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임신이라고?!!

만화 <축! 속도위반결혼>

김윤은미 | 기사입력 2005/06/06 [23:17]

뭐 임신이라고?!!

만화 <축! 속도위반결혼>

김윤은미 | 입력 : 2005/06/06 [23:17]
임신, 결혼, 육아는 많은 여성들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와 관련된 정보들은 그냥 읽기만 해도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장기간 계획을 짜서 결혼하는 것을 정석으로 삼거나, 엄마가 아이의 곁에 붙어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결혼에 드는 비용 문제를 지나치게 높게 잡는 등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 때문이다.

<축! 속도위반결혼>은 갑작스레 결혼하게 된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예외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결혼 이야기를 풀어낸다. <축! 속도위반결혼>이라니, 언뜻 보기에는 TV드라마 같은 제목이지만 정보가 쏠쏠하다. 이 만화는 ‘속도위반’ 결혼을 하게 된, 평범한 여성과 남성인 유키와 라이타의 여정을 쫓아가며 임신, 결혼, 출산 및 육아에서 부딪치게 되는 상황들을 제
시하고, 알아두면 좋은 정보를 담고 있다. 또한 ‘속도위반결혼’과 관련된 여러 가지 설문조사들이 요즘의 결혼풍속도를 잘 보여준다.

실수로 배란주기를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갑작스레 임신을 하게 된 유키. 유키는 어렵사리 약국에서 임신진단시약을 사서 임신 사실을 확인한 후 라이타와 함께 병원에 찾아간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유키와 라이타는 정신이 없다. 한창 직장생활 중인 유키는 회사문제, 돈 문제, 부모님 문제로 불안하다. 라이타는 애 아빠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밴드생활을 하고 있는 처지라 터무니없이 작은 월수입이 신경 쓰인다.

이들의 낯섦과 불안은 상당히 일반적인 반응이다. “아이가 생겼을 때 당신은 어떤 상황이었나요?”라는 설문에 대해, 절반 이상이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때 생겼다’라고 답했다. 흥미로운 결과 중의 하나는, “임신했다!!고 알았을 때의 심정은?”이라는 질문에 대해 일본의 경우 ‘기뻤다’라는 답이 23%나 달하는 반면, 한국은 7%에 그쳤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분위기 상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임신할 경우 여전히 부담스럽고 걱정된다.

결혼하기로 합의한 유키와 라이타는 부모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결혼을 준비한다. “부모님이 반대하는 경우의 설득법”, “그래도 반대한다면, 가족 중 누군가를 한 편으로 만들 것”과 같은 간단한 팁이 이들의 이야기에 곁들여진다. 임신한 유키가 회사생활에 필요해서 찾게 되는 ‘임부의 법적 권리’와 같은 정보도 꽤 쏠쏠하다. 물론 이 같은 정보는 “일단, 법률상 그렇게 되어있다”는 전제가 있긴 하다. 한편 “임신 중의 섹스, 어떻게 했나요”라는 팁을 통해 임신 중 섹스에서 주의해야 할 점도 가르쳐 준다.

이제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 모르는 것투성이다. 혼례 스타일은 어떻게 해야 하고 장소는 어디서 해야 하며, 같이 살 집을 구하는 문제도 어렵다. 좌충우돌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결혼식이 소개되고, 반드시 남들이 하는 것처럼 형식에 꼭 맞춰서 하지 않고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방법도 제시된다. 이 책은 결혼 상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면 후에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므로, 동등한 입장을 유지하라는 충고도 빼놓지 않는다. 특히 임신한 유키가 사이즈 조절 가능한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장면이나, 건강을 위해 보다 유리한 회사부서이동을 포기한 후 ‘세상에 뒤처지는 것 같아서’ 우울증에 걸리는 장면은 눈길을 끈다.

유키는 아이를 낳고 육아를 시작한다. 여러 산모의 솔직한 출산 체험담은 흥미롭다. 아이 기르는 일이 피곤하다는 건 이미 <비빔툰>같은 만화에서 많이 그려진 바 있다. 여기에 <축! 속도위반결혼>은 “남편의 육아참여”라는 장을 따로 설정해서 남편을 육아에 참여시키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육아의 현장에 들어온 라이타는 깜짝 놀라지만, 분유를 준비하는 기본적인 일부터 배워나간다. 남편은 산모의 고생을 잘 알지 못하는 반면 육아는 ‘잘 틈도 없는 상황’이므로 가능하면 남편을 육아에 많이 참여시켜야 한다고 권유된다.

이 책의 장점은 상식적인 정보를 담고 있으면서도 여성의 생각과 결정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것이다. “속도위반결혼에서 힘들었던 점”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 “주위의 반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제적인 문제나 직업 문제도 어렵지만, 가장 힘든 것이 속도위반결혼에 대한 편견이라는 점이다. ‘출산대란’을 걱정하기 전에, 갑작스레 닥친 임신에 대해 여성이 어렵게 내린 결정을 존중하는 성숙한 분위기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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