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은 절대 교육적일 수 없다

윤하 | 기사입력 2004/04/05 [01:58]

체벌은 절대 교육적일 수 없다

윤하 | 입력 : 2004/04/05 [01:58]
뉴스를 통해 한 여학생이 교사로부터 주먹으로 얼굴을 맞는 장면을 본 것은 며칠 전의 일이다. 이 보도를 보면서 아직도 이런 교사들이 존재한다는 데 우선 놀랐고, 그나마 이런 못된 짓이 국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촬영을 한 동료학생들이 고마웠고, 오랜만에 기술의 발달에 감사한 마음이었다.

긴 정규교육을 모두 마친 뒤 내가 내린 결론은 체벌은 절대로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교육적으로 체벌이 불가피하다고 주장되기도 하지만, 곰곰 생각
해 보면 체벌을 통해 잘못한 바를 깨우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중학교 시절, 나는 서울의 한 여학교를 다녔는데 우리 학교 학생주임 선생님은 대걸레 자루를 휘두르며 학교를 휘젓고 다녔다. 교문에서 교복 복장이 조금이라도 불량하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은 그 몽둥이를 피할 수 없었다. 아침마다 교문을 들어설 때면, 걸릴 만한 것은 없는지 몸을 둘러보고는 그 몇 걸음 안 되는 거리를 늘 심장을 콩콩거리며 걸어 들어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전체 대청소 시간에 열심히 청소하지 않다가, 혹은 복도에서 뛰거나 떠들다가 학생주임에게 걸리면, 그 학생은 대걸레 자루로 많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물씬 얻어맞곤 했다.

고등학교 때는 그 정도로 비인간적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폭력적이고 화나는 경험을 갖고 있는데, 2학년 때의 일이다. 한 젊은 남자 교사가 수업을 마칠 때 교사에게 하는 인사를 걸고 넘어졌다. 그는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한 친구를 불러 앞으로 나오게 했다.

“선생한테 인사를 그런 식으로 해!”

그 남자는 그 친구의 양 뺨을 후려갈기고 머리카락을 주먹에 움켜 쥐고는 앞뒤로 흔드는 등, 말할 수 없는 폭력을 휘둘렀다. 그 친구는 물론, 다른 아이들도 모두 겁에 질려 꼼짝 못하고 쥐 죽은 듯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 남자는 우리 반에 들어오자마자, 다시 그 학생을 불러냈다.

“교장실에 네가 전화했지?”
“아니요.”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며 겨우 대답하는 그 여학생에게, “네가 아니면 누가 전화를 해!” 하며,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는 다시 그 전날처럼 그 친구의 뺨과 머리를 마구 때리며 폭행을 가했다. 그러나 우리 역시 그 전날처럼 아무도 그 친구를 구하지 못했다. 그 친구가 받았을 심리적인 상처와 모욕감은 얼마나 컸을까?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이런 식이었다. 문제아라고 판단된 학생들을 학생부실에 가둬놓고 몽둥이질을 하는 것은 종종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 어디에서도 교육적이고 이성적인 체벌을 본 적은 없다. 이런 식의 폭력을 당한 학생들이 받은 심리적인 상처는 절대로 치유되지 못한 채, 평생을 간다고 많은 교육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채벌을 통해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아이들의 뇌리에는 어른에 대한 불신과 상처를 심을 뿐이라는 걸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한편, 보도된 폭력 교사는 학생의 건방진 태도에 화가 나서 자기도 모르게 학생을 때렸다고 얼버무렸지만, 이런 핑계로 그 교사의 폭력적인 행위가 절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예의 없는 태도는 물론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반성할 수 있도록 잘 타일러야 할 일이지, 그렇게 때릴 일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을 한 번이라도 진정한 애정을 가지고 대했는지 그 교사에게 묻고 싶다.

물론, 진정으로 깊은 애정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했다고 해서 모두가 깊이 깨우치고 바른 태도를 갖게 된다면 좋겠지만, 모든 학생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교사들의 애정 어린 타이름 속에서도 학생이 전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그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러한 선택 역시 오로지 학생의 몫이란 걸 인정해야 한다. 교사들의 몫은 거기까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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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인 2004/04/12 [09:54] 수정 | 삭제
  • '맞을 짓을 했겠지!'

