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란 이름이 부끄럽다

ㅂ선교원을 통해 살펴본 미신고시설

홍여준민 | 기사입력 2005/03/21 [22:29]

‘복지’란 이름이 부끄럽다

ㅂ선교원을 통해 살펴본 미신고시설

홍여준민 | 입력 : 2005/03/21 [22:29]
<필자 홍여준민님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월간 <함께걸음> 기자로 일해왔으며, 최근 시설공대위가 진행한 ‘ㅂ 선교원’에 대한 조사작업에 함께 참여했다. -편집자 주>

지난 10일 새벽 5시경, 안양의 ‘ㅂ 선교원’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몸이 불편한 원생들 40여 명이 긴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날 화재소식은 거의 모든 언론에 보도됐다. 바로 전날인 9일, 공금과 후원금 횡령, 생활자 폭행과 성폭행 의혹,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방치 등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장향숙 의원실,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조건부복지시설생활자인권확보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가 언론사와 함께 일제히 조사에 들어간 시설이기 때문이다.

1천7백만원의 수입, 고스란히 원장 손으로

화재 원인을 정확하기 알아내기 위해서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하필이면 조사가 들어간 다음날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이 ‘ㅂ 선교원’에 대한 의구심을 한층 더 부추기고 있다. 전날 조사에서 원장은 악다구니를 쓰다가 돌연 행방을 감추었고, 생활자들끼리의 폭력과 성폭행 건은 경찰에 고소 고발되어 현재 수사 중이다.

서류상 이곳에 생활하는 것으로 등록돼 있는 사람들은 총 61명이다. 이 가운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시골 병원 등으로 옮겨지고, 알코올릭이나 내부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밖으로 돌아다니는 상황이었으므로, 현장조사를 한 날에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노인 등 약 40여명만이 있었다. 여러 방에 흩어져 있던 이들은 멍한 눈으로 낯선 조사자들을 응시했다.

등록자들은 모두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로 등록돼 한 달에 약 20~4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었다. 20여명은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월 9만원 상당의 장애수당도 지급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단 한 푼도 주어지지 않았다. 얼추 계산을 해보니 1천6백~1천7백만원 상당의 수입인데, 이는 ‘숙식제공과 관리’라는 명분으로 원장 손에 고스란히 들어갔다. 외부에서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내부 생활자 중에서 알코올릭 환자나 오랜 질병으로 오갈 데 없이 노숙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월 5만원 정도의 용돈을 받으며 식사, 청소, 선교원 관리 등을 하고 있으니 1천5백여 만원 이상이 모두 원장의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출 내역이라 해 봤자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외진 지역의 산 아래라 1년에 한 번 주인에게 약간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이 전부다.

먹을 거리는 라면과 김치, 오래된 밥, 멀건 국 등이 전부인데, 이것 마저도 지역사회에서 ‘선교원’이라는 종교의 외피를 쓰고 후원 받은 물품이 대부분이다. 또한 선교원 측에서는 수도세가 아까워 수질이 의심스러운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나마 난방은 잘 된 편이었으나 이는 오는 7월까지 미신고 시설에서 조건부시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몇 가지 시설기준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최근에 설치된 것이다.

‘자치’의 이름으로 방치, 유린

조사과정에서 들은 바로는 원장의 아들은 호주로 유학을 갔다고 한다. 원장은 4명의 어린 아이들을 입양해 입양 보조금을 받고 있었으나 전혀 아이들을 돌보지 않았다. 그 결과 아이들은 생활자들의 폭행과 성추행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제보는 받았으나 사실관계는 조사 중이다.) 아이들은 이 날 아동학대방지센터로 즉시 보내졌다.

그곳은 흡사 동물의 세계와도 같았다. 대규모 공동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우정과 보살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성을 찾아볼 수 없는, 힘이 지배하는 공간이었다. ‘ㅂ 선교원’의 운영시스템은 전형적인 비리시설이었다. 원장은 있으되, 적절한 임금을 받으며 생활자들을 보살피고 살림을 꾸리는 사람은 없었다. 선교원 측에서는 이곳이 ‘자치’적으로 운영되는 낙원이라고 항변하지만, 실제로는 힘세고 원장 말을 잘 듣는 몇 사람이 모든 권한을 대행했다. 그들은 매일같이 술에 절어 있으며 폭력으로 나머지 생활자들을 다스렸다.

장애가 있다고, 돈과 능력이 없다고 사회와 가정에서 멸시와 조롱을 당하며 쫓겨난 것에 앙갚음이라도 하듯 말이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둔갑하는 이 현실을 국가나 지역사회는 “몰랐다, 법의 그물망 밖의 일이다, 그들의 자유를 뺏을 권한이 없다”는 식으로 방치하고 있다. 폭력과 성폭행을 행한 그들뿐 아니라 그토록 인권유린이 자행되도록 방치한 국가 역시 주범인 동시에 공범인 셈이다.

