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우 전시회 ‘비틀비틀 클럽파티’

만화캐릭터를 3차원 세계로 옮긴 상상력

김윤은미 | 기사입력 2003/12/28 [21:40]

이향우 전시회 ‘비틀비틀 클럽파티’

만화캐릭터를 3차원 세계로 옮긴 상상력

김윤은미 | 입력 : 2003/12/28 [21:40]
크리스마스 이브는 어떻게든 약속을 만들어 돈을 쓰고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은 다소 성가신 날이다. 물론 밤이면 술을 마시기 위해 모인 친구들 틈에 끼거나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때우면 된다. 그러나 24일 낮은 한가하고 애매한 시간으로, 딱히 할 일이 없다. 작년 24일 낮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면 아마도 올해처럼 친구와 함께 어딘가를 서성였던 것 같다. 올해는 홍대 근처의 쌤쌤 쌈지회관에서 열린 이향우의 전시회 ‘비틀비틀 클럽파티’에 갔다.

‘비틀비틀 클럽파티’는 이향우의 만화 <우주인>의 재출간을 기념하는 이향우의 단독개인전이다. <우주인>은 몇 년 전 순정만화잡지 <나인>에서 연재된 작품으로, 이향우가 올해 컬러로 다시 작업해서 새롭게 단행본을 출간했다. (이향우의 홈페이지 ‘소행성에서 놀자’ www.uzuin.com에서도 볼 수 있다)

<우주인>은 눈에 확 띄는 선명함은 없었지만, 부드럽고 온화한 선으로 그려진 무표정한 캐릭터들이 은근히 귀여운 만화다. 분홍색 곱슬머리의 우주인은 자칭 우주인이고, 타칭 ‘백수’다. 그녀는 길에서 만난 강아지 눈탱, 눈탱에게 반한 머리 큰 고양이 두둥 요정과 함께 산다. 백수로 사는 것은 나름대로 바쁜지라 늘 잠과 휴식을 원한다. 우주인은 배가 고프면 돼지의 배를 갈라 라면을 사먹고 비가 내리면 락 까페 포장마차에 가서 안주 없이 소주병에 빨대를 꽂아서 술을 마신다. 우주인과 그녀 친구들의 반 박자 느린 듯한 어설픈 일상이 좋다.

만화 <우주인>처럼 전시회도 소박한 상상력을 첨가한 소품과 설치물들을 통해 슬며시 웃음을 자아낸다. 전시회는 우주인과 그녀의 친구들이 자주 가는 클럽인 비틀비틀 클럽에서 송년회를 여는 컨셉이다. 쌤쌤 쌈지회관의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벽에서는 우주인과 우주인을 사모하는 복숭아맨이 처음으로 비틀비틀 클럽에 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옷을 파는 곳 옆에 열린 전시회는 한 칸 방 정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각 만화 장면과 캐릭터들을 붙인 얇은 스티로폼 위에 붙인 설치물들은 만화의 평면성과 설치물의 입체성, 그 경계에 앉아서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맨 안쪽 벽에는 사람 정도의 크기로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캐릭터 설치물들이 있으며, 의자가 있어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이향우가 직접 만든 인형들과 블라이스 등의 수집 인형들,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들 역시 눈길을 끌었다.

만화의 경우 그림과 내용이 결합된 종합매체이므로 전시회용으로 각 만화의 특성을 뽑아내어 한 눈에 들어오는 적절한 설치물로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만화전시회들이 몇 장의 원고를 크게 뽑아서 벽에 붙이는 정도에 그친다. 물론 <우주인>은 캐릭터가 강조되는 만화다. 그래서 극화 풍 만화보다는 전시회를 하기에 용이한 점이 있다. 하지만 입체카드나 미로가 담긴 상자 등의 형태로 2차원의 평면을 3차원의 종이 조형물로 만들어낸 이향우식 상상력은 ‘비틀비틀 클럽파티’를 볼 만한 전시회로 만들었다.

전문 화가가 아닌 작가들이 직접 작업한 창작물과 소품들을 설치하는 개인전들 가운데 가볼 만한 전시회가 아닌가 싶다. ‘비틀비틀 클럽파티’는 1월 1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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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쇼크 2003/12/30 [00:19] 수정 | 삭제
  • 잘 구경하고 갑니다.
  • 꼬리 2003/12/29 [14:56] 수정 | 삭제
  • 부럽네용. 만화가 중에 단독으로 전시회 갖는 게 쉽지 않잖아요..
    이향우 캐릭터 좋아하는 사람들 많은 것 같아요.
    기사보니까 끝나기 전에 가봐야할 것 같은.. 강남이라 좀 멀지만. 그래도.
    귀엽고 아담한 느낌도 있고 독특한 느낌도 살린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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