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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이주민센터 친구〉에 한 통의 편지가 왔다.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온 편지였다. 편지의 주인공 A씨는 난민 신청을 위해 한국에 왔지만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체류자격을 얻지 못한 채 공장에서 일하다 단속되었다.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보호소에 구금되었고, 밖에는 그가 돌봐야 할 아내와 아이가 남아 있었다.
A씨가 전해준 보호소 안에서의 삶은 절망적이었다. 이주민들은 철창이 있는 작은 방에서 12~16명이 함께 생활한다. 하루에 햇볕을 볼 수 있는 시간은 30분뿐이고,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도 일주일에 두 번에 불과하다. A씨는 외국인보호소를 “원수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일부러 생활환경을 어렵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한국 체류를 포기하고 빨리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것’이라는 말도 전했다. 그렇지 않다면, 왜 이렇게 열악한 시설에 가두는 걸까?
악명 높은 외국인보호소, 감옥과 다르지 않은 환경
이주민센터 친구에 자원활동을 하러 온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외국인보호소가 무엇인지 아나요?” 대부분 처음 들어본다고 답했다.
정해진 체류기간 안에 체류자격을 연장하거나, 변경하지 못하면 미등록 이주민이 된다. 이들에게는 한국을 떠나라는 강제퇴거명령이 내려지고, 출입국 단속을 당해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될 수 있다. 외국인보호소는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하기 위해 사람을 구금하는 시설이다. 이름은 ‘보호소’이지만, 그 안에서의 생활은 감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보호소 생활을 견디는 이유는 그곳이 살 만해서가 아니다. 난민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유가 있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거나, 한국에 가족과 삶의 터전을 마련했는데 출국하는 순간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버티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헌법재판소 ‘강제퇴거 위해 반드시 구금할 필요 없어’
하물며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에게도 형기가 있다. 그러나 외국인보호소는 달랐다. 과거 출입국관리법은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외국인을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해, 사실상 구금 기간의 상한이 없었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이러한 규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후 법이 개정되어 원칙적으로 최대 9개월, 예외적으로 난민신청자 등 일정한 경우에는 최대 20개월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기간 상한이 마련되었다.
그 과정에서 헌법재판소는 강제퇴거를 위해 반드시 구금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실제 강제퇴거(송환)가 집행될 때까지 주거지를 제한하거나 정기적으로 출석하도록 하는 방법, 신원보증인이나 보증금을 활용하는 방법, 보호관찰과 유사한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하는 방법 등 신체의 자유를 덜 제한하는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헌법재판소 2023. 3. 23. 선고 2020헌가1, 2021헌가10(병합)]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식사를 하다가, 일을 하다가 단속을 당해, 살던 집을 정리하거나 최소한의 짐을 챙기지도 못한 채 곧바로 보호소로 향한다.
출입국은 보호 해제를 하며, ‘취업 등 영리활동은 할 수 없다’고 안내한다. 현장에서 보면, 출입국은 기본적으로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첫째, 만약 풀려난 이주민이 임금체불 건 때문에 한국에 남아야 한다고 했다면, 그 사람은 ‘노동청 진정 사건만’ 처리해야 한다. 둘째, 이주민이 소송 때문에 체류하고 있다면 ‘소송 진행을 위한 행위만’ 해야 한다.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노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 머물러야 하지만, 생계를 유지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다시 구금될 수 있다는 불안이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보호 기간의 상한은 생겼지만, 동시에 ‘재보호’ 제도가 도입되어 다시 보호소에 구금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보호소에서 나온 사람들은 다시 단속될까 두려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조금의 통로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보호소에 있는 것도 나쁘지만, 풀려난 상황은 어쩌면 더 나쁠 수도 있다.
결국 A씨처럼 임금 체불을 당한 이주민은 극한의 생활을 견디며 임금을 받아내거나, 권리를 포기한 채 한국을 떠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체류 기간이 끝날 때까지 버티면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왜곡된 유인이 생기기도 한다.
구금 대신 지역사회에서 관리…해외 대안들 독일 둘둥(Duldung) 제도와 ‘사례관리 중심’의 전환
작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최한 ‘이주 구금 대안 해외사례 모니터링 결과보고회’에 참석했다. 이미 많은 나라들은 시설 구금 대신 지역사회에서 이주민을 관리하는 다양한 대안을 운영하고 있었다. 미등록 체류자를 감시하고 처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왜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지 상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관리 중심’의 접근으로 전환하고 있었다.
독일의 둘둥(Duldung) 제도도 그중 하나다. 출국 의무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강제송환이 어렵거나, 중요한 인도적·개인적 사정 또는 공익적 이유가 있는 경우 일시적으로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다. 현실적으로 추방이 어려운 사람을 무기한 구금하는 대신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도록 하면서 행정적으로 관리한다. 특히 직업훈련을 꾸준히 받았거나, 안정적으로 일하며 독일 사회에 잘 적응한 사람에게는 취업이나 거주를 허가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미등록 체류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단속하고 구금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왜 이들이 미등록 상태를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머무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임금체불이나 소송처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 이미 지역사회에 정착해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사람을 시설에 가두는 것보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더 인간적인 해법이다.
[필자 소개] 정효주 : ‘이주민센터 친구’에서 상근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활동에도 열심히,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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