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신부’, 그 피해가 늘고 있다

결혼상품이 된 아시아 여성, 노예와 같은 삶

이금연 | 기사입력 2004/06/20 [23:08]

‘국제결혼신부’, 그 피해가 늘고 있다

결혼상품이 된 아시아 여성, 노예와 같은 삶

이금연 | 입력 : 2004/06/20 [23:08]
<필자 이금연님은 이주여성인권연대 대표이며, 이 기사는 이주여성들의 피해 상담을 토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편집자주>


남편의 폭력을 피하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져 죽은 여성, 모욕적인 성행위 등을 강요 받고 가출한 어린 여성, 산후우울증에 시달리다 가출한 후 굶어 죽은 여성…. 한국남성과 결혼해 한국에서 사는 필리핀 여성들의 현실이다.

국제결혼시장 확장, 노예화된 이주여성 피해 급증

지난 몇 년간 필리핀, 베트남, 중국조선족, 몽고, 페루와 우즈베키스탄 등지의 고려족 여성들이 특정 종교단체의 혼인 프로그램과 국제결혼 알선업체들의 결혼 알선으로 한국남자와 결혼하는 사례가 늘었다.

2000년 이전에는 주로 조선족들과 필리핀여성들의 문제를 접했지만 이후 점차 국적도 다양해졌고 기업형 회사들과 모 종교단체 프로그램이 더욱 조직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이주여성들의 사연 또한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이주여성의 양적인 증가는 국제결혼 시장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남성들에게 ‘배우자 대기’에 여념이 없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술 또한 공격적이고 추잡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눈에 띄는 현수막과 홍보물이 날이 갈수록 강산을 도배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주여성들의 고통스런 신음이 메아리치고 있다. 1990년대 후반기에 ‘건전가정의례의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마련되자 기업형 국제결혼업체들은 건강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협력업체로 세무서에 등록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동남아시아의 나이 어린 여성들이 겪는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이전에도 동남아시아 여성들의 피해사례가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조선족들의 문제에 묻혀 그들의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아주 예쁘고 착한 베트남 여자랑 결혼해요. 초혼, 재혼, 장애인 그리고 후불제도 가능’이라는 현수막 광고가 말해주듯 예쁘고 착하고 나이 어린 베트남, 필리핀 여성들이 나이 많은 한국남성들에게 팔려와 가정생활에 들어가면 일단 비용을 지불한 남편과 그 가족들이 모든 권력을 쥐게된다.

여성들은 폭력의 피해자면서, 한편으로는 마음 한 켠에 묻어둔 ‘한국에 오면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발각될까봐 전전긍긍하며 죄의식만 안고 살게 된다. 정작 이들을 보호해야 할 정부는 이들에게서 너무나 멀리 있다. 여성을 상품화해 돈 벌기 위한 시장만이 이주여성들의 삶에 가까이 있을 뿐이다.

한국인 남편의 ‘알콜중독, 외도, 폭력’

한편 가출했거나 다시 집으로 돌아온 이주여성들의 경우, 남편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직업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일용직 건설 노동자이거나, 농업, 무직, 혹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가끔 일할 뿐인 남성들이 많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알콜중독’이란 것이다. 남편 쪽에선 그저 술을 좀 하는 정도라 할지 몰라도, 이주여성들의 눈에는 분명 ‘중독’으로 보일 만큼 술을 자주, 많이 마신다. 아내를 맞이해 놓고도 외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한 공통점이다.

이들 이주여성들은 결혼 후 가정에서 시부모와 남편을 위해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가사노동자’다. 또한 공장에 취업해 임금을 받아 오면 시부모와 남편에게 다 바칠 것을 강요당한다. 또 아이도 빨리 낳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남편의 성적인 강요나 시어머니의 부부생활 방해 혹은 남편의 “변태적인 행위” 요구 등은 나이 어린 여성들에게 충격을 주며 탈출을 결심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주여성은 자신이 노예와 다름없는 삶을 강요 받고 있다는 수치심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하지만, 신체적 폭력이 심해지면 참을 방도가 없다. 그러나 떠나려고 해도 도대체 어디로 간단 말인가? 이방인으로서의 이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곳은 거의 없다. 정부의 행정력은 이들에게 거의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여성단체들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에 더러 접근해 봤을 뿐이다.

필리핀 여성들의 경우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전파력이 강한 특성을 지닌 문화권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들 나름대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베트남 여성이나 기타 국가의 여성들은 문제가 있을 때 도움을 청할 만한 채널이 전혀 없다. 업체들이나 교회들은 이들을 데려 오는데 급급했을 뿐 사후 서비스에는 약하다. 그러니 공통적으로 강요되는 답은 단 하나다. ‘참고 살아라.’

