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Life: 공짜는 없지

마돈나의 새로운 모험

최임성향 | 기사입력 2003/05/15 [01:58]

American Life: 공짜는 없지

마돈나의 새로운 모험

최임성향 | 입력 : 2003/05/15 [01:58]
이제 음악을 말할 때 뮤직비디오를 빼 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장르를 불문하고 뮤직비디오 없이 앨범을 홍보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 뮤직 비디오의 초기시대 즈음에 데뷔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슈를 몰고 다니며 성공해온 가수가 있다. 그녀는 바로 팝의 여왕 마돈나. 그녀의 음악적 정체성은 몰라도, 그녀의 앨범이 올해로 몇 번째인지는 몰라도, 그녀가 찍은 뮤직 비디오만은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녀는 팝의 여왕이자, 뮤직비디오의 여왕이다.

생각해보자. 마돈나의 음악 세계라고 한다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그녀의 음악은 몇 가지 뚜렷한 음악적 형식을 보여주기보다는, 당대의 스타일을 적절히 반영하여 음악적 유행을 일으키는 팝의 대중성 그 자체가 더 비중이 있다. 팝음악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로큰롤에서 재즈나 소울, 힙합, 테크노와 트랜스까지 유행한다 싶은 음악들은 마돈나의 앨범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물론 처음 데뷔 때보다는 가창력이 좋아졌다거나, 음악적으로 풍부해졌다는 평가가 있지만, 실상 대중들은 그녀의 음악적 가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마돈나 스스로도 그런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녀의 음악은 대중에서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 들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청각에 의존해야 하는 음악에 시각적 이미지가 실어줄 수 있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데뷔시절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마돈나의 9번째 앨범 American Life에 대한 세간의 논쟁이 들린다. 주로 ‘마돈나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듣는 모양이다. 데뷔초기에는 발랄하고 반항적인 소녀의 거칠고 조악함과 특유의 섹시함을 주된 이미지로 사용하였고 그 후에는 여성의 성적 표현의 당당함과 지배적인 이미지를 주로 사용하였던 마돈나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노래를 특별히 잘한다기보다는 대중을 상대로 자신의 노래(메시지)를 당당하게 전달하는 것과 특정한 이미지(도발적인 소녀 혹은 요녀)로서의 마돈나를 보고, 당당하며 아름다운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한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실제로는 그로 인해 현실의 여성들이 더욱 왜곡된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렸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여기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마돈나의 이미지는 말 그대로 음악 상품으로서의 이미지일 뿐이고, 여기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러한 상품적 이미지 하나 하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이미지 차용’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다.

마돈나의 음악 세계를 조금만 살펴보면 사실상 그녀의 변화(어떤 의미로든)가 ‘Ray of Light’, ‘Music’ 앨범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전 앨범들과는 확연히 다르게도 그녀는 우울한 표정과 가라앉은 목소리로 인생을 이야기한다. 또한 여성 뮤지션으로서의 자신의 모습과 삶에 대한 고민과 회의, 음악 그 자체에 대한 성장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보이는 앨범들이었다.

그런 앨범들 속에서 그녀는 평론가들에게 어느 정도의 호평을 듣기는 했지만, 팝 아이콘으로서의 마돈나를 기억하고 기대하는 대중들에게는 외면당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했다. 그 시기에 몇 번의 연애와 이별 끝에 딸을 낳고 현재의 남편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전까지 성적 우월성을 보여주는, 강렬하고 자극적인 여성의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여성스러운 모습과 강한 모성애를 과시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준비한 것이다. 그녀의 실제 생활이 어떠하든 간에 외부에 자신을 적절히 노출시킴으로서 자신의 인기를 유지시켜왔던 스캔들 메이커가 ‘적당히 보여주는’ 모성애와 여성스러움은 결국 새로운 앨범의 발매와 함께 이루어질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의 일부일 수 있다.




또한 이번 앨범 ‘American Life’도 실상 반전의 내용이라기보다는 아메리칸 드림과 물질적 풍요와 성공에도 불구하고 생기는 인간적인 공허함을 토로하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그녀가 뮤직비디오로 선택한 것은, 부시(를 닮은 남자)에게 수류탄을 던지며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여주고 날아오르는 헬기였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버전으로 바뀌어 여러 가지 국기를 배경으로 그녀의 얼굴이 클로즈업될 뿐이지만….)

