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는 만져도 되나

아이에게도 ‘몸의 권리’가 있다

함수연 | 기사입력 2005/07/18 [21:15]

어린 아이는 만져도 되나

아이에게도 ‘몸의 권리’가 있다

함수연 | 입력 : 2005/07/18 [21:15]
유모차를 타고 있는 아기나 아장아장 걷는 아기를 보며 사람들마다 한 마디씩 한다. “아유~ 귀여워라.” 그 중엔 귀엽다며 뺨을 만져 보거나 손을 잡아보는 사람들도 있다. 거리에서나 집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일가 친척들이 모인 자리가 있으면 삼촌이나 이모,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아기들에게 뽀뽀해달라며 얼굴을 내민다. 엄마 아빠에게 아낌없이 뽀뽀를 주는 아기도 어떤 때는 어른들 눈치를 보며 마지못해 뽀뽀를 한다.

우리 아이도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처음 보는 삼촌이 “이리와! 삼촌에게 뽀뽀해줘야지!” 하며 손을 잡아 당겨서 거의 끌려가다시피 해서 어색한 얼굴로 마지 못해 뽀뽀를 한 적이 있다. 상당히 불쾌했지만 그 삼촌은 남편의 사촌 형으로 내겐 손위 사람이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사건 이후 우리 아이는 삼촌만 보면 내 뒤로 숨었다.

이런 상황을 아이의 입장에서 보자. 귀엽다고 하면서 모르는 사람이 자기 뺨을 만지거나 팔을 잡아보는데, 그냥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싫다거나 좋다거나 하는 것도 잘 판단하지 못 할 나이기도 하다. 본 적도 없는 낯선 친척이 뺨에 뽀뽀를 해 달라고 한다. 하기 싫어도 주위 분위기를 보니까 해야만 할 것 같아서 마지못해 얼굴에 뽀뽀한다. 답답하게 꼭 끌어안고 안 놔주기도 한다.

귀엽다는 이유로 우리 문화는 아이의 감정이나 관계에 상관없이 얼굴을 만져 보다든지 하는 스킨십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애한테 그러지 말라고 하거나, 거부감을 표시하는 부모가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게 된다.

그러나 아이에게 스스럼 없이 가해지는 스킨십이 정말로 자연스러운 일일까. 만일 성인이 모르는 성인에게 귀엽다고 스킨십을 한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뺨이나 팔을 어루만지고, 뽀뽀해달라고 하고, 애교를 강요한다면, 성인에게는 성추행이 된다. 그렇다면, 과장해서 말한다면 그런 행동들은 남녀를 떠나 어린 아이에게도 성추행이 될 수 있다. 옛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남자아이를 예뻐하면서 귀엽다고 아이 성기를 들여다 보거나 만지기도 했었다. 우리 어릴 적 한 번씩 보아왔던 풍경이 지금은 성추행에 포함된다.

아이들은 자신이 싫은지 좋은지조차 잘 구별하지 못할 수도 있고, 싫어도 표현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허락 없이 모르는 사람의 몸을 만지는 것은 대체로 사회적 약자에게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장애여성들은 밖에 외출하면 사람들이 동정의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하고 다가와서 머리카락을 쓰다듬거나 어깨를 만지면서 위로를 보내는 경우들이 있다고 한다. 장애여성의 입장에서 비장애인들의 그런 행동이 유쾌하게 느껴질 리 만무하다.

아이에게 성교육을 할 때 이렇게 이야기한다. “누가 네 옷을 벗기거나 만지려고 하면 싫다고 이야기 하고 엄마에게 연락한다고 해라. 네 몸은 네 것이고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싫다고 말 할 권리가 있단다.”

이제는 아무리 아기라 하더라도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가 있기에,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만진다거나 스킨십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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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mour 2005/10/24 [00:05] 수정 | 삭제
  • 식당에서 어른들이 빙 둘러앉아서 4살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아이에게 아저씨에게 뽀뽀 하라고 거의 30분 가량을 애를 들볶았습니다. 애가 안 한다고 하니까 계속 재촉을 하면서 거의 애 기를 꺾어놓으려는 듯한 분위기였는데, 너무 황당하더군요. 애한테 뭣들하는 짓인지..
  • jack 2005/07/26 [17:31] 수정 | 삭제
  • 이젠 이런 얘기가 나와야할 때인 것 같다..
  • 한나 2005/07/25 [00:31] 수정 | 삭제
  • 물론, 아시다시피 스킨쉽은 '서로간의 따스한 정감어린 표현'입니다.
    하지만 '서로'라는 말이 우리나라의 권위나 서열 나이가 우선 중요시 되는 문화에 쉽게 지나치는것 같군요.
    스킨쉽이 '서로' 이루어 지는 만큼, 당연히 애나 어른이나 상대의 의견을 알아보고 존중하는게 당연할텐데 말이죠. 그게 먼저 이루어 지지 않는 이상
    아무리 '나는 사랑의 표현'이였다고 해도 받는 사람은 '폭력'이 될 수 있는 거겠죠.

