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제압이 중요하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

문이정민 | 기사입력 2004/11/14 [21:00]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

문이정민 | 입력 : 2004/11/14 [21:00]
교사인 친구가 다소 고민이 되는 얼굴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는다. 한 학생이 규칙을 어겨 혼을 내는 와중에 자신도 모르게 다소 과잉 대응을 한 것 같다는 것이었다. 학생이 분명 잘못을 하긴 했지만 교사인 자신의 대응도 그리 적절했던 것 같지 않아 사과를 하려 했더니, 동료교사들이 말리면서 “사과하면 애들이 기세 등등해진다. 만만하게 보여선 안 된다”고 조언을 하더라는 것. 잘못한 것이 있으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인간관계의 원칙임에도 그것이 교사-학생의 관계라면, 이야기는 사뭇 달라진다.

사실 초임교사들이 현장에 발 딛자마자 가장 많이 듣는 조언 중에 하나가 “초기에 애들을 잡아라, 절대 만만하게 보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비단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언뜻 학창시절을 떠올려봐도 학생들에게는 ‘만만한 선생’과 ‘만만하지 않은 선생’이 존재한다. 착하고 민주적인 교사는 자칫 ‘만만하게’ 보이기 일쑤다. 엄하고 무서운 교사에게는 ‘알아서 기지만’, 순하고 물렁해 보이는 교사에게는 한없이 ‘잔인해지는’ 학생들의 생리 역시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교생실습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동료교생이 수업을 마치고 교생실에 들어오자마자 펑펑 울기 시작했다. 도대체가 학생들이 “통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얼굴이 크다”느니 “어느 대학 나왔느냐”면서 수업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툭툭, 내뱉으며 수업분위기를 잔뜩 흐리니 당황한 교생은 수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결국 동료 교생들이 수업참관을 통한 대대적인 감시에 들어갔고 ‘점수 깎기’(학교현장에는 벌점제도가 존재했다) 위협 등을 통해 애들 ‘기 죽이기’에 돌입해야 했다.

수업을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애들 기 죽이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왜 끊임없이 교사와 학생 간에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존재하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교사-학생’ 관계가 ‘인간 대 인간’으로 정립되기 어렵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권위주의적이고 단체주의적인 교육시스템 때문은 아닐까. 자신의 욕구나 의도와 관계없이 한 교실에 삼사십 명씩 빼곡히 들어앉아 있는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들이나, 이 많은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상대할 수 없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통제’해야만 수업을 운영할 수 있는 교사들이나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다음은 서로 ‘통제하기’와 ‘벗어나기’의 계산만 작동할 뿐, 평등하고 민주적인 인간관계 형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교사가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해 ‘권위’만을 내세울 때 학생들에게는 ‘복종’이냐, ‘반항’이냐의 선택밖에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너무나 ‘길들여져 버린’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정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역할과 판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란 권력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민하던 친구는 결국 학생에게 사과를 했다고 했다. 잘못한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교사의 권위’를 뒷받침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사과를 하는 것이 더욱 ‘교육적인 행위’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학생은 그 사과를 받고 교사를 만만하게 봤을까. 다행히도 그 학생은 사과를 받고 다소 놀라는 듯 하더니, 이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학생들이 교사를 만만하게 보느냐, 아니냐를 계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학생의 신뢰관계 형성에 있어서 어떤 것이 더 교육적으로 올바른 것인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교사의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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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인 2004/11/19 [17:55] 수정 | 삭제
  • 교사-학생의 관계가 권력적일 것을 강제하는 학교시스템, 동의합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기가 참 힘이 듭니다. 해답이 잘 안 나옵니다.
    그래서 최근 학생들을 만날 때 전과 같은 에너지가 나오지 않습니다.

    일종의 페르소나가 필요한지, 그냥 솔직하면 되는 건지, 정체상태의 고민.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다.'

    학생들에게 강한 자란 때리는 자, 약한 자란 친절한 자라는 생각을 합니다.
    좋아하는 교사의 상이야 물론 친절한 사람이겠지만, 동시에 쉬운 사람으로 여기기도 하죠..이건 인간 일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고 봅니다. 수용적이고 민주적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쉽게 여기니까요. '비겁함'은 비단 학생들에게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누군가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고 말씀을 하시대요. 하지만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전부가 그렇진 않겠지만, 이쪽의 진심을 몰라줄 때 참으로 섭섭합니다. 인간적인 배신감..애들이니까, 라고 넘겨버리기엔 상처가 큽니다. 욕심을 버려야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무관심은 금물이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또다시 집착하게 됩니다.

