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지구, 더 뜨거운 도시

지구온난화 원인과 대안-2

이명희 | 기사입력 2005/08/15 [23:47]

뜨거운 지구, 더 뜨거운 도시

지구온난화 원인과 대안-2

이명희 | 입력 : 2005/08/15 [23:47]
<필자 이명희님은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이며,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아가기’ 블로그(blog.naver.com/pado1425)를 운영하고 있다. -편집자 주>
 
세계 기상이변, 안전지대 없어

2003년 유럽을 덮친 폭염으로 프랑스에서만 1만 5천명 가량이 사망했고, 유럽 전역에서 4만 명 이상 사망했으며, 수천억 이상 경제피해를 입었다. 최근 프랑스의 국립기후변화영향관측소(ONERC)는 ‘지구 온난화로 2003년의 살인 폭염이 더 자주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상이변 징후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중국과 태국의 홍수 피해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전세계가 지구온난화의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기상이변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올해 3월 서울에서 하루 적설량 최고기록을 갈아치운 폭설이 내린 바로 다음날, 충청 경북지방에 내린 폭설은 이 기록을 깼다. 불과 보름 전에는 2월 최고기온을 기록하기도 했다. 몸으로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기후 패턴이 변하고 있다.

인류의 본격적인 기상관측은 1854년부터 시작됐는데 이후부터 지금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약 0.6℃가량 상승했다. 증가 추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지고 있다. 1990년대의 지구 평균기온은 기상관측 이후 어느 시기보다도 높았다. 기상관측 이래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를 1위부터 나열하면 1990년대의 연도가 7개나 들어간다. 2003년은 지난 5천년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고 있다.

한국, 세계 9위 온실가스 배출국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환경회의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을 채택했다. 한국도 1993년 12월 기후변화협약을 비준했고, 1994년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됐다. 그러나 기후변화협약은 강제성을 지니지 않아 기후보호에 별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1997년 교토에서 열린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각 국은 선진국의 의무감축 등을 규정한 교토의정서에 합의한다. 교토의정서는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탈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으며, 마침내 지난 해 러시아의 비준으로 올해 2월 16일 발효됐다.

교토의정서는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common, but different) 감축이라는 원칙 아래 국가 별로 차이가 있지만, 온실가스배출량을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평균 5.2% 의무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논의 당시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1차 의무감축기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의무감축 압력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도시열섬화 문제가 ‘더’ 심각

한국은 기상관측 이래 약 1.5℃가량 평균기온이 상승했으며, 일본도 약 2.4℃가량 상승했다. 지난 100년간 지구평균기온 상승 폭보다 훨씬 크다. 그러나 온도상승의 원인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대부분 기상자료가 급격하게 도시화가 진행된 대도시 자료이기 때문에, 도시화로 인한 ‘도시열섬현상’을 고려해야 한다. 도로포장, 고도로 밀집된 인공구조물, 녹지 면적 감소 등 도시화에 따른 도시열섬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시열섬화 효과를 배제하면 기온상승효과는 우리의 경우 0.7℃~0.8℃, 일본의 경우 0.8℃~1.0℃ 정도다. 즉, 한국의 기온상승은 지구평균과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열섬 효과가 온난화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겐 전지구적인 문제인 지구온난화보다 도시열섬화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한국의 도시화 비율은 90%에 육박하고 있는데, 도시열섬화로 인한 온난화 체감 속도는 지구온난화보다 훨씬 빠르며, 기온상승에 미치는 효과 역시 더 크다. 또한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선 전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하지만, 도시열섬화는 지역민들의 협력으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도로포장, 물 지대 감소, 에너지소비 증가

도시열섬화의 원인이 되는 것 중 하나는 ‘도시의 포장화’다. 고도성장에 따른 무분별한 도시 확장과 인구밀집 현상은 전 도시를 아스팔트, 시멘트 등으로 덮어 열 저장 기능을 엄청나게 높여놓았다. 아스팔트와 시멘트 등은 낮에 뜨거운 태양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밤이 되면 서서히 뿜어내 도시를 뜨겁게 달군다. 이러한 스프롤 현상과 도시 포장화 문제의 큰 원인이 되는 것이 바로 자가용 이용의 증가다. 개인의 이동성을 무한하게 열어준 승용차는 도시를 확장하고, 지자체마다 도로포장에 혈안이 되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대구의 경우 지난 수십 년간 가장 더운 도시로서의 면모를 이어왔는데, ‘분지’라는 지형적 영향 못지 않게 대구를 ‘찜통 도시’로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은 전국 최고수준의 러시아워와 도로포장율이다. 무분별한 도시계획으로 인해 우후죽순 들어선 고층빌딩들이 바람 길을 막아버려 도심의 기온이 더욱 상승하고 있다.

도시열섬화의 두 번째 이유는 수목이 우거진 녹지와 물이 있는 수변 지대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리학상으론 살기 좋은 지역인 서울에서 급속도로 녹지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풍수적으로 화기가 강하다고 하는 대구엔 연못이 많은 편이었지만 최근 수십 년 사이 많은 연못들이 매립되고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런 현상은 지표면의 증발 능력을 감소시켜 기온상승에 기여한다.

세 번째 이유는 에너지소비 증가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는 열을 발생시키고, 열은 대기 중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결국 전반적인 도시 기온상승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표적인 기기로 에어컨을 들 수 있다. 어느새 도시의 여름을 나는 데 필수품이 되어버린 에어컨은 외부 기기로 엄청난 열을 내면서 냉방을 한다. 에어컨 소비 증가는 엄청난 전력을 소비(에어컨 1대가 선풍기 30대의 전력량을 소비한다)할 뿐 아니라, 도시열섬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것은 또한 지구온난화로도 연결된다.

녹색소비 실천이 필요한 때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 도시열섬화를 줄이기 위해선 도시포장화를 규제해야 하며, 포장재질을 바꾸고 건축자재 역시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도시에 수목을 확대하고, 하천을 복원하며, 대중교통 활용 비율을 높이고 도로건설은 억제하는 등의 체계적인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과학적 도시계획을 통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대기 관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지만 건강한 소비생활이다. 에너지를 보다 적게,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제품을 소비하고,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에어컨보다는 선풍기 등을 이용하며 에너지를 절약하는 등 녹색소비를 실천해야, 그 밑거름으로 도시는 변할 수 있다. 에너지를 덜 쓰고 몸을 더 쓰는 녹색소비 실천은 곧 생명의 근원인 지구를 살리는 일인 동시에 스스로와 타인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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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라 2005/08/16 [20:23] 수정 | 삭제
  • 이글대는 열기 생각만해도 숨이 텁텁 막힙니다.
    운전할 때 편하다는 것만 생각하고 멀게는 바라보지 못하고 달려왔죠.
    땅이 몸살을 앓고 있는 그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M 2005/08/16 [17:53] 수정 | 삭제
  • 개인의 실천이 정말 중요한데 개인들은 나 하나쯤이야 해버리는 게 가장 큰 적이다. 유치원에서 배운 것만 실천해도 사회는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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