마케팅 수단으로 ‘종교’까지 이용해

자신의 아들과 같거나 비슷한 나이의 어린 아내를 맞이한 초로의 노인에게 시달리며 사는 20대 초반의 베트남 여성이 이런 삶을 얼마나 더 견디어 낼 수 있을까. 매일 시달리다 못해 산부인과에 가야 할만큼 성적 요구에 시달리는 여성들은 한국생활에 적응이 된 이후에는 홀로서기를 하고 싶어한다. 후불제를 약속한 업체는 대금을 지불 받아야 하기에 당분간 사후 서비스에 신경을 좀 쓰기도 하지만, 돈을 챙긴 이후에는 여성들의 가출이 오히려 새로운 공급을 늘리는 것이니 이 또한 업체 입장에서는 그리 나쁠 것 없다. 상품처럼 반품도 가능하다고 한다.

어떤 가정에서 적응 못하고 여성들이 나오게 되면, 다른 가정으로 돌려 팔기 위하여 브로커들은 이들을 임시 보관하고 있기도 한다. 또 이윤과 손실에 있어 구매자와 판매자가 목표한 만큼 채우지 못했을 경우에는 협박을 일삼는다. ‘너를 구매하기 위하여 지불한 모든 비용을 니가 물어내야 한다.’ 이 말처럼 큰 위협이 어디 있겠는가. 가난한 나라에서 친정 집에 혹시 생활비라도 조금 보낼 수 있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국제결혼을 택했는데 돈을 물어내라니.

또한 돈을 벌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종교를 활용하기도 한다. 여성들을 교회로 초대해 기초 교육을 시키며, 장가 못간 한국 농어촌의 중년 후반기의 남성군들과 짝을 지어주며 비용을 지불토록 하고 있다. 기업형 알선업체와 비슷하게 이들도 역시 비용을 챙기고 있으며 그와 더하여 일정기간(길게는 4개월 짧게는 3개월)을 이주여성들의 배우자들이 있는 동네교회에서 봉사기간을 갖도록 한 다음 혼인한 가정으로 돌려보낸다.

일종의 품질 검증을 한다는 명목으로 이주여성들의 노동력을 착취, 그들의 서비스를 무상으로 받으며 생활비는 남편들에게 부담 지우는, ‘꿩 먹고 알 먹는’ 얌체 거래꾼들의 조직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견제하고 통제하며 감시할 행정기구들의 역할은 전무한 실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이들의 손을 잡아 줄 것인가

행정 당국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인식의 정도가 낮고, 설사 이해를 하고 뭔가 시도해보려는 공무원이 있다 하여도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보직이 순환되는 환경 속에서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노예상인"들의 살아남기 위한 전략과 마케팅 전술에 느림보 행정력이 따라 잡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이런 일에 누가 나서야 할 것인가. 힘없고, 인력 부족하고, 운영비조차 없어 허덕이는 비정부기구들이 계속해 나가야 하는 것인가.

아시아 여성들이 한국에서 평화를 일구지 못하고 살고 있다면 그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이 가능한 것은 우리 사회의 법적, 제도적 허점 때문이다. 이를 통제하고 개선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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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름 2004/06/24 [15:08] 수정 | 삭제
  • 그것이 국제결혼 아시아권 신부들이 겪는 인권침해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 redArrow 2004/06/23 [02:23] 수정 | 삭제
  • 기사란 객관적이어야 하고, 객관적이길 바란다는 글이 묵인하자고 들리는 당신들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합니까?
    그들의 인권이 유린되는 것을 걱정하기 전에 그들이 팔려오게 되는 현실을 걱정해야 함이 옳지 않을까 싶은데요?.....
    기사도 그것에 촛점 맞춰야 않은가요?

    막말로 내 돈 내고 내가 데려다 즐긴다는데 누가 말릴 수 있나요?
    (옳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들의 부모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딸을 파는데 당신이 잘못된거라고 말하고 막을 수 있습니까?
    (옳지 않다는 이유로 그 가족의 생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까?)

    누구라도 상처입길 바라지 않습니다만 기사란 그러한 현상이 있다는 것을 알릴 뿐 그 기사 속의 시비를 가리지 않는 것이 타당합니다.

    당신의 말처럼 누구라도 상처 받는 사람을 위한 밝힘이라는 빌미로 누군가에게 불행이 씨앗을 뿌리게 되는 것은 어찌 할런지 묻고 싶습니다..

    [그냥 단순히 한껀주의 비슷하게, 엄청난 그 여성들이 다 노예인것으로 묘사하는건 실제로 결혼해서 잘사는 부부도 있을텐데, 그 부부들에 대해서 엄청난 상처와 편견을 주는 기사가 아닐른지.

    일다가 젤 싫어하는 편견말이죠. ]
  • 2004/06/22 [13:13] 수정 | 삭제
  • "국제결혼신부"라 해서,
    우리나라 여성들이 일본같은곳에 돈때문에 시집가는 요즘 세태를 애기하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 여성의 이야기군요.

