동실태를 고등법원 재판부가 인정했습니다.
또한, 저희가 국가에 실태조사를 요구하자 후생노동성은 2023년에 되어서야 ‘방문요양보호 사업자에 취업희망자가 적은 이유’를 조사해 공표했습니다. 조사 결과에는 ‘혼자 하는 돌봄에 대한 불안’(85.3%)에 이어 ‘구속시간이 긴 데 비해 효율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없다’(66.7%), ‘이용자 집까지 이동하는 업무부담이 크다’(45.3%)라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드디어 저출생 고령화가 돌봄 인력 부족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진 것입니다.
‘제로시간계약’이나 마찬가지인데 “여성이 원한다”?
국가는 노동기준법을 지키도록 주지시키고 있으므로 ‘사업소가 나쁜 것’이라고 계속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희는 ‘방문요양보호 보수는 공정가격으로서 서비스에만 지급할 수 있다, 노동기본법 기준에 맞춰 지불하면 돌봄사업소가 망한다, 사업소의 책임이 아니다, 애초에 재정기반을 마련하지 않은 국가가 나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고등재판소 판결(2024년)은 2025년 4월부터의 요양보호 보수 인하 공표 전에 나왔기 때문에, 판사는 “국가는 노력하고 있으므로 현저한 불합리는 없다”고 판단했지만, 만약 보수 인하 공표 후였다면 다른 판결이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고용계약은 겉으로는 ‘변형노동시간제’(어느 일정 기간에 법정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입니다. 하지만, 이용자의 몸 상태가 나쁘거나 인지저하 이용자가 (스케줄을) 잊어버리는 등 취소나 예정 변경은 항상 있는 일이므로 가짜 변형노동시간제로, 오히려 성과급제인 ‘제로시간계약’(고용주가 노동자에게 일정한 최소한의 근로시간을 보장하지 않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택배업자나 ‘틈새 시간 알바’ 등을 통해 알려져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제로시간 계약’이 요양보험 설립 당시부터 방치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요양보험은 당시부터 저임금에 자원봉사자 여성의 노동을 전제로 설계되었습니다. ‘여성이 원한다’는 말은 파견법 자유화 때도 정부가 말하던 논리입니다.
이러한 노동의 방식으로 존엄을 빼앗기는 것은 고령자인 이용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에는 몸 상태나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해 보호사와 대화나누고 함께 요리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줄어들어 이젠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없습니다. 인력 부족이 더욱 가속화되어, 방문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요양보호 필요등급이 ‘5’(거의 모든 일상생활에 지원이 필요한 가장 중한 상태)임에도 하루 세 번밖에 갈 수 없어 점심식사로 음료와 과자를 두고 오거나, 침대시트에 배설물이 새지 않도록 8회용 기저귀를 두 겹으로 차게 하기도 합니다. 피부병도 생기고, 살고자 하는 힘이나 기력, 표정도 사라지며, 요양보호 필요 정도도 올라갑니다. 요양보호사로서는 인권침해를 하고 있는 마음마저 들어, 우리는 소송에서 정신적 위자료도 청구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3년 보고서에서 “돌봄에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도록 한다.”고 명시하였고, 정부가 공적 자금 등을 투입해 돌봄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역할을 맡도록 제언했습니다. 지금까지 여성노동은 신자유주의에 얽매여왔지만, 인간이 무엇을 위해 살고 일하는지를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 ‘돌봄을 중심으로 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전환기라고 생각합니다.
저항하는 요양보호사들이 사회를 바꿀 것
이번 소송이 집단소송이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이유 중 한 가지는 요양보호사의 근무시간이 제각각이라 같은 보호소 소속이어도 모이기가 어렵다는 점이 큽니다.
노동조합법 상, 지역에서 돌봄노동자의 과반수가 참여하는 노동조합은 전체를 위한 노동조건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제가 사는 도쿄도 미타카시에서 요양보호사 모임을 열고 싶습니다. 얼마 전 ‘요양보험 관련 정책에 의견 다는 법’ 강좌를 통해 관련 의견이 100건 이상 모여, 미타카시의 과제에 ‘인재확보’를 포함시켰습니다.
도쿄 시나가와구에서는 시민이 몇 번이나 청원을 제출해 의회 심의를 알린 결과, 돌봄 보수의 인하 분을 구에서 보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자체에는 아직 민주주의가 살아 있습니다.
지역에서 요양보호사가 모여 공부하고 힘을 키우고 활동을 펼치며, 저항하는 요양보호사를 늘리고 싶습니다. 돌봄 일의 매력을 젊은 세대에게도 전해, 그들이 우리의 소송 성과를 이어나가 주길 바랍니다.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번역, 편집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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