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강의평가 실시하라

교수의 성폭력, 성차별 발언 대책은?

은아 | 기사입력 2005/04/18 [23:19]

여성주의 강의평가 실시하라

교수의 성폭력, 성차별 발언 대책은?

은아 | 입력 : 2005/04/18 [23:19]
고려대 K교수가 전공수업 강의에서, 청년실업에 관한 내용을 언급하며 ‘취업하고 싶은데 못하는 심정은 성폭행을 당하고 싶은데 못 당하는 늙어가는 여자의 심정과 같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고려대 ‘여성주의 일년 나기’ 프로젝트 팀은 K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K교수는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강의를 중단했다.

또 지난해 전북 익산시 모 대학 사범대 교수는 수업 시간에 ‘요즘 대학생들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난자까지 파는데 얼굴이 이쁠수록 난자 값이 비싸다’며, ‘너 정도면 난자 가격이 비싸겠는데….’라고 말하는 등의 여성비하적인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처럼 강의시간에 ‘농담’이라는 명분의 음담패설부터 성차별, 성폭력에 이르는 발언들이 잇따라 문제가 되고 있다.

교수들, 성희롱예방교육 제대로 안 받아

1999년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2000년 이후엔 대부분 대학이 성폭력 관련 규정을 제정하고 성희롱, 성폭력상담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은 성희롱예방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 5년이 지나도 학교 내에서 강의 시간에 교수의 성차별, 성폭력적 발언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비단 학교 내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뿌리깊은 성차별적 제도와 문화의 문제가 크지만, 이를 시정하기 위해 최소한도로 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공기관들의 성희롱 예방교육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문제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성희롱 예방교육은 적어도 90분 이상, 전문가 강의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시청각 자료만을 보여주거나 책자만 배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대학의 경우 학생, 직원, 교수 등 대상별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하는데, 주로 학생과 직원을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위계관계를 고려했을 때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한 대상은 교수들인데, 막상 이들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성희롱 예방교육이 인사고가 등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교수들의 관심이나 자발적인 참여율이 낮아 교육의 실효성 역시 떨어진다. 공공기관은 여성부에 매년 성희롱 예방업무의 실적을 보고해야 하지만, 대체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고 여성부 지침을 따르지 않아도 별다른 제제가 없다는 것이 큰 한계다.

강의평가제 통해 학생 수업권 보장해야

그간 몇몇 대학 내 여학생 자치단체들은 “교수 성폭력 뿌리 뽑기” 운동을 해왔고, 최근에는 강의 중 교수들의 성차별, 성폭력 발언 등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그 사례들을 모으고 있다. 2003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고려대 ‘여성주의 일년 나기’ 프로젝트팀의 ‘레드카드 프로젝트’와 올해 초부터 진행되고 있는 연세대 총여학생회의 ‘교수 언어성폭력 근절 캠페인’이 그 대표적인 예다.

여학생 자치모임이 강의시간 교수들의 발언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학생들의 수업권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학생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수업을 받을 권리가 있다. 다시 말해 대학은, 학생들이 강의시간에 교수의 성차별 또는 성폭력적인 발언으로 인해 인격을 훼손당하거나 공부할 의욕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학생들은 자신의 수업권을 적극적으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점이나 진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수를 상대로 학생 개인이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업은 가르치는 쪽과 배우는 측의 쌍방 소통임에도 불구하고 교수와 학생간의 수직적인 권력관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이에 대한 보완 장치로, 여학생 자치모임에서 주장하는 ‘여성주의 강의평가제’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에서는 2004년 2학기부터 기존의 강의평가제 문항에 성차별 또는 성폭력에 관한 항목을 추가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런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서 교수들에게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강의평가제의 의미는 아주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어 이에 대한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 대부분 대학이 강의평가 결과를 학생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교양과목만 강의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강의평가의 결과가 보다 나은 강의로 이어지기보다는 그저 의례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은 투명한 강의평가제 시행으로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해야 한다.

학생회와 학내 성폭력상담소 등 적극 활용

이러한 장치만으로 대학 수업에서 성차별과 성폭력이 근절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학 내 반(反) 성폭력 학칙이 마련된 후에도 여전히 대학사회 내 성폭력은 만연하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학생회나 여학생 자치단체, 여성운동단위들은 끊임없이 대학 사회 내 성폭력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적 장치가 목적에 맞게 기능하는지 감시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요구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학생들의 사례를 모아서 학생 대표체로서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학생들의 입장에선, 만약 자신이 듣는 수업에서 교수의 성차별, 성폭력적인 발언으로 고민이 된다면 우선 교수의 발언을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에 어떻게 대응하든지 객관적인 자료는 본인에게 유리하게 활용될 수 있다. 그리고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 의논하거나 학내 성폭력상담소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대학 내 성폭력상담소는 공식적인 업무처리 외에도 중재나 당사자간의 합의를 통해 비공식적인 사건 해결도 지원하고 있다. 상담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건을 신고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더불어 상담소 외에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지지집단을 찾아보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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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싫다 2005/04/20 [22:36] 수정 | 삭제
  • 위의 기사 예처럼 직접적인 멘트를 날려 문제가 되기 싫은 교수들은 " 누가 그러는데~"라며 성차별적 발언을 한다. 정말 교묘하게 성차별하는 사람들. 얼른 평가제도 만들어져 F 주고 싶당.
    크게도 못 웃고 실실거리는 동조자들도 반성하길.
  • 수정 2005/04/19 [16:55] 수정 | 삭제
  • 법원장까지 판사들한테 성희롱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는군요.
    직원들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는데, 판사들은 안 받고 있다고 하면서 말이죠.
    교수들이나 판사들이나 직급 높은 사람들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안 받다니 불공평하고 웃기는 일이죠.
    그러니까 교수성폭력이 계속 일어나지.. 판사들이 성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판결하지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 ... 2005/04/19 [08:55] 수정 | 삭제
  • 교수도 전문직인데..
    ethic 시험은 꼭봐야 할것.
    또 ethic에는 남녀평등 교육도 포함되어야 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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