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이름으로 가려진 참상…‘아트워싱’을 거부한다!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에 반대하며 목소리 높인 예술가들

박주연 | 기사입력 2026/06/11 [09:47]

예술의 이름으로 가려진 참상…‘아트워싱’을 거부한다!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에 반대하며 목소리 높인 예술가들

박주연 | 입력 : 2026/06/11 [09:47]

지난 6월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 신축 별관에서 ‘퐁피두센터 한화’가 공식 개관했다. 프랑스 국립미술관 퐁피두센터의 서울 분관으로, 서울의 새로운 문화예술 랜드마크를 표방하며 화려한 막을 올렸지만, 그 앞은 거센 규탄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 2026년 6월 4일 개관한 서울 ‘퐁피두센터 한화’ 앞에서 미술관 개관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문화예술 종사자들과 평화활동가들이 펼치는 국제행동주간 〈철회하라, 한화!(Abandon Hanwha)〉의 서울행동이다. (공동 주최: 팔레스타인문화연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 모자이크, QK48,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 우주군사화와 로켓발사를 반대하는 사람들, 우프 W/OF.,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연대, 동네방네 기후정의, 데이미언 허스트에게 살해당한 동물들을 생각하는 모임) ⓒ홍지영(우프 W/O F.)


이날 오전 10시, 퐁피두센터 한화 출입구 앞에 100여 명의 문화예술 종사자들과 평화활동가들이 모여 미술관 개관을 반대하는 기자회견 및 보이콧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은 한화 기업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무기 생산과 수출에 공조하고 있음을 고발하며, 거대 기업이 예술의 뒤에 숨어 자사의 비윤리적 행보를 세탁하는 ‘아트워싱’(Artwashing)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피 묻은 자본과 ‘아트워싱’(Artwashing)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들이 가장 문제 삼는 지점은 “퐁피두센터 한화를 건립하고 운영하는 자본의 출처”이다. 한화문화재단은 미술관 공사 착공 첫해인 2024년에만 한화 계열사들로부터 45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았고, 재단의 주요 후원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그룹 계열의 항공우주 및 방산기업)와 한화시스템(한화그룹 계열의 방산 및 ICT기업)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기업들이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군수기업인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 엘타 시스템즈(ELTA Systems),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 등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집회 참석자들은 “이들 기업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민간인 집단학살에 사용되는 드론, 포, 군수 장비, 전자전 시스템 등을 이스라엘군에 제공하며 반인도적 범죄에 공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자지구 출신으로 파리에서 활동 중인 팔레스타인 예술가 칼레드 자라다(Khaled Jarada)는 발언문(대독)을 통해 “인간을 숫자와 통계로 환원하고 70년이 넘게 지속된 인종청소와 집단학살의 현실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했다”고 밝히며, “문화예술은 범죄를 가리는 베일이 아니며, 죽음과 파괴에 동조하는 기관의 이미지를 세탁하는 도구가 아니다”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 퐁피두센터 한화 앞에 놓인 팔레스타인 국기 모습 ⓒ홍지영(우프 W/O F.)


아트워싱과 예술 검열

 

이번 보이콧은 특정 기업에 대한 비판을 넘어, 동시대 예술과 자본권력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많은 예술가들은 ‘미술관이라는 장소가 정치적, 경제적 현실로부터 독립되어 있다는 환상’이 기업의 아트워싱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 정은영 작가(2018년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는 “문화예술을 앞세워 부정부패의 역사를 세탁하는 행위인 ‘아트워싱’ 또한 ‘예술검열’처럼 누군가의 정치적, 자본적 이득을 위해 폭력의 실상을 가리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한 민족이, 한 문명이 무차별적인 공격과 살상, 파괴와 절멸에 무참히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문화예술계 종사자로서, 아니 한 인간으로서 결코 눈 감을 만한 일이 아니리라 믿는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은영 작가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이스라엘의 학살을 비판하는 작업을 했다가 자국 정부의 검열을 받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 가브리엘 골리아스 작가의 사례도 언급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남아프리카공화국관 작가로 낙점된 가브리엘 골리아스는 팔레스타인 땅에서 학살된 이들을 애도하는 작업을 포함했다는 이유로 자국 정부로부터 전시를 금지당했다. 골리아스는 예술검열의 피해자가 되었지만, 한 예술 후원단체의 도움으로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장소 인근의 성당에서 결국엔 계획한 작업을 선보일 수 있었다. 이 검열과 통제 사례를 통해, 우리는 예술가 가브리엘 골리아스와 그의 작품이 결코 삭제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히려 이 사례는 집단학살 공모자임에 더해 문화학살의 가해자임을 스스로 자백한 꼴이 된 한 국가의 정치적, 문화적, 윤리적 파탄을 더욱 선명하게 비춘다.”