    그런데, 물론 그런식으로 외국으로 들어온 여성들이 행복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것이 사실이지만,
    이 글에서 나온것처럼 100%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는것은 아닐텐데요.

    다른 결혼에 비해서, 좋지않은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건 사실이겠죠.
    일단은 여자쪽에서 상당히 불리한 입장이니까요.
    한국에서 결혼을 유지해서, 살아가지 못한다면, 국적을 취득못한다면, 자기나라로 쫒겨날테고, 일단은 언어를 적당히 배우기전에는 남편에 의지할밖에요.

    그리고,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의 누이들도 미국 일본으로 그런식으로 팔리듯 갔었죠. 불행한 결혼이기도하고, 혹은 행복하게 잘 한평생 살아온분도 계시겠죠.

    이주노동자처럼 결혼해서 한국인이된 외국여자들도 많은 차별을 받는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그들이 많은 돈을 지불하게 해서, 가출해버리는 식의 남자가 오히려 사기를 당하는 것도 분명 있죠.


    그리고 결혼하고, 영주권이 나오게 되면, 그들은 아주 약자는 아니죠.
    또 언어를 어느정도 능숙하게 구사하게되고, 사회물정에 익숙해지면 말이죠.
    한 1~2년이면 기본적인건 다 가능하지 않을까요.
    결국 결혼초기에나 노예이지 평생노예는 아닐것 같은데요.

    일단은 권리가 없다면, 보호받기 힘들지만, 일단 권리를 획득하면, 더 이상 약자로써 결혼생활에서 학대를 당하지는 않고, 이혼을 하거나, 가출을 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돈만 떼먹고 도망쳤다는 애기가 심심치않게 들려오는데, 그것은 분명 일부겠지만요. 적어도 평생 노예처럼 당한다는 식은 애기는 사실은 아닌듯한데요.




    문제를 볼때 좀 냉정한 기사를 쓰면, 뭐가 안돼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다는 항상 그게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공정한 기사는 아닌듯합니다.

    하다못해 이 대목만 보아도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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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시달리다 못해 산부인과에 가야 할만큼 성적 요구에 시달리는 여성들은 한국생활에 적응이 된 이후에는 홀로서기를 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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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목만 보아도, 자신에 맞지않은 결혼생활에 뛰쳐나오고 싶어하는 "국제결혼신부"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수 있죠.
    그렇지만, "산부인과에 가야 할만큼 성적 요구에 시달리는"이라는 말만 보아도 얼마나 편파적인 기사인지는 잘 드러나죠.

    물론 그런식으로 당한 사람도 있겠죠. 있으니까 그 기사가 나왔겠지만,
    한두번의 케이스겠죠.
    저널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일다라는 매체의 기사가, 몇번의 특수한 상황을 일반적인 상황인것처럼 묘사하는것이, 올바른 기사작성의 태도는 아니죠.

    일다는 꼭 기사를 쓰면, 초등학교 작문하는것도 아닌데, 꼭 이래야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단순히 한껀주의 비슷하게, 엄청난 그 여성들이 다 노예인것으로 묘사하는건 실제로 결혼해서 잘사는 부부도 있을텐데, 그 부부들에 대해서 엄청난 상처와 편견을 주는 기사가 아닐른지.

    일다가 젤 싫어하는 편견말이죠.
  • 제리 2004/06/21 [21:30] 수정 | 삭제
  • 진짜루 저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니.
    너무 끔찍해요.
    내가 사는 나라에서 저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무섭네요.
  • Girl 2004/06/21 [16:01] 수정 | 삭제
  • 폭력과 강간에 쫓겨나왔을 때 쉼터를 제공하고, 최소한 인간으로서 살 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할 것 같아요.
    노동하고,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요. 또 업체로 가거나 성매매를 하게되는 그런 덫에서 구해주어야 합니다.
    그 여성들도 홀로서기를 원할 거란 생각을 미처 못했네요.
  • 문희진 2004/06/21 [12:41] 수정 | 삭제
  • 한국농촌이 얼마나 가난한지, 얼마나 가부장적인 문화인지, 전혀 모른 채로 어려운 집안 살림에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팔려오는 여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나이도 어리구요. 정말 이들의 손을 누가 잡아줄 것인가요.
  • 2004/06/21 [11:07] 수정 | 삭제
  •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라는 플래카드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답니다. 초혼, 재혼, 나이 많은 분이라고 쓰여있죠.

    여자를 완벽하게 상품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픕니다. 기사 보다가도 업체들의 반품, 교환, 재고 같은 얘기 접하면서 답답하고 먹먹해졌습니다.

    남의 나라 와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리면 그 여성들은 어떻게 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돌파구가 하나라도 마련되길 바랄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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