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에 대한 불신 극복하려면

성매매 여성들과 신뢰 쌓으려는 노력 필요

문이정민 | 기사입력 2004/11/21 [22:50]

쉼터에 대한 불신 극복하려면

성매매 여성들과 신뢰 쌓으려는 노력 필요

문이정민 | 입력 : 2004/11/21 [22:50]
“쉼터는 제가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확실히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곳입니다. 뭘 배우고 싶다면 그게 뭐가 됐던지 그냥 열심히 배워 내 것으로 만들면 됩니다. 돈이 많이 들어서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는 경우는 쉼터 들어오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19일, 보호시설의 실제모습과 자활과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다시함께센터, 다시함께쉼터, 휴먼케어센터, 여울쉼터, 나자렛성가정공동체 주최)에서 발표된 탈성매매 여성의 고백이다. 그는 현재 대학입시를 준비 중이며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거대한 성 산업 구조를 빠져 나와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그에게 쉼터는 든든한 후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날 행사는 보호시설에 대한 성매매 여성들의 불신감이 팽배해있는 현 상황에서 쉼터에 대한 실제적인 정보와 경험을 제공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쉼터 수기를 발표한 탈성매매 여성은 "처음에는 과연 할 수 있을까,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모여 뭘 할까, 막막했지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냈다"면서 "지금은 직업교육에만 몰두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에게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자신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매매 여성들 보호시설에 대한 불신 커

탈성매매 여성에 대한 보호시설의 자립지원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성매매 여성들은 현장을 빠져 나온다고 해도 정작 보호시설인 쉼터 입소를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술과 담배, 불규칙적인 생활환경에 익숙해져 있다가 갑자기 규칙적인 단체생활과 교육프로그램 등에 적응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쉼터에 입소한 여성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답답하고 적응하기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이 실제적인 사회적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심도 한몫 한다. “철조망에서 빨간 벽돌로 바꾼다하여 과연 무엇이 얼마만큼 달라진다는 것입니까?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권리 중 하나인 일조권마저 빼앗아 가는 그런 곳에서 저희들이 권리를 얼마만큼 누릴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재활프로그램 또한 꽃꽂이, 미용사, 애견미용 등으로 극히 한정돼 있으며 자격증을 취득해도 꼭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단식농성 중인 ‘한.여.연’(전국한터여종사자연맹) 소속 성매매 여성들이 집회 현장에서 호소한 내용의 일부다. 아직도 이들은 보호시설이라고 하면 ‘1995년 경기기술학원 화재 사건’을 떠올릴 만큼 불신감이 깊다. 무엇보다 “재활프로그램을 받고 있는 여성들이 지금은 그렇게 말하지만 정작 나중에 정말 취직이 되는지 궁금하다”고 묻는다. 업소를 나와서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신뢰 구축하려는 노력 필요

성매매 여성들이 보다 자신감과 용기를 갖고 업소를 나와 새로운 삶을 결심하기 위해서는 자활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단체들의 지속적인 홍보와 신뢰구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쉼터를 운영하는 단체에서 프로그램 이후 탈성매매 여성들의 자립현황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홍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들과 가능한 많은 만남을 통해 쉼터와 재활 교육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현재 이뤄지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도 필요하다. 성매매 여성들의 실질적인 필요와 요구에 맞춘 프로그램인지, 예절교육이나 다도 등 여성 성 역할을 강조하는 고루하고 구태의연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지, 그들이 노동시장에 나가 적응할 수 있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등 실제적인 피드백을 통해 끊임없이 실효성 있는 자립프로그램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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