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통해 한 여학생이 교사로부터 주먹으로 얼굴을 맞는 장면을 본 것은 며칠 전의 일이다. 이 보도를 보면서 아직도 이런 교사들이 존재한다는 데 우선 놀랐고, 그나마 이런 못된 짓이 국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촬영을 한 동료학생들이 고마웠고, 오랜만에 기술의 발달에 감사한 마음이었다.
긴 정규교육을 모두 마친 뒤 내가 내린 결론은 체벌은 절대로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교육적으로 체벌이 불가피하다고 주장되기도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체벌을 통해 잘못한 바를 깨우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중학교 시절, 나는 서울의 한 여학교를 다녔는데 우리 학교 학생주임 선생님은 대걸레 자루를 휘두르며 학교를 휘젓고 다녔다. 교문에서 교복 복장이 조금이라도 불량하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은 그 몽둥이를 피할 수 없었다. 아침마다 교문을 들어설 때면, 걸릴 만한 것은 없는지 몸을 둘러보고는 그 몇 걸음 안 되는 거리를 늘 심장을 콩콩거리며 걸어 들어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전체 대청소 시간에 열심히 청소하지 않다가, 혹은 복도에서 뛰거나 떠들다가 학생주임에게 걸리면, 그 학생은 대걸레 자루로 많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물씬 얻어맞곤 했다. 고등학교 때는 그 정도로 비인간적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폭력적이고 화나는 경험을 갖고 있는데, 2학년 때의 일이다. 한 젊은 남자 교사가 수업을 마칠 때 교사에게 하는 인사를 걸고 넘어졌다. 그는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한 친구를 불러 앞으로 나오게 했다. “선생한테 인사를 그런 식으로 해!” 그 남자는 그 친구의 양 뺨을 후려갈기고 머리카락을 주먹에 움켜 쥐고는 앞뒤로 흔드는 등, 말할 수 없는 폭력을 휘둘렀다. 그 친구는 물론, 다른 아이들도 모두 겁에 질려 꼼짝 못하고 쥐 죽은 듯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 남자는 우리 반에 들어오자마자, 다시 그 학생을 불러냈다. “교장실에 네가 전화했지?” “아니요.”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며 겨우 대답하는 그 여학생에게, “네가 아니면 누가 전화를 해!” 하며,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는 다시 그 전날처럼 그 친구의 뺨과 머리를 마구 때리며 폭행을 가했다. 그러나 우리 역시 그 전날처럼 아무도 그 친구를 구하지 못했다. 그 친구가 받았을 심리적인 상처와 모욕감은 얼마나 컸을까?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이런 식이었다. 문제아라고 판단된 학생들을 학생부실에 가둬놓고 몽둥이질을 하는 것은 종종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 어디에서도 교육적이고 이성적인 체벌을 본 적은 없다. 이런 식의 폭력을 당한 학생들이 받은 심리적인 상처는 절대로 치유되지 못한 채, 평생을 간다고 많은 교육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채벌을 통해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아이들의 뇌리에는 어른에 대한 불신과 상처를 심을 뿐이라는 걸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한편, 보도된 폭력 교사는 학생의 건방진 태도에 화가 나서 자기도 모르게 학생을 때렸다고 얼버무렸지만, 이런 핑계로 그 교사의 폭력적인 행위가 절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예의 없는 태도는 물론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반성할 수 있도록 잘 타일러야 할 일이지, 그렇게 때릴 일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을 한 번이라도 진정한 애정을 가지고 대했는지 그 교사에게 묻고 싶다. 물론, 진정으로 깊은 애정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했다고 해서 모두가 깊이 깨우치고 바른 태도를 갖게 된다면 좋겠지만, 모든 학생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교사들의 애정 어린 타이름 속에서도 학생이 전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그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러한 선택 역시 오로지 학생의 몫이란 걸 인정해야 한다. 교사들의 몫은 거기까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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