    요즘은 교사생활이 재미가 없습니다. 인간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래저래 아무런 생각하지 말고, 교사-학생의 관계를 관리자 대 관리대상으로 바라보면 차라리 편할라나요...

    웃고 떠들고 인사 잘 하고 예쁜 척 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이중성을 느낍니다. 과장된 액션은 싫어요. 진짜 '관계'를 맺고 싶은데, 저는 그들에게 결국 인간이 아니라 스쳐가는 교사일 뿐이겠죠. 주는 것이 당연한 사람이 교사고 받는 것이 당연한 사람이 학생이겠죠. 순간의 이해관계를 위해, 순간의 재미를 위해, 인간을 이용하는 것이 인간이기도 하니까요.

    일단은, 제게 주어진 '관리자'의 역할이 못 견디게 싫습니다...'스승'이란 무엇일까요....인간 대 인간으로 만난다는 건 뭐죠? 진심은 통하긴 하나요? 욕심이 너무 많은 걸까요? 연륜이 부족한 탓인가요? 비애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 경희 2004/11/16 [11:34] 수정 | 삭제
  •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부모나 사회 생활에서 처음 만나는 교사나 대부분 힘을 통한 억압을 사용한다.
    왜냐하면 쉽고, 효과가 눈에 금세 나타나고, 본인들도 어렸을 때 그 방법으로 길러졌으니까..
    내가 어렸을때 기성세대의 힘에 대해 저항하고 거부해왔었는데, 나 역시 그런 어른이 되어버린다.
    '다 너 좋으라고, 잘 되라고 그러는게야.' 라는 말로 합리화시키면서.
    이렇게 힘-체벌, 벌칙...-을 바탕으로 한 관계는 아이가 자랄수록, 그래서 힘이 세어질수록 그 능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이 인간에게 갖는 믿음과 존경의 관계가 왜 사회의 기본인 가정과 학교에서 이루어지지 않는걸까?
  • 2004/11/16 [00:49] 수정 | 삭제
  • 나 중학교 때 내가 좋아했던 선생님이 애들에게 이런 말을 하셨다.
    "너희는 너희한테 잘 못하고, 화내고, 무섭게 하는 선생님을 더 좋아하지?"
    우리는 "아니요~~~~" 극구 부인을 했는데, 그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셨던 것 같다.
    물론 그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잘 하는, 화내는 법 없는 친절한 분이었다.

    무섭게 하고 농담따먹기나 하는 그런 선생님들 중에서도 인기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린 '미친개'나 '변태'같은 선생님보다는 우리에게 친절한 선생님을 좋아했다고 생각한다.

    잊지 못할 선생님들 중엔, 학생을 때리는 선생님에게 학생대신 나서서 싸우셨던 선생님이 계신다.
    여선생님이었는데 나이도 얼마 많지 않아서, 선생님들과 그런 문제로 싸우는 거 참 힘든 일이었을 것 같다. 학창시절 통틀어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이다.
    그 선생님은 우리에게 항상 존대말로 얘기를 하셨다.
    만약에 학생들이 다 모여서 인기투표를 했다면 아마 그 선생님이 1등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에 대해서 인간적으로 좋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면..
    학생들도 그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대할때나 수업때에도 다른 자세를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 보라 2004/11/15 [17:38] 수정 | 삭제
  • 학생들도 심하죠. 우리 때만 해도 교사가 만만하게 보이면 "가지고 놀려고" 했으니까요.
    그래도 그렇게 악한 맘을 먹는 건 아니었는데, 교사-학생 관계회복은 무너져버린 교실에서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 선생님의 자세는 참 훌륭하네요.
  • ㅈㄷㅈ 2004/11/14 [21:13] 수정 | 삭제
  • 요즘에 하두 선생을 경찰에 신고하는 학생들이많아져서
    선생들이 학생이 잘못을 저질러도 충고나 지적을 안해준다고 합니다.
    괜히 구설수에 오르기 싫타고 하더군요...
    모든 선생들이 처음에는 학생들과 잘 지낼려고 노력을합니다.
    아무튼 요즘엔 학생들을 다그치고 바른길로 인도해줄려는 선생들이 없어서
    청소년범죄가 갈수록 늘어나고 탈선하는 청소년들도 늘어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학생이 선생님의 사과를 받았다고해서 처음엔 뻘쭘해서 저런반응을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만만하게 봅니다. 저 선생은 장난을쳐도 쉽게 넘어가는 선생이다라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게되죠...다른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학습환경을 방해하는
    학생들은 따끔하게 혼내줄필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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