‘보호’라는 명목의 돈 장사

사실 운영자금은 생활자 개인이 받는 국가보조금을 가로채는 것 외에도 힘없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당이 가능하다. 이런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머릿수가 많을수록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버거운 가족들은 어디 보낼 곳 없나 내내 전전긍긍하다가 돈을 내지 않아도 받아준다는 말에 혹해서 129 응급차량에 전화를 하는데, 전화 한 통화만 하면 그들이 모든 것을 알아서 인계한다. 현대판 인신매매인 셈이다. 한 마디로 ‘사람 장사’다. 비록 사람들을 직접 돈으로 사고, 팔지는 않지만 이들이 당연히 지급 받아야 하는 돈이 ‘보호’라는 명목으로 고스란히 운영자의 수입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후원자, 자원봉사자들이 오면, 눈물샘을 자극해 더 많은 것을 내놓게 하기 위해서라도 생활자들을 방치한다. 이곳 ‘ㅂ 선교원’ 원장은 “시설이 좋고, 잘 먹고 잘 입고 있으면 그들은 후원금을 내놓지 않는다”고 말한다. 국가 보조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쌍하게 보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후원이 끝날까봐 생활자들을 위해 투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장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의적으로 생활자 명의의 카드를 만들어 대출을 받고 신용불량자로 만들어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수법도 사용하고 있었다. 그 결과 이곳에 한번 들어온 생활자들은 영원히 사회와 고립되어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평생 ‘살아지게’ 된다.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근원적 물음부터

현재 우리 나라에는 1천여 개가 넘는 시설이 있는데 그 가운데 70% 이상이 미신고 시설이다. 정부는 이들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우선 7월까지 신고접수를 받아 국가 체제 내로 편입시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신고시설이라 하더라도 이런 인권침해와 비리는 계속 자행되고 있다. 오히려 더 교묘하게 진행되기도 하므로 1차적으로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다시 논의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사람 장사’ 못하도록 잘 관리해보겠다는 의지는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시급한 것은 ‘사람을 관리하겠다’는 빗나간 상식과 오만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아무리 힘없고 가진 것 없어도 구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국가와 지역사회의 일차적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문제투성이 혹은 귀찮은 존재 취급하며 ‘관리’만 하겠다는 발상부터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소규모화, 지역사회 통합, 그룹 홈, 노동권인정, 활동보조인제도, 장애연금 도입 등. 대규모 시설은 대안이 아니다. 진부하게 들릴지 몰라도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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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 2005/04/03 [21:02] 수정 | 삭제
  • 대한민국 정부는 후진정부입니까?
    국가가 복지수요를 다 충족하지 못하면 최소한 민간이 운영하는 복지시설에 대한 감독이라도 제대로 해야지요.
    무슨 일만 터지만 인력이 모자란다고 변명부터 하는데 그렇다면 시민단체와 연계해서 협조라도 하든지.
    이런 정부를 보고 제도정비 타령을 하려니 걸어다닐 생각도 의지도 없는 사람에게 뛰어다니라고 주문하는 것 같아 한숨이 납니다.
  • sea 2005/03/24 [19:48] 수정 | 삭제
  • 왜.
    물음을 던져봅니다.

    자신이 소중하다면 어떤 인간이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소중한 존재여야 한다는 거.
    그런 걸 무시한 채 사람으로서 다른 인간에게 해선 안 될 짓들을 하는 거.
    잔인함이 무섭네요.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
  • 우천 2005/03/23 [11:25] 수정 | 삭제
  • 정말 그 이름과 정반대의 상황들이 복지란 미명하에 벌어지고 있군요.
  • 준민 2005/03/23 [03:33] 수정 | 삭제
  • 떠나온 사람이라, 감히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안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일다가 이런 사회적 현상에 고민을 안고 있다는 것이 위안이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지한 2005/03/22 [23:59] 수정 | 삭제
  • 좋은 일 하겠다고 만든 시설이라도 그래서 감사같은 것이 꼭 필요하고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 2005/03/22 [11:29] 수정 | 삭제
  • 돈 벌려고 복지시설을 만든단 말입니까..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지요.

    인간의 추악한 면을 보게되는 것 같아 섬찟합니다.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했으면 좋겠어요.
  • 숲사이 2005/03/22 [09:36] 수정 | 삭제
  • 인권이란 약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인데도 약자들에겐 힘의 논리가 너무나 크게 작동하고 방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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