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일본대사관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자위대 창립 50주년 기념’ 행사를 개최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인데, 여기에 국내인사들이 참석했고 그 중 5명의 국회의원이 포함돼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국정치인의 참석, 지나칠 수 없는 일 자위대는 1954년에 치안유지를 위해 창설됐지만, 일본 측이 틈만 나면 해외파병과 테러방지 등 명목을 갖다 붙여 병력을 증강시켰으며 현재 그 전력은 아시아 최강 수준에 이르고 있다. 자위대는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상징이자 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핵심적인 위험요소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닌 한국 땅에서 자위대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대대적으로 개최되고, 한국 정부 관계자와 국회의원 및 유명인사들이 참석하다니…. 행사 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각 정당에 공문을 보내 “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해결되지 않은 일본의 과거사의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와 뜻을 같이 한다고 볼 수밖에 없고, 국민들에게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동조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며, 당 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들에게 불참을 부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에 참석한 국회의원 명단을 보자. 언론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한나라당 김석준, 나경원, 송영선, 안명옥 의원, 그리고 열린우리당 신중식 의원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한국정치인들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의 절규를 등진 채 일본의 자위대 창립 50주년을 기념해주러 행사장에 들어갔다. 식민지 과거사가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평화가 위협 받는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인들이 일본 자위대 창립 기념행사에 참석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회의원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조차 모르는 것인가? 우리에게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 '국민소환권’이 주어져 있다면 제일 먼저 소환대상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다. 3인의 ‘여성’의원 명단이 말해주는 것 그런데 이들의 명단을 살펴보면 5명의 국회의원 중 3명이 ‘여성’의원이다. “무조건 파병론자”로 알려진 송영선 의원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정무특보였던 나경원 의원은 그렇다 치고, 이번 17대 총선에서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가 여성 100인 국회보내기 운동을 하며 ‘여성후보’로 선정, 밀어 준 안명옥 의원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는 여성후보 선정 기준으로 ‘도덕성’과 ‘여성의식’까지 심사했다 했는데, 지금의 이러한 현실을 맞닥뜨리고 어떤 설명이 가능할 지 모르겠다. 여성정치세력화 운동으로 ‘밀어 준’ 여성정치인이 당선되자마자 곧바로 여성운동의 방향과는 정반대의, 반평화적이고 반여성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껴야 할 일이다. 사실 “여성정치인이 왜 저런 짓을?”이라고 굳이 물을 필요는 없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현실’은 정치의 영역에서 생물학적 여성이라고 다 여성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성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려내야 하며, 그것이 ‘여성정치’를 실현해가는 여성정치인들에게도 힘이 되는 일이다. 또한 해당 여성정치인의 활동이 소속 정당의 성격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자위대 창립 50주년 기념 행사에 기꺼이 참석한 ‘여성’국회의원들의 소속정당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최근 여성단체들이 여성국회의원 당선자들과 함께 ‘파병재검토’를 요구했을 때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이를 말해준다. “여성정치세력화의 방향타를 돌려야 한다”는 요구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데 얼마나 더 많은 근거가 필요한가. 여성정치세력화 운동은 이같은 우리의 정치 ‘현실’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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