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날의 화제를 전해주는 MSN투데이에 '재판부 고민에 빠뜨린 아내살해범'이라는 제목의 뉴스가 올라왔다. 머리글로 "재판부가 이같은 형량을 선고하게 된 데는 A씨가 아내를 살해하게 되기까지 겪은 안타까운 사연이 자리잡고 있다"고 나와, 과연 그 안타까운 사연이 무엇인가 하고 클릭한 순간, 악~ 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 5월 9일자의 해당기사는 "법정 최저형을 선고하기는 했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라는 판사의 말로 시작한다. 아내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살해범 남편에게 법정 최저형인 징역 5년을 선고한 이유를 기사에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A씨와 그의 아내는 1996년 10월 결혼해 아들까지 낳았으나 아내의 외도로 가정불화가 심각해지자 지난해 8월 이혼했다. 이후 아내 없이 혼자 힘으로 어린 아들을 기르던 A씨는 양육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지난 1월 아내를 설득, 재결합했지만 그의 아내는 3일만에 다시 집을 나갔다. 한달 만에 다시 찾아낸 A씨는 아내를 대전시 동구 장척동 포도밭으로 데리고 가 "함께 살자"며 설득을 거듭했으나 그의 아내는 심한 욕설을 퍼붓고 포도밭에 있던 둔기를 휘두르기까지 했다. 이에 A씨는 순간적인 감정을 못 이기고 둔기를 빼앗아 아내의 머리를 수 차례 폭행, 숨지게 한 뒤 암매장했다."> 무엇이 살인을 했는데도 안타까운 사연이란 말인가? 이혼한 후 남자 혼자서 아이를 기르는 것? 세상에는 이혼한 여자라는 낙인으로 직장 구하기도 어려운 처지에서 혼자 아이를 기르며 사는 여성들이 정말 '셀 수 없이' 많다. 그렇다면 혼자 힘으로 양육하기 어려워진 아내가 남편을 살해했다해도 안타까운 사연일까? 한국사회는 죽음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는 매맞는 아내들에게조차 '맞을 만하니 맞는다' '그럴 이유가 있겠지' '그래도 참고 살아야지'라고 하지, '남편 죽일만 했다' '집 나올만 했다'고 하지 않는다. 게다가 기사는 아내가 포도밭에서 둔기를 '휘둘렀다'고 하면서 마치 죽일만했다는 듯이 표현하고 있다. 같이 살기 싫다는 아내를 포도밭으로 끌고 간 남편이, 갑자기 아내에게 맞아 죽을까봐 겁이라도 났다는 건가? 아내를 죽인 것이 정당방위라도 된다는 건가? 그 남편은 '순간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아내를 죽인 후에, 암매장까지 했다. 강제로 같이 살자고 요구하다가 마음대로 안 되자 아내를 죽인 것이다. 당연히 그에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할 사람에게 법원이 최저형을 선고한 것은 지극히 성차별적인 한국법원의 관대함을 보여준다. 연합뉴스는 이를 비판하지는 못할망정 살해범에게 동정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 뉴스는 안타까운 사연이라는 이유로 MSN투데이에 화제 거리로 올라갔다. MSN은 기사 제휴를 통해 이미 만들어진 뉴스를 싣는 시스템이지만, 그 중 화제를 골라내고 중요한 기사를 선정하는 것은 MSN의 몫이다. 왜 이 기사가 굳이 메신저에 로그인 하자마자 팝업으로 보이는 가장 눈에 띄는 기사가 되어야 했을까? MSN도 남성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내를 죽여도 동정을 얻을 정도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허다하게 많은 남편들이 외도를 하며, 허다하게 많은 여성들이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연합뉴스와 MSN측은 알아야 한다. 과연 그 수많은 아내들이 남편을 살해했을 때 법원과 언론은 그녀들에게 동정표를 던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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