    납득할 수 없는 관념이죠. 세상에 맞을 짓이란게 있나?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을 보고선 누거 그러더라구요.
    "저 여학생이 맞을 짓을 했겠지!"
    허허, 맞을 짓이라? 그게 뭔데?
  • 나비 2004/04/08 [17:15] 수정 | 삭제
  • 체벌을 필요악의 하나로 학교교육현장에 존속시켜야 한다고 하는 주장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는 더 무섭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감히 인간대 인간으로는 저지르질 못할 일들이 면죄부를 받으며 저질러지고, 체벌을 가하는 자나 체벌을 당하는 자나 최면에 걸린듯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선 무감각이다. 권력이 있으면, 시스템이 허락하면 인간의 존엄성은 얼마든지 훼손될수 있다는 본보기를 학교체벌은 모범적으로 보여준다.

    교육의 일환의 하나로 체벌이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싶다.
    인간이 먼저인가 교육이 먼저인가?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교육을 위한 인간인가? 인간을 위한 교육인가?(여기서 '교육'이라는 말에도 사실 할말이 많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교육을 위해서 인간이 훼손당해도 되는가?

    아마도 우리나라 헌법에도 그런 조항이 있는 것 같다.
    모든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폭력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교권은 헌법보다 우위에 있나?

    내가 있는 이곳 뉴질랜드에서는 폭력은 전사회적으로 터부의 대상이다.
    학교에서 가장심각하게 다루어지는 문제는 폭력이다.
    이곳사람들은 폭력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폭력에 무감각한 한국사람들이 여기 오면 당황스런 경험을 몇번씩은 한다.
    예를 들면, 한국초등학생이 이곳에 와서 이나라 아이들하고 놀다가 시비가 벌어졌는데 화가난 한국아이가 이곳 아이를 때렸다. 한국에서 흔히 하던대로 이 한국 아이는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이런 경우 학교에 당장 경찰이 온다. 그래서 한국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이 오면 주변의 한국 사람들이 미리 주의를 단단히 준다. "이곳에서는 폭력은 절대로 쓰면 안된다." "한국하고 다르다". 하고.. 나도 이런 주의를 이곳에 처음오는 한국 사람들에게 몇번 준적이 있다.

    교사가 학생에게 폭력을 가한다는 것도 당연히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이런 나라에서 어떤 한국사람은 한국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때린다고 이곳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 하는 사람도 있다. 인권개념이 없는 미개한 나라에서 왔다고 할까봐. 그럴때 나는 속으로 이렇게 쓴웃음을 웃었다. " 학교에서 교사가 폭력을 가한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는 아는건가?" 하고

    그러나 다시 한국을 보면 아직도 체벌이 필요하다고 버젓이 말하는 사람이 있으니.... 체벌 그자체 보다도 체벌을 인식하는 그 방식이 무섭고도 섬짓하다.
    사람을 때려도 된다고 생각하다니.. 그것도 교육현장에서... 헌법도 무서워하지 않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아무런 제제도 없이 ... 거기다가 교육이라고 미회되기까지 하면서...

    설사 교육적인 체벌이 만에 하나 존재한다 할지라도 그 만에 하나를 위해 구천구백의 인권살해하는 체벌을 인정해야 하는가?
  • cool 2004/04/08 [14:11] 수정 | 삭제
  • 기사의 내용은 대체적으로 공감하지만..



    체벌은 절대 교육적일수는 없다는말에는 ...

    절대 공감아닙니다.





    우리는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방법이 육체적 폭력말고도 많다는 사실을 압니다

    언어폭력 성폭력 인격적 모욕 자유나 권리의 박탈

    예를 들어 감옥에서 독방에서 한달을 지내고 나오는것이 얼마나 무한한고통인지는 모르는사람은 잘 모릅니다.

    독방에서 단 1주일만 살고 나와도 평범한 사람은 거의 미칠겁니다.

    군대에서 제일 힘든건 맞는것이 아닙니다. 심한 인격적모욕같은게 젤 힘들죠.

    차라리몇대맞고 끝내면 좋을 텐데...하는 생각이 절로들죠...




    체벌은 폭력의 한가지 방식일 뿐입니다.

    만약 교육과정에서 어떠한 폭력도 필요없다면, 체벌역시 필요없는 거지요.

    그런데, 과연 그런가요.

    실제로 체벌없는 대신에 다른 방식으로의 폭력에 의존할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외출금지같은 가벼운듯 보이나 강력한 폭력을 행사할수도있지요.





    그러면 체벌이 없을순 없나???

    이런 질문이 잇을수 있지만..

    인간세계에서의 자유라는개념을생각해보면...

    아무리 자유자유하지만..

    어떤 틀안에서의 자유인거죠.




    새로 산 강아지 귀엽지만..

    아무데서나 똥갈기면 안돼죠.

    일단 똥이나 가리고 나서...자유가 있는거죠.




    사내아이 여러가지 방식으로 기를수는 있지만..