 

해외 문화예술인들도 강력한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일에 이스라엘 국가관 보이콧과 대규모 문화 파업을 조직했던 ‘대량학살반대예술연맹’(Art Not Genocide Alliance, ANGA)은 연대 발언을 통해 “예술가들이 스스로를 ‘노동의 조건 위를 고상하게 떠다니는 존재’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문화예술 노동자’로 정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캐나다 최고 권위의 길러상(Giller Prize)을 후원하던 스코샤뱅크(이스라엘 엘빗 시스템의 최대 해외 투자자)를 압박해, 결국 은행 측이 엘빗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게 만든 성공적인 투쟁 사례”를 공유하며, 예술가들과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감시와 압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했다.

 

노동자 희생과 생태계 파괴도 도마 위에

 

한화의 방산 및 우주 산업 확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자들의 희생과 환경파괴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일 사흘 전인 6월 1일,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해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김은실 ‘동네방네 기후정의’ 활동가는 2018년과 2019년에도 동일 사업장에서 폭발사고로 총 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김은실 활동가는 “기업이 안전보다 생산과 이윤을 우선시해 온 것은 아닌지 묻게 만든다”며, “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방산공장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문제가 은폐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제주도 중산간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에 한화시스템의 우주센터가 건설되면서 제주의 해양생태계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도 고발되었다. 최성희 ‘우주군사화와 로켓발사를 반대하는 사람들’ 활동가는 “한화의 우주산업 본질이 군대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전쟁 산업’”이라고 꼬집으며, “군산복합체의 생명수 고갈 및 오염 문제”를 규탄했다.

 

‘세대 간 기후범죄 재판소’(CICC) 공동설립자인 라다 드수자와 요나스 스탈 또한 대독을 통해 “한화의 사업은 대규모 군수산업과 중공업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막대한 탄소배출과 생태계 파괴와도 직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집단학살과 생태학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이는 우리의 프로젝트 〈세대 간 기후범죄 재판소: 멸종 전쟁〉(Court for Intergenerational Climate Crimes: Extinction Wars)의 핵심 주제이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들이 저지른 기후범죄에 관한 일련의 공개 청문회와 대규모 전시로 구성되었으며, 2023년 광주비엔날레 네덜란드관의 출품 작으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발표된 바 있다. 우리는 한국 전역의 평화·기후정의 활동가들과 협력해 이 프로젝트와 공개 청문회를 기획했고, 한화그룹은 그 청문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피고들 중 하나였다.”

 

▲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미술관 개관에 대항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홍지영(우프 W/O F.)


프랑스 파리에서도 보이콧 집회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 반대 운동은 국제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6월 4일 오후 4시 발표된 〈집단학살 아트워싱에 반대한다〉 공동 성명에는 1,400여 명이 서명했다. 역대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들과 여러 중견 작가들은 물론, 해외 유수 예술 플랫폼들이 이름을 올렸다.

 

미술관 본관이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도 비판의 불길이 거세다. 프랑스 현지 시각 6월 4일 오후 6시 30분, 파리 퐁피두센터 인근 스트라빈스키 광장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프랑스 예술단체들과 퐁피두센터 노동조합이 함께 퐁피두센터와 한화문화재단의 파트너십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프랑스의 철학자 에티엔 발리바르, 배우 아델 에넬, 베니스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 작가 알리 체리 등 세계적인 석학과 예술가들 역시 퐁피두센터 측에 한화와의 협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에 동참했다. 프랑스 주요 언론 리베라시옹(Liberation) 등도 이 사태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죽음과 착취 위에서 세워진 화이트큐브를 거부하겠다’는 예술가들의 뼈아픈 자성이자, 자본권력에 대한 저항의 선언이었다. 계원예술대학교 학생 모이 씨는 “집단학살로 벌어들인 더러운 자본이 우리에게 흘러 들어오는 것을 거부한다”고 선언하며, 예술대학생들에게 이런 미술관이 교육의 장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다이인(Die-in) 퍼포먼스와 함께 “이스라엘 무기산업과의 학살 협력을 즉각 철회할 것", “전쟁 이익으로 세운 ‘퐁피두센터 한화’를 철회할 것", “집단학살과 자원 약탈, 환경 파괴를 은폐하는 아트워싱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개관과 동시에 “예술은 과연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받게 되었다. 서명에 참여한 글로벌 문화예술계 종사자들, 그리고 평화를 원하는 시민들은 한화가 이스라엘과의 거래 계약을 해제할 때까지 보이콧 캠페인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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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이에마 2026/06/11 [16:23] 수정 | 삭제
  • 네네가 하는 말 검열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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