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간 아내 죽일만 했다?

동정론 펴는 연합뉴스와 MSN투데이

김이정민 | 기사입력 2003/05/12 [01:00]

집나간 아내 죽일만 했다?

동정론 펴는 연합뉴스와 MSN투데이

김이정민 | 입력 : 2003/05/12 [01:00]
그날 그날의 화제를 전해주는 MSN투데이에 '재판부 고민에 빠뜨린 아내살해범'이라는 제목의 뉴스가 올라왔다. 머리글로 "재판부가 이같은 형량을 선고하게 된 데는 A씨가 아내를 살해하게 되기까지 겪은 안타까운 사연이 자리잡고 있다"고 나와, 과연 그 안타까운 사연이 무엇인가 하고 클릭한 순간, 악~ 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 5월 9일자의 해당기사는 "법정 최저형을 선고하기는 했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라는 판사의 말로 시작한다. 아내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살해범 남편에게 법정 최저형인 징역 5년을 선고한 이유를 기사에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A씨와 그의 아내는 1996년 10월 결혼해 아들까지 낳았으나 아내의 외도로 가정불화가 심각해지자 지난해 8월 이혼했다. 이후 아내 없이 혼자 힘으로 어린 아들을 기르던 A씨는 양육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지난 1월 아내를 설득, 재결합했지만 그의 아내는 3일만에 다시 집을 나갔다. 한달 만에 다시 찾아낸 A씨는 아내를 대전시 동구 장척동 포도밭으로 데리고 가 "함께 살자"며 설득을 거듭했으나 그의 아내는 심한 욕설을 퍼붓고 포도밭에 있던 둔기를 휘두르기까지 했다. 이에 A씨는 순간적인 감정을 못 이기고 둔기를 빼앗아 아내의 머리를 수 차례 폭행, 숨지게 한 뒤 암매장했다.">

무엇이 살인을 했는데도 안타까운 사연이란 말인가? 이혼한 후 남자 혼자서 아이를 기르는 것? 세상에는 이혼한 여자라는 낙인으로 직장 구하기도 어려운 처지에서 혼자 아이를 기르며 사는 여성들이 정말 '셀 수 없이' 많다. 그렇다면 혼자 힘으로 양육하기 어려워진 아내가 남편을 살해했다해도 안타까운 사연일까? 한국사회는 죽음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는 매맞는 아내들에게조차 '맞을 만하니 맞는다' '그럴 이유가 있겠지' '그래도 참고 살아야지'라고 하지, '남편 죽일만 했다' '집 나올만 했다'고 하지 않는다.

게다가 기사는 아내가 포도밭에서 둔기를 '휘둘렀다'고 하면서 마치 죽일만했다는 듯이 표현하고 있다. 같이 살기 싫다는 아내를 포도밭으로 끌고 간 남편이, 갑자기 아내에게 맞아 죽을까봐 겁이라도 났다는 건가? 아내를 죽인 것이 정당방위라도 된다는 건가?

그 남편은 '순간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아내를 죽인 후에, 암매장까지 했다. 강제로 같이 살자고 요구하다가 마음대로 안 되자 아내를 죽인 것이다. 당연히 그에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할 사람에게 법원이 최저형을 선고한 것은 지극히 성차별적인 한국법원의 관대함을 보여준다. 연합뉴스는 이를 비판하지는 못할망정 살해범에게 동정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 뉴스는 안타까운 사연이라는 이유로 MSN투데이에 화제 거리로 올라갔다. MSN은 기사 제휴를 통해 이미 만들어진 뉴스를 싣는 시스템이지만, 그 중 화제를 골라내고 중요한 기사를 선정하는 것은 MSN의 몫이다. 왜 이 기사가 굳이 메신저에 로그인 하자마자 팝업으로 보이는 가장 눈에 띄는 기사가 되어야 했을까? MSN도 남성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내를 죽여도 동정을 얻을 정도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허다하게 많은 남편들이 외도를 하며, 허다하게 많은 여성들이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연합뉴스와 MSN측은 알아야 한다. 과연 그 수많은 아내들이 남편을 살해했을 때 법원과 언론은 그녀들에게 동정표를 던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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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 2003/05/24 [13:07] 수정 | 삭제
  • 황당할 따름입니다 .
    왜 항상 여자는 참고만 살아야하는건지 a

    아직 한국은 양성평등의 인식자체가 바로 서지 않은것 같아
    정말 아쉽습니다
    나아져야할텐데 .-ㅇ-;
  • 허한나 2003/05/14 [09:24] 수정 | 삭제
  • 어느날 아는 친구들과의 이야기 끝에 한 남자애가 왜 여자들은 남녀차별을 반대하며 남자이기를 운하느냐는 이야기였다. 그의 말인즉, 남녀차별을 외치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자이기보다는 남자의 위치를 가지려는 여성을 이해할수 없다는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사들을 보아라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살해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살해당해도 맞당한 여자가 되어버렸다.
    내가 생각하는 입장에 여성 인권은 남자 인권과 같은것이다. 남성의 인권에 대한 존경심이나 질투심이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 같은 위치에 서있자는 것이다
    만약에 반대의 경우라면 그 누가 여성의 입장에서 이야기 해주겠는가.
    만약 남성들이 우리와 같은 인권을 같기를 원한다면 그것도 인권 평등이라는것이 내생각이다 단순히 마성의 위치만을 원하는것이 아니라 같은 곳에 서서 같이 볼수 있기를 바라는것이다.
  • 너무하다 2003/05/13 [14:27] 수정 | 삭제
  • '순간적으로 감정을 못 이기고' 죽였다는데
    그건 '자신을 죽일것 같아 정당방위로' 죽인 것과는 천지 차이 아닙니까?

