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타고 있는 아기나 아장아장 걷는 아기를 보며 사람들마다 한 마디씩 한다. “아유~ 귀여워라.” 그 중엔 귀엽다며 뺨을 만져 보거나 손을 잡아보는 사람들도 있다. 거리에서나 집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일가 친척들이 모인 자리가 있으면 삼촌이나 이모,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아기들에게 뽀뽀해달라며 얼굴을 내민다. 엄마 아빠에게 아낌없이 뽀뽀를 주는 아기도 어떤 때는 어른들 눈치를 보며 마지못해 뽀뽀를 한다. 우리 아이도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처음 보는 삼촌이 “이리와! 삼촌에게 뽀뽀해줘야지!” 하며 손을 잡아 당겨서 거의 끌려가다시피 해서 어색한 얼굴로 마지 못해 뽀뽀를 한 적이 있다. 상당히 불쾌했지만 그 삼촌은 남편의 사촌 형으로 내겐 손위 사람이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사건 이후 우리 아이는 삼촌만 보면 내 뒤로 숨었다. 이런 상황을 아이의 입장에서 보자. 귀엽다고 하면서 모르는 사람이 자기 뺨을 만지거나 팔을 잡아보는데, 그냥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싫다거나 좋다거나 하는 것도 잘 판단하지 못 할 나이기도 하다. 본 적도 없는 낯선 친척이 뺨에 뽀뽀를 해 달라고 한다. 하기 싫어도 주위 분위기를 보니까 해야만 할 것 같아서 마지못해 얼굴에 뽀뽀한다. 답답하게 꼭 끌어안고 안 놔주기도 한다. 귀엽다는 이유로 우리 문화는 아이의 감정이나 관계에 상관없이 얼굴을 만져 보다든지 하는 스킨십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애한테 그러지 말라고 하거나, 거부감을 표시하는 부모가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게 된다. 그러나 아이에게 스스럼 없이 가해지는 스킨십이 정말로 자연스러운 일일까. 만일 성인이 모르는 성인에게 귀엽다고 스킨십을 한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뺨이나 팔을 어루만지고, 뽀뽀해달라고 하고, 애교를 강요한다면, 성인에게는 성추행이 된다. 그렇다면, 과장해서 말한다면 그런 행동들은 남녀를 떠나 어린 아이에게도 성추행이 될 수 있다. 옛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남자아이를 예뻐하면서 귀엽다고 아이 성기를 들여다 보거나 만지기도 했었다. 우리 어릴 적 한 번씩 보아왔던 풍경이 지금은 성추행에 포함된다. 아이들은 자신이 싫은지 좋은지조차 잘 구별하지 못할 수도 있고, 싫어도 표현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허락 없이 모르는 사람의 몸을 만지는 것은 대체로 사회적 약자에게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장애여성들은 밖에 외출하면 사람들이 동정의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하고 다가와서 머리카락을 쓰다듬거나 어깨를 만지면서 위로를 보내는 경우들이 있다고 한다. 장애여성의 입장에서 비장애인들의 그런 행동이 유쾌하게 느껴질 리 만무하다. 아이에게 성교육을 할 때 이렇게 이야기한다. “누가 네 옷을 벗기거나 만지려고 하면 싫다고 이야기 하고 엄마에게 연락한다고 해라. 네 몸은 네 것이고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싫다고 말 할 권리가 있단다.” 이제는 아무리 아기라 하더라도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가 있기에,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만진다거나 스킨십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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