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강요받는 여성들이 범법자인가

나이트클럽 고소한 여성에게 벌금형

김이정민 | 기사입력 2003/05/22 [00:17]

성매매 강요받는 여성들이 범법자인가

나이트클럽 고소한 여성에게 벌금형

김이정민 | 입력 : 2003/05/22 [00:17]
지난 1월 28일,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던 여성 2인이 업소의 착취와 성매매 강요를 견디다 못해 업소주와 중간관리인을 윤락행위등방지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의 약식기소 결과 가해자들뿐 아니라 피해자 여성들에게도 벌금형이 내려진 상태. 피해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정식재판에 회부될 예정이다.

작년 9월말, 혜선씨(가명)와 지은씨(가명)는 일산의 한 나이트클럽 홀서빙 아르바이트를 소개받았다. 애초에 서빙만 하는 줄 알았지만, 막상 업소에서 일을 시작하고 보니 상황은 달랐다. 이래저래 붙는 벌금이 상당했고, 대학 등록금 등의 목돈 마련과 사촌오빠의 돈을 대신 빌려주는 형식으로 각각 7백만원, 천이백만원씩 받은 선불금 역시 발목을 잡았다. 술에 취했거나 생리 때에도 강제로 2차를 나가야 하는 인간 이하의 생활을 했지만, 돈을 갚기는커녕 월 30만원도 채 벌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도저히 견디다 못해 일을 그만두었지만 그 때부터 선불금 빚을 갚으라는 독촉과 협박이 하루가 멀다 하고 걸려왔다. 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협박에 시달리다가 용기를 내어 업주와 중간관리인을 고소했지만 벌금형이 나왔다. 벌금을 낼 돈도 없거니와 자신들을 피해자로 인정해주지 않고 범법자로 보는 결정이라 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시민종합법률사무소 김남준 변호사는 “현행 윤락행위등방지법으로는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여성이 무죄 판정을 받기 어렵다. 물론, 성매매 행위가 강제성이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해당되지만 이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감금이 있었을 경우다”라고 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번 벌금형 결정에서 보여지듯 법이 말하는 ‘강제성’이란 신체적 폭력 등 눈에 보이는 좁은 의미의 폭력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경찰, 검찰에서도 성매매 피해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은 생겨 나고 있지만 이를 법률적으로 보장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을 지원하고 있는 안양 여성의전화 측은 “강제성의 의미를 신체적 폭력이나 감금 정도로 국한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최병일 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장은 “이번 벌금형은 위협을 무릅쓰고 업소에서 나와 용기 있게 신고한 피해자 여성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겨주는 결정”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자발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사전에 성매매할 것에 대해 알지 못했고 업소의 구조가 성매매를 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것인데 이런 경우 ‘강제성’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어떤 여성이 자신이 처벌 받을 것을 각오하고 고소 고발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혜선씨와 지은씨 역시 “성매매를 해야 하는 줄 알았으면 절대 가지 않았을 거다. 왜 이런 벌금형이 나왔는지 억울하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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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 2003/05/27 [00:43] 수정 | 삭제
  • 참... 법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었나요???

    누가 피해자인것인지....

    하기사 ... 그 판검사... 2차 나간 넘들이지.....

    아하~ 그 법 만든 넘들.... 아주 진한 밤을 상납받았나???

    우리나라 법은 그 듁일넘들이 다 만들었나부다....

    슬포... ㅠ.ㅠ
  • 티티 2003/05/23 [10:15] 수정 | 삭제
  • 저건 사람을 무시하고 깔보기에 나올 수 있는 처사이지요.
    견디다못해 어렵게 고소를 한 여성들에게 벌금을 매긴다니?
    사람을 뭘로 보고 그럽니까?
    경찰이고 업주고 손님들이고 다 잡아 넣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네요.
  • 망아지 2003/05/23 [00:00] 수정 | 삭제
  • 대학등록금에 가족 뒷바라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이 처음 소개와는 달리 2차를 강요받는 것이었어요.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불쾌함과 공포, 걱정들에 시달렸을까요...

    이 사회의 피해자인 그들에게 오히려 벌금형이라니 정말 분하네요..
  • 하늘 2003/05/22 [17:27] 수정 | 삭제
  • 두 분처럼 여성들이 업주와 중개업자들을 다 고소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경찰, 검찰, 판사들도 당황하겠죠.
    법을 바꿀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같은 하늘 아래 이런 일들이 판을 칠 수가 있는 건지 갑갑합니다.
    맨날 성매매 얘기만 나오면 자발성 얘기 꺼내는 인간들에게도 화가 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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