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4일(국내시간), EPA를 통해 인도 보팔의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염색된 병아리들의 사진이 흥미로운 ‘월드토픽’으로 보도됐다. 빨강, 녹색 등으로 현란하게 염색이 된 병아리들이 “가격은 각기 다르지만 하루 평균 2만 마리 이상 팔리고 있다”는 점도 사진 설명으로 곁들여졌다. 이 사진 기사는 게시판이나 개인 블로그 등에 엽기, 유머 사진으로 포스팅 되고 있다. 병아리에게 염색을 한다는 것이 독특한 아이디어쯤으로 여겨진 것일까.
염색약은 독한 화학약품이다. 작고 약한 병아리에게 염색약을 쏟아 부었으니, 그 생명체에 미친 영향은 안 봐도 뻔하다. 실제로 이 병아리들은 약하고 키우는 과정에서 쉽게 죽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염색된 병아리가 이색뉴스 정도로 다루어질 성질의 것인가. 사람들의 순간적 흥미거리를 위해 동물을 “살아있는 인형”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데도? 생명을 가벼이 다루는 우리 사회의 문화도 문제지만, 그에 못지 않게 심각한 것은 언론과 방송의 척박한 생명감수성이다. 'TV동물농장', '주주클럽' 등 각 방송사의 동물소재 오락프로그램들의 동물학대는 시민단체들에 의해 누누이 지적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물소재 프로그램들은 동물들을 ‘사람을 위해 재롱을 피워주는 존재’로서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오락프로뿐만 아니라 교양프로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동물 서커스’의 보도는 더욱 심각하다. 동물서커스는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과정은 ‘고문’에 가깝다. 서커스 ‘훈련’은 동물들이 원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채찍 등의 폭력, 굶주림, 심지어 전기충격까지 ‘훈련’의 도구로 이용된다. ‘굶지 않기 위해’, ‘맞지 않기 위해’ 동물들은 어쩔 수 없이 ‘재주’를 익혀야 하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페인, 덴마크, 인도, 이스라엘 등의 국가에서 서커스에 동물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국외에서 동물보호의 움직임은 더욱 거세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도 ‘동물보호법’을 개정하는 등, 인간 이외의 생명 또한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긍정적인 인식변화로 조금씩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을 선도해 나가야 하는 것이 방송의 의무일 것이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동물 서커스를 보도하면서 이를 마치 ‘동물 사랑’이거나 ‘동물과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 라고 말한다. 그러나 교복을 입고 책걸상에 앉아 수업 듣는 모양새를 흉내 내는 원숭이를 보면서 “귀엽다”며 감탄하는 것이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하는 원숭이든, 농구를 하는 원숭이든 그 어느 쪽도 본래 원숭이의 생태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아무리 원숭이 서커스를 열심히 본다고 해도 ‘원숭이라는 생명’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그저 ‘인간의 눈요기를 위해’ 재주부리는 동물이 있을 따름이다. 언론과 방송이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시키는데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이 요구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목 끌기’에만 치중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지닌 생명감수성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 한시가 급한 일이다. 동물들의 고통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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