마돈나보다 더 ‘도발’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그녀가 만들어 대중에게 보여주는 ‘마돈나 이미지’는 다름아닌 ‘도발’이다. 기존의 사회 체제와 가치관에 대한 도발. 그러나 도발은 결코 전복이나 도전이 아니며 그저 볼멘소리를 늘어놓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뮤직 비디오는 ‘짧은 영화 혹은 긴 광고’라는 말처럼, 짧고 간결한 구조 속에서도 다양한 시각 이미지를 통해 확실한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 결국 표현하는 음악의 내용이 어떠하든,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이든, 그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더라도 시각적인 자극이 충분하고 메시지가 확실하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완전한 구조를 가지고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다. 마돈나는 이것을 그대로 실행했다. 그녀의 노래 내용 자체와는 크게 관계없더라도 시각적으로 아주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이나,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을 받는 이미지나, 웨스턴과 힙합의 분위기까지 적절히 섞어낸 그녀의 뮤직비디오는 그 자체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드디어 그녀의 뮤직비디오 American Life가 조금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마돈나가 반전주의자인가? 의미 없는 질문이다. 마돈나가 반전주의자이길 바라는(또는 바라지 않는) 사람들의 또 다른 이미지 메이킹이다. 마돈나의 이번 앨범을 알리기 위한 적절한 방식으로 반전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고, 또한 자신이 지지하는 바를 자신의 방식으로 풀어낸 것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상품으로서의 이미지를 팔아먹기 위해서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그녀는 보수주의의 극을 달리고 있는 현재의 미국에서, 당장 새 앨범을 말아먹을 지도 모르는 모험을 걸고 그 이미지를 고수했다.

이번 앨범을 포함해서 마돈나의 음악적 변화가 과연 긍정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다른 가수들이 시도하기 어려운 일을 해낸 용기만큼은 칭찬할 만 하다. 주인공이 꼭 죽어야만 하는 애절하기 짝이 없는 내용의 드라마 형식의 뮤직비디오나 온갖 예쁜 척, 멋있는 척을 다 하며 카메라 앞에서 재롱 떠는 뮤직비디오보다는 조금 더 봐줄 만 하지 않는가.



American Life 전곡 가사

Do I have to change my name? Will it get me far?
내가 이름을 바꿔야 할까? 그러면 성공할 수 있나?
Should I lose some weight? Am I gonna be a star?
살을 빼야 할까? 그러면 스타가 될 수 있나?
I tried to be a boy, I tried to be a girl
남자도 여자도 되어 보려고 했어.
I tried to be a mess, I tried to be the best
아무렇게나 살려고도, 최고가 되려고도 했어.
I guess I did it wrong, That's why I wrote this song
잘못 한 것 같아. 그래서 이 노래를 썼지.
This type of modern life - Is it for me ?
이것이야말로 최신식 인생 ? 내 것일까?
This type of modern life - Is it for free ?
이것이야말로 최신식 인생 ? 공짜로 가져도 될까?
I went into a bar looking for sympathy
위로를 받으려고 바에 갔었지.
A little company - I tried to find a friend
사람들이랑 좀 어울려보려고.
Its more easily said it's always been the same
사실은 늘 그랬었다고 하는 것이 맞겠지.
This type of modern life - Is not for me
이것이야말로 최신식 인생 ? 내 것은 아니야.
This type of modern life - Is not for free
이것이야말로 최신식 인생 ? 공짜는 아니지.

American life
미국적인 삶.
I live the American dream
난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살지.
You are the best thing I've seen,
넌 내가 본 것 중 최고야.
You are not just a dream
넌 그저 꿈이 아니야.
I tried to stay ahead, I tried to stay on top
난 앞서 나가려고, 최고가 되려고 했지.
I tried to play the part, but somehow I forgot
나를 꾸몄어. 하지만 잊어버렸어.
Just what I did it for and why I wanted more
무얼 위해 그랬는지, 왜 난 더 원했었는지..
This type of modern life - Is not for me
이것이야말로 최신식 인생 ? 내 것은 아니야.
This type of modern life - Is not for free
이것이야말로 최신식 인생 ? 공짜는 아니지.

I tried to be a boy, I tried to be a girl
I tried to be a mess, I tried to be the best
I tried to find a friend, I tried to stay ahead
I tried to stay on top......

Fuck it...
Yeah, Fuck it

I'm drinking a Soy latte
나는 콩으로 만든 라떼를 먹어
I get a double shot
두 잔을..
It goes right through my body
온 몸에 바로 퍼지고 있어.
And you know I'm satisfied,
그래 난 만족하고 있어.

