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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독자들에게 드리는 편지

조이여울 | 기사입력 2005/01/0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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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독자들에게 드리는 편지

조이여울 | 입력 : 2005/01/03 [00:33]
일다 송년회를 맞아 2004년 <일다>의 한 해가 어떠했는가를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새해를 맞아 신년인사 겸 2005년 일다의 계획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지만 역시 뾰족이 떠오르는 얘기는 없고, 다만 만감이 교차할 따름입니다.

올해엔 좀더 편안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일다의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나누어봐야겠다는 생각에 ‘편집장 메일’을 쓰고 있습니다.

한창 일다 사람들과 송년회를 준비할 즈음 ‘일다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무거운 화제가 던져졌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란 이대로 지속할 것인가, 재충전의 기간을 가질 것인가, 혹은 폐간을 할 것인가의 논의입니다.

독자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에 의지하고 있는 일다의 운영은 예고된 재정난과 인력난과의 지속적인 싸움이었지만, 1년 반을 넘긴 이 시기에 드디어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걸 알게 됐죠. 모 방송사 기자의 말을 빌리자면 “소형차라도 기름이 있어야 굴러가는 것 아니겠느냐”는 비유가 적절할 것입니다.

일다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마땅한 답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모두들 마음이야 일다가 지속되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러나 처음부터 모래밭에 쌓은 성을 무리하게 지탱해나가도록 결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송년회 준비를 함께 하겠다고 자원해주신 독자들에게도 이 문제에 대해 약간 운을 떼보았습니다. 밖에서 보는 <일다>는 이제 자리가 확실히 잡혔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해 보인다고도 합니다. 인권을 이야기하기엔 더욱 척박해지는 사회에서, 여성주의를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는 이 매체가 사라질 거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거라고들 했죠.

저는 지금 <일다>를 접는다 해도 일다의 실험과 그 내용과 정신은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든 이어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개인적으론 몸도 마음도 형편도 어려운지라 잠시 일을 멈추고 오직 스스로를 챙기며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욕심도 큽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일다를 꾸려오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특히 어떤 연분도 없이 일다를 후원해주셨던 ‘일다의 친구’들과, 변변한 원고료도 없이 기사독촉을 해대는 일다 측에 지속적으로 글을 보내주셨던 많은 기자들이 눈에 밟힙니다. 그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지라도 일다 편집장으로서, 저는 그 모든 분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진 기분입니다.

그런 복잡하고 어두운 심정으로 일다 사람들은 송년회를 치렀습니다. 작년 5월 ‘일다 후원의 밤’에서도 그랬지만 송년회엔 일다를 아끼는 많은 분들이 격려 차 방문을 해주셨습니다. 새롭게 연대 제안을 해주신 외국인노동자들도 만나 뵈었고, 일다에 기사를 쓰고 싶다는 고마운 필자들도 만났고, 일다와 같은 매체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얘기해주신 타 언론사 기자들도 계셨습니다.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송년회 후원금을 통해 일다를 운영할 수 있는 기간은 2~3개월 남짓. 그 때까지만 버티는 것으로 하자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었는데, 송년회에서 일다 독자들의 얼굴을 직접 대면하고 나니 일다를 계속 운영해갈 용기보다 일다의 실험을 중단하는데 필요한 용기가 더 크다는 걸 알았습니다.

지금 일다는 계속 고민 중입니다. 아마도 선뜻 정할 문제가 아니고, 많은 조언과 많은 도움과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어떤 매체가 이런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할까 싶습니다만 일다는 처음부터 많은 독자들의 지지로 생겨났고, 오로지 그 힘으로 유지해 온 매체이기 때문에, 일다에 애정을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께 솔직하게 일다의 상황을 전달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신년인사 대신 이런 편지를 쓰게 됐습니다.

일다는 다이어리 판매 등을 통해 비축한 돈으로 조만간 ‘여성정치세력화’와 관련한 책을 출판할 계획에 있습니다. 재정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보다 싼 곳으로 사무실도 이전할 겁니다. 일다의 미래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해도 일다의 첫 출발이 독자들의 지지와 후원이었듯이, 지금도, 앞으로도 독자들과의 소중한 관계를 잊지 않고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입니다. 일다는 세상의 주류가 되는 방식과는 다른 방식을 찾고 주류의 목소리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자 했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 시도가 앞으로는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 모르지만, 사회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려는 사람들의 바람은 분명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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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고기 2005/01/05 [12:23] 수정 | 삭제
  • 오래 전 일인 것처럼 생각되더군요. 일다에 거는 기대가 컸지만, 일다는 제 기대를 뛰어넘었고 지금은 생각보다도 많이 알려진 것 같아요.
    일다같은 데는 없지만 인터넷 매체 중에서 상업성이 있는 곳 말고는 살아남기 어렵잖아요. 일다가 꼬박꼬박 업데이트되는 게 신기했어요. 이것 보통 일이 아닌데 진짜 다른 뉴스기관처럼 운영이 되는구나 해서요. 그렇지만 운영하시는 분들이 계속 힘들게 가는 거는 저도 반대에요. 안정적인 후원금을 확보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 같고, 그게 안 된다면 어렵지 않을까요. 그리고 업데이트 간격을 늦추거나 매체를 만드는 분들이 재충전할 시간도 있었으면 해요.