    밥이라도 제대로 먹고... 똥이라도제대로 가리고....어른들이 하는 술 담배 하지 않고하는 식의...제한속에서 자유가 있는 거죠.


    이성적 사고가 갖추어지지 않은 아이들이 ... 어떡식으로든 신체적 폭력이든..정서적 폭력이든...어떤식으로든 폭력이 아니면...그 규율을 내면화 하지 못합니다.





    단순히 체벌을 하지 말라는것에는 절대 반대입니다

    체벌대신에 다른 폭력으로 대체되기
    때문이죠.



    혹은 아애 인간 말종이 되기도 합니다.




    미국의 자유로운 교육이 좋은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잘 생각해 봐야합니다.

    미국 공립학교는 그야말로 개판입니다.


    사립학교에서엄격한 규율속에서 그나마 좋은 인재들이 나오죠.

    그래서 비싸고요.

    그들이 미국을 지배하죠.








    나는 굳이 엄격한 교육을 해야한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적어도 어떤 식의 교육에서든...

    폭력이 개입되지 않은 교육은 없다고생각합니다.



    체벌이 없다고 폭력이 없는걸로 착각하는것은 웃긴일인것 같습니다.

    단지 폭력의 형태가 바뀐것이며.

    그런 정서적 폭력보다는 차라이..

    체벌이 나을때도 많다는 생각이죠.
  • 2004/04/07 [00:12] 수정 | 삭제
  • 10년 넘게 교직에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체벌을 가한 기억이
    불행하게도 많습니다.
    체벌만이 아니죠.. 물리적인 아픔보다 더한 폭언을 던진적도 있었을 겁니다.
    어디 그것뿐이겠습니까..
    교사 스스로 미처 모르고 던지는 폭언들도 부지기수겠지요.
    어리석게도 지나고나야 뼈저리게 후회하죠.
    그때 그상황, 그 아이의 모습은 잊혀지지도 않습니다....

    못된 아이,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제 경우
    윤하님의 글처럼 학생이 건방지다는 이유로 체벌을 가해서
    고쳐진 적,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체벌로 고쳐지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못되다고 생각되는 학생에게는
    그 아이의 행동이 그럴 수밖에 없는 복합적인 사정이 꼭 있었으니까요.

    결국...내 자존심 세우자고 상대 학생 가슴에
    굴욕감과 수치심을 안겨준 셈입니다....

    그래도..
    저희 학교만 보더라도 체벌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당연히 없어져야겠지요.
    상담을 통해 변화시키고자 노력하시는 선생님들도 분명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알게 모르게 학교 분위기를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다만...안타까운 것은,
    교사나 아이들이나
    얘기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가 너무나 빡빡하게 돌아가죠.
    그 후 학원으로 도서관으로 각각 흩어집니다.
    이러다 갈등이 생기면,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 리가 없겠지요.
    학교 시스템만 생각하면, 막막해집니다.
  • 체벌실타 2004/04/06 [11:13] 수정 | 삭제
  • 전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무시무시한 폭력행사를 하는 몇몇 선생들에 대한 기억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학생을 체육물품 창고에 가두고 온몸으로 때렸던 선생 그리고 바로 거품물며 쓰러졌던 학생, 폭력 앞에서 모두가 침묵했던 그 때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납니다.
    이런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었죠. 그래서 친구 몇몇이랑 피디수첩에 제보하기로 결심하고 전화를 걸었죠. 그때가 한참 학원폭력으로 시끄러웠을때인데 저희는 학생들간의 폭력이 문제가 아니라 교사들의 폭력이 더 문제라며 전화를 걸었지만 이름과 소속을 묻는 담당자의 질문앞에서 그냥 수화기를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콩나물시루 속에 갇혀있는 선생과 학생, 모두를 잡아두기위해 꽉 짜여진 수업과 보충수업, 타율학습, 형편없는 교육시설....모두가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 River 2004/04/05 [16:19] 수정 | 삭제
  • 나가라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학생한테 욕설도 하구요.
    어떤 때는 정말 학생이 너무 버릇이 없어서 학생입장에서 봐도 좀 그런 경우가 있기는 한데요. 아주 예외적인 거 빼고는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애승 2004/04/05 [13:58] 수정 | 삭제
  • 규정을 정해놓고, 손으로 때리지 않으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체벌에는 사실 감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봐요. 그 감정이 학생들에게 전달될 수밖에 없다고 보구요. 그것은 별로 교육적인 효과를 내지 못할 거구요.
  • 프레니 2004/04/05 [09:36] 수정 | 삭제
  • 체벌은 폭력이죠.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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