I drive my mini cooper
난 나의 작은 차를 운전하지.
And I'm feeling super-dooper
끝내 주는군.
Yo they tell I'm a trooper
사람들이 날 용사라고 부르는군.
And you know I'm satisfied
난 만족해.
(rap)
I do yoga and pilates
난 요가와 필라테스를 해.
And the room is full of hotties
내방은 탕파로 채워져있어
So I'm checking out the bodies
그렇게 내 몸을 관리하고 있어
And you know I'm satisfied
난 만족해.
I'm digging on the isotopes
난 동위원소를 탐구해.
This metaphysic's shit is dope
이런 형이상학이 무슨 소용있겠어.
And if all this can give me hope
만약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희망을 줄수 있다면
You know I'm satisfied
난 만족할거야.
I got a lawyer and a manager
난 변호사,매니저,
An agent and a chef
에이전트,요리사,
Three nannies, an assistant
3명의 하녀, 조수가 한 명,
And a driver and a jet
운전기사,비행기,
A trainer and a butler
트레이너,집사,
And a bodyguard or five
몇 명의 보디가드,
A gardener and a stylist
정원관리사,디자이너가 있어.
Do you think I'm satisfied
내가 이 모든 것에 만족한다고 생각해?
I'd like to express my extreme point of view
난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
I'm not christian and I'm not a jew
난 기독교인도 아니고 유태인도 아니야.
I'm just living out the American dream
난 그저 아메리칸 드림 속에서 버텨나갈 뿐.
And I just realized that nothing is what it seems
내가 보는 세상이 아무것도 아닌걸 깨달았어.

Do I have to change my name
Am I gonna be a star
Do I have to change my name
Am I gonna be a star?
Do I have to change my name

Fuck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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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배방지 이미지

  • 그녀 2003/05/16 [22:11] 수정 | 삭제
  • 본명이라지요. 마돈나.
    무겁지 않은 이미지인데도 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그녀.
    American Life 가사를 보니 Material Girl 가사가 떠오르네요.

    You know that we are living in a material world
    And I am a material girl
  • 머니 메이킹 2003/05/16 [11:51] 수정 | 삭제
  • '또 다른 이미지 메이킹' 이라는 말에 동감입니다.

    그녀는 앞으로도 그녀의 노래가사처럼 끝없는 공허함을 채우기위해 끝없이 변신하며 계속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 하리라 봅니다.

    그녀가 반전을 외치는 것이 글쎄요. 용감한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잃을 건 없을 까라고 봐요. 이점에서 마돈나는고도의 계략가인지도 몰라요. 미국인들의 이중성을 파고 들고 있으며 자신의 솔직한 심경을 고백하며 현대인들의 공허함도 건드려주고 있으니까요.

    반전? 글쎄요~ 좀 역겨운 반전 아닐까요?
  • Like it 2003/05/16 [01:51] 수정 | 삭제
  • 마돈나 처음 나왔을 때 한국에서 '걸레'라고 불렀죠.
    도발적인 이미지가 천박해보였죠.

    그녀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제목이 기억안나는 코미디영화였는데요.
    마돈나 자체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린 영화였죠.
    방방 뛰고 섹시하고 순진한 면도 있는 그런 이미지였어요.
    영화가 블랙코미디였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이미지였는데요.
    전 그 때 마돈나가 알고보면 계략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그리고 그 영화에 나오는 그녀의 음악들은 아름다웠죠.
    마돈나가 노래를 잘 하는 가수라는 걸 알았어요.

    마돈나의 음반을 사고 뮤직비디오도 구해서 보았는데요.
    Cherish 곡이 들어있는 앨범이 처음으로 사서 들은 음반이죠.
    그녀의 뮤직비디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음악이 아닌 영상인데요.
    남자인어가 나오는 거였어요.
    남자인어는 마돈나가 처음 탄생시킨 게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신선한 충격을 받았죠.

    누드앨범도 내고 일본에선 포르노같은 공연도 했던 그녀.
    천사로 변신했다가 어머니도 되었다가 색다른 전사로 재등장했죠.
    마돈나는 변덕스런 대중들보다도 더 빨리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사람같아요.
    그래서 그녀를 보면 사랑스럽지는 않지만 어느새 경이와 찬사를 보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 팬이야 2003/05/15 [10:31] 수정 | 삭제
  • 이미지메이킹으로만 그녀를 파악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해요.
    아무리 마돈나를 이해하려해도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는 없다는 결론을 얻었으니까요. ㅠㅠ (갈등때리게하는 마돈나 언뉘..)
    그치만 그녀는 반전주의자가 맞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용기는 보기 드문 것인데 (예전처럼) 마돈나답다고만 볼 일이 아닌 것 같더라구요.
  • 팬이야 2003/05/15 [09:54] 수정 | 삭제
  • 지겹게 매력적인 사람
  • music 2003/05/15 [02:52] 수정 | 삭제
  • 그러니까
    마돈나의 '음악세계(?)', '잘들 모를'테니 그렇다 치고,
    '적당히 보여주는' 사생활도 어영부영 그렇다 치고,
    반전주의자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사실 별로 중요할 것도 없는
    뮤직비디오도 그렇다 치고...

    다 '그렇다 치고',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나서는 뭘 '시도'했다는 건지, 어떤 '용기'를 칭찬하겠다는 건지.
    흐음. 뭔가 부족하네요.
    단지, 비문이 많아 제가 이해를 잘 하지 못한 것만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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