    감정을 못이기고... 이건 엄연히 우발범입니다.
    살해 동기가 어찌됬건 우발범인 살해범입니다.
    그런 사람을, 5년밖에 안때리다니.
    남편에 감정이입을 한 판사들이라지만, 해도 너무 합니다.
    (참고로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이상의 징역 입니다.)

    법에 눈물이 있다고 했던가요.
    하지만 그게 언제 흘려야 할 눈물인지 대한민국 재판부는 아직 모르고 있군요
  • 페미닌자 2003/05/13 [13:17] 수정 | 삭제
  • 저도 엠에쓰엔 접속해서 그 기사 보고 속 뒤집어지는줄 알았습니다.
    대한민국 재판부들..알고는 있었지만..해도해도 너무한다..그런생각들더군요.
    죽지않을만큼 맞다 맞다 남편 죽인여자들 한테 그동안 얼마나 야박했습니까.
    멀 고민에 빠졌다는거며, 고민에 빠찐 재판부 어쩌구 난리쳐대는 꼴들이라니.
    잘 디볐슴다, 아주.
  • 초롱초롱 2003/05/12 [23:23] 수정 | 삭제
  • 영화 해피엔드에서도 마지막 장면은 끔직하더군요.
    바람핀 여자는 남편의 살의를 자극시키고, 여자는 끔직하게 죽어가구요.
    심지어 남편의 살의를 정당화시키려는 의도였겠지만, 처음의 남자친구와의 베드신을 적나라하게 찍구요,
    그리고 심지어 마지막에 전도연이 초상집의 등을 잡으려는(바람을 핀것이 계기가 되어 죽고싶다는 의미인 듯) 모습은 남편이 죽이기 전에 이미 괴로운 전도연이 죽고싶어 하는것으로 묘사가 되더군요.
    남편이 죽이지 않아도 이미 죽을 만큼 잘못했다는것을 시인하기라도 한 듯이 말이지요.
    영화를 보고나서, 남편이 너무했다는 얘긴 들리지 않았 습니다. 전도연의 정사씬을 봤다면 남편이 죽일만 하다는 얘기는 간간이 들리더군요...
  • 꿈의팝송 2003/05/12 [16:26] 수정 | 삭제
  • 어릴때 듣던말이있다 엄마에게.

    늘 말대꾸를 하거나 해서 오빠에게 어린시절 맞던 내게..

    '니가 대드니까맞지.. 약게굴어. 말대답말구 가만있으면 안맞잖아.잘처신해야지.'

    어느덧 머리가 좀 컸을때.. 난 이법칙을 적용하여 맞지않게되었다.

    예전 기억하고싶지도않은 남친의 폭력에..나는 좀 다쳤었다.

    아니 사실 코뼈가 부러졌었다.

    말이 코뼈가 부러진거지....... 그날 내 흰원피스는 다 피가 튀겼고 민박집 방의

    이불과 벽에도 다 피투성이였다. 당근 내얼굴도 피투성이었고.. 나는 겨우 민박

    집의 다른 사람들이 묵은 방으로 피신하여서 더이상의 상처를 막을수있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하는말,,

    어떻게 이렇게되었죠?...... 아~ 그러게 남자한테 어리석게 왜 대듭니까?

    내 코뼈를 부러트린 남친,, 내가 계속 치료비라도 달라고하자.

    '니가 대드니까 사람 열받게하니까 떄렸지.. 나도 너땜에 거기서 사람들한테

    쪽팔렸어. 나도 손해봤으니까 난 못줘'

    참으로 세상은 이렇다.

    아버지한테 맞으면서 커온 남친은.. 그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자신이 같은 전철을 밟으면서도........ 자신의 폭력은 정당화한다.

    그리고, 나는 그의 어머니가 내게 보여주는 멍든 팔을 보면서.. 이사람을 제대로

    파악하게되었다. 언젠가 그의 어머니를 때리려는 별거중인 아버지를..

    이 아들이란 과거남친이 막으려했던 모습을 본적이 있었는데 어찌된일인가.

    나는 여성...특히 매맞는 여성에게 관심을 갖게되었다.

    같은 여성도 겪기전엔...... 여자가 뭘 잘못해서 맞겟지 그러면서 왜같이 살어?

    하고 정말 이해할수없어할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듯..

    매맞는 여성을 도와줄 사람은 정말 여성뿐이다..

    털어놓기도 아직 너무 아프지만. 아무튼 이런 일이 있었다.
  • 아내 2003/05/12 [09:29] 수정 | 삭제
  • 남자와 남자와 남자가 짜고치는 곳.
    여자 판검사들이 전체 50%이상 차지한다면 판결도 좀 바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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