    일다 운영하시는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야 해요.
  • Waltz 2005/01/04 [00:50] 수정 | 삭제
  • 친구 소개로 일다를 알게되면서 지금까지 많은 걸 배웠어요.
    일다를 만드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일이어야 하는데 너무 힘드신 것 같네요. 흘...
    송년회 때 분위기 좋았는데 그런 속사정이 있었다니...
    앞으로도 편집장님의 메일 계속~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이채 2005/01/03 [23:56] 수정 | 삭제
  • 백조인 저로서는 이것밖에 못드리네요, 그러나 "힘힘힘"!
  • 2005/01/03 [21:03] 수정 | 삭제
  • 국방의무동안 받는 식대와 차비를 일다후원에 쓰려고 했었는데 반년 정도(격월이었습니다) 지키고 주변의 인간관계와 개인적인 일을 위해 쓰다보니 어느새 1년넘게 후원금 보낸 적이 없네요. 월평균100만원쯤 벌었던 작년엔 막달레나의 집에 한번 언니네트워크에 한번 반전기금에 한번 이렇게.. 보냈군요. 올해엔 좀 더 일다를 아낄께요. (일면식 없는 제가 봐도) 여울님께휴식과 충전의 시간이 필요할 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마구 듭니다만, 이왕지사. '누군가가 언젠가 이어가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들의 지지로 일다를 이어 갑시다.
  • 단ㅇ경 2005/01/03 [20:56] 수정 | 삭제
  • 일다의 좋은 기사, 항상 잘 읽고 있답니다.
    지방만 아니어도 후원의 밤에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여러가지 여성주의 언론과 매체들이 있습니다만 일다의 기사들이 가장 공감이 크게 갔더랬습니다.
    올해도 내년에도 계속 일다의 좋은 기사 계속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 독자 2005/01/03 [19:32] 수정 | 삭제
  • 찾아보면 사이버에서 여성주의 커뮤니티는 다양하게 많지만요.
    일다처럼 여성주의 정론격이라고 해야 하나, 기사들을 제공하고, 사회이슈에 대해 많이 다루면서, 급진적인 시각도 볼 수 있고, 독자들도 많은 그런 곳은 없었기 때문에 일다가 특별하게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어려운 여건에서 소수의 여성주의자들이 버팀목처럼 있어온 거겠죠.
    일다는 꼭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거 운동권들이 그랬듯이 안정적인 재정여건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그렇게 버티고 가는 것도 꼭 옳은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일다는 옳은 말만 하려고 하기 때문에 타협을 모른다는 평도 듣고 있죠. 그러니까 돈이 생기지 않는 거라고요. 저같은 독자는 일다의 그런 면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가는 거지만요.

    일다의 생존을 돕는 여성주의자들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을 해봐야할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여성단체에서 일다 운영이 힘들다는 얘기 이미 들은 적이 있어요. 다들 자기 일처럼 걱정하는 분위기였고요.
    그렇지만 진짜로 여성단체나 여성계가 일다를 도울지는 미지수라고 생각해요. 그게 가능하다면 모르지만.
    그럴 때는 일단 문제를 다에게 던져보는 게 좋겠어요. 그래서 확인을 해보는 거죠.
  • 안타까움 2005/01/03 [19:21] 수정 | 삭제
  • 가끔 어떻게 사이트가 유지되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존폐의 위기에 까지
    다다르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매일 이렇게 와서 글을 읽고 공감을 하면서도, 당연히 이 자리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 이 곳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거든요..
    어떤 아이디어가 있을 까요.
    오마이뉴스의 자발적 유료화라는 내용을 보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일다를 아끼시는 분들이 아이디어를 내셨으면 좋겠군요...

    힘네세요..!!
  • 자유 2005/01/03 [19:13] 수정 | 삭제
  • 일다가 재정난으로 그만둔다면 자생력이 너무 약하다는 느낌이 들 거예요
    돈이 없으면 지출을 최대한 줄여서라도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가부장적인 가정이 많고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라는 자녀들의 인권 등 소수자들의 인권을 여성들의 따뜻한 시각으로 돌봐주면 좋겠어요

    만약 일다가 문을 닫는다면 일다 사이트만이라도 계속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일다 여성주의 편집 운영위원들이 매달 돌아가면서 편집장 역할을 해서 여성주의 회원들이 투고하는 글들을 편집해서 일다 사이트에 정기적으로 올려주면 좋을 거 같아요
  • 루디 2005/01/03 [11:02] 수정 | 삭제
  • 밖에서 보기에도 재정적인 문제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일다는 계속 나오니까 신기하다고 생각을 했고,
    훌륭한 분들이 많으신 것 같다고,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을 해버리면,
    일다는 계속 잘 나가겠구나 하고 안심이랄까, 마음 놓게 되는.
    일다에 와서 기사 보고, 편짱님 글 보는 거 참 좋아하는데
    일다가 잘 되면 내 일처럼 기쁠 거예요.
    지금까지도 감사한 마음이었지만 더욱, 그거 아시죠?
    새해에 일다에 대박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편짱님 2005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현경 2005/01/03 [06:28] 수정 | 삭제
  • 일다를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걷어 안정적인 재정을 만드는 방법이 어떨까요?

    수익사업을 만들어서 온라인 상점을 두는 것도, 여성용품이나 아이디어 상품들 전시하고 파는 것이 수익성이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일다를 보는 독자층이 꽤 넓은 것 같거든요.

    일다의 기사들 하나 하나 정말 잘 읽고 있어요. 많이 배웠고, 더 많은 독자들이 생겨나고 알려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운영하시는 분들이 힘드시니 너무 안타깝네요.
  • 2005/01/03 [02:26] 수정 | 삭제
  • 아픈 사람이 아프다는 소리를 안 하면 미울 때가 있어요. 일다를 지켜보는 사람도 그런 생각을 한답니다.
    옳은 일에는 그걸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꼭 기사회생의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해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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