    아무튼 저도 예전에 아래 여러분들의 말씀처럼 어렸음에도 하고 싶지않는 기분무척 나쁜 스킨쉽이 있어서 무척 공감하는 기사였습니다.
  • 음.. 2005/07/23 [10:22] 수정 | 삭제
  • 갖고 학대해 전국적으로 떠들썩했던 사건이 있었지요.
    물론 본인은 아기가 귀여우니까 그랬겠지만, 당한 아기의 부모입장에서는 그게 학대로 보일수 있지요.
  • 레지나 2005/07/22 [04:26] 수정 | 삭제
  • 전 어릴 적 기억이 아주 생생한 편인데,
    친척집에 갔을 때 술 잔뜩취해서 혀꼬이고 냄새나고 수염도 무지막지한,
    하물며 내가 알지도 못하는 친척분이 양팔붙잡고 뽀뽀 강요하고 정말 끔찍합니다.
    응사미 님이 이해를 잘못하신거 같네요.
    애가 싫다는데 굳이 분위기상이나 강제로 하게 만드는 건
    성추행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의 '자기결정권'을 위반하는 겁니다.
    아빠와 애 사이에는 장난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일이지만
    (물론 아빠와의 관계가 좋을 시에만) 잘모르는 사람과는 다른거죠.
  • 정연희 2005/07/21 [10:52] 수정 | 삭제
  • 어린 아이에게도 자기 자신의 몸에 대한 좋고 나쁨을 표현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 아시는 분이 무릎위에 저를 앉혀놓았었는데, 정말 기분 나빴답니다.
    그런데 분위기상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지만, 4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나쁜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될 때까지, 이성을 대하는 제자신에게 장애가 될 만큼 신체적인 접촉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너무 예민떠는게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겐 아주 큰 상처로 남기도 한답니다.
  • Mja 2005/07/20 [00:43] 수정 | 삭제
  • 애 키우다보면 그런 게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더군요.
    어리다고 해도 작은 사람인데, 싫다는 걸 억지로 만지고 하는 건 자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랫분처럼 아빠가 만지려하면 싫다고 할 때 있음 안 만져야하는 거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 건 성추행이 될 수 있죠. 아빠 입장에선 애정이겠지만요.
  • 응사미 2005/07/19 [21:35] 수정 | 삭제
  • 내자식도 아빠인 내가 만지려 하면 가끔 싫다고 할때두 있는데
    그럼 그이후론 어찌해야 하는지여
    당신들 조카가 자기몸에 손대지말라고 하면 어찌할까요
    님들 은 아마도 평생 누구몸에 손한번 안대고 삭막하게 사세여
    한국사람이 만지는것이 문화인같지안다구요
    당신이 저와하는 사람이당신 아이를 만지려 한다면 큰소리 외치세여
    성추행이니 만지지 마세요라고..................화나서 글이 두서가 없네
  • 모모 2005/07/19 [11:18] 수정 | 삭제
  • 아이들도 싫은데 억지로 어른들 품에 있어야 하는 상황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2005/07/19 [11:02] 수정 | 삭제
  • 좀 다른 얘기긴 하지만 비슷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요.
    미술관에 가서 작품에 손 대는 사람들은 한국사람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작품과 사람을 비교할 순 없겠지만 한국적인 문화가 그렇다는 거죠.
    남의 작품에 손대는 거나 남의 몸에 손 대는 거나
    문화면에서도 좋은 게 아니고 문화인같지 않고 이기적인 거잖아요.
  • 푸른유리 2005/07/18 [23:09] 수정 | 삭제
  • 어릴 적, 저도 그런 경험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친척들이 많은데 그 분들은 저를 다 알고 계시더라구요.
    그런 경우에 처음 뵌 분이지만, 가벼운 뽀뽀나 스킨쉽이 있을 수가 있는 상황이었고,
    꺼림직하겐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전통에서의 가족문화는 오래전 부터 가족과 친족들의 끈끈한 정을 유지해 왔고,
    대가족 문화로서 귀여운 사촌, 귀여운 손자 ..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는 친족들의 애정표현이라고 보아야지, 누군가 모르는 타인이 옷을 벗기려거나 몸을 만진다는 표현을 들어 비교하는 건 지나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친 가족주의가 주는 문제도 있지만,
    지나친 가족주의에 대한 반항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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