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에너지시스템은 가라

지구온난화 원인과 대안-3

이명희 | 기사입력 2005/08/23 [03:20]

화석연료 에너지시스템은 가라

지구온난화 원인과 대안-3

이명희 | 입력 : 2005/08/23 [03:20]
<필자 이명희님은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이며,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아가기’ 블로그(blog.naver.com/pado1425)를 운영하고 있다. -편집자 주>


1972년 로마클럽의 1차 보고서인 ‘성장의 한계’는 환경과 개발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Sustanable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을 제기했다. 산업문명의 근간이 되는 지구의 자원이 무한하지 않으며, 자원의 고갈과 함께 성장도 한계에 달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다.

태양, 바람 등 재생가능에너지 확대해야

1980년 국제자연보호연합(IUCN), 국제연합환경계획(UNEP), 세계자연보호기금(WWF)에 의해 작성된 ‘세계환경정보전략’에서도 ‘지속가능한 사회’(Sustanable Soc
iety), ‘지속가능한 생활’(Sustanable Living) 등 유사한 개념이 등장했지만, 이 개념이 공식화된 것은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WCED)가 1987년 발표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라는 보고서를 통해서다.

보고서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미래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개발”이라고 정의하면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ESSD, 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이란 개념을 확립한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리우환경회의에선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실천하기 위한 21가지 과제 ‘의제21’(Agenda21)과 함께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하기에 이른다.

포드 시스템으로 대변되는 현대산업사회의 대량생산시스템은 자원의 소비와 개발의 속도를 엄청나게 증가시켜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대량생산과 함께 접어든 대량소비사회는 환경파괴와 자원고갈 등의 문제로 인류의 삶을 근본에서부터 위협하고 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사회의 동력은 바로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시스템이다. 화석연료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기계문명의 동력으로 현재 우리의 삶을 만들어왔고, 지탱하고 있다.

이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체제는 고갈문제와 함께 환경문제 등으로 더 이상 지속가능한 에너지 방식이 아니라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새로운 에너지 공급과 소비양식이 필요한 것이다. 핵심적인 몇 가지 사항들은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불필요한 에너지소비를 줄여 절약하고, 태양이나 바람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낭비 조장하는 한국정부

석유 수입 5위, 천연가스 수입 3위, 석유 소비량 7위, 에너지 소비량 10위 등 한국의 에너지 소비와 수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7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바로 화석연료였다. 경제수준의 향상과 함께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뿐 아니라 가정과 상업부문, 특히 수송부문 에너지 소비가 급격히 증가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는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화석연료와 원자력 중심 대량생산, 대량공급 위주 에너지정책을 펼쳐왔다. 덕분에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전기를 마음대로 못 쓰던 시절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현재 에너지 공급은 표면상 안정되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97%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나라가 이렇게 에너지를 펑펑 써도 좋은가 싶은 생각이 들만큼 에너지 수급구조는 매우 불안하다.

정부는 몇 년에 한 번씩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2004년 제2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국에서 2000년대에 증가할 전력 소비량은 거의 원자력이나 화력을 이용해 공급하는 것으로 돼있다. 고갈되어가는 화석연료나 위험한 원자력에 크게 의존하는 계획은 한국의 에너지 정책이 에너지 안보와 지구온난화 등의 환경문제에 둔감하다는 걸 보여준다. 우리의 에너지 정책은 공급 중심이 아니라 수요 중심, 즉 소비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시급히 전환되어야 한다. 끝없이 증가하는 소비 수준에 맞춰 공급량을 늘려가겠다는 발상에서부터 이미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이다.

수송부문에서도 역시나 공급 중심의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동차가 늘어나면 여러 가지 정책을 통해 자가용 이용자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줄이도록 유도하거나 대중교통, 무동력 교통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도로를 넓혀 자가용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브라이스의 역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도로가 넓어져도 교통소통이 원활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교통예산의 대부분을 도로 개보수에 투자하고 있다. 비효율적이고, 에너지 낭비를 조장하는 정책이다.

독일정부의 솔선수범 에너지 절약정책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에너지 정책을 펼치고 있는 곳은 어떨까? 가장 대표적인 곳이 유럽연합이다.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2000년의 절반 이하로 줄이고, 그 중 90% 이상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채운다는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물론 50년 후에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에너지 정책의 기본적인 관점부터가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의 방향설정과 더불어 각 회원국도 에너지 전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정부의 기본적인 에너지정책 방향은 핵발전소의 단계적 폐쇄, 화석연료 이용 효율성 향상, 에너지 절약방안 활성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한 지지정책 등이다. 205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2000년의 60%로 줄이고, 2005년까지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1990년을 기준으로 2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30%, 2050년에는 50%까지 늘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차근차근 현실화시키고 있다.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인 ‘10만 태양지붕 프로젝트’가 조기 달성됐고, 풍력발전도 환경부장관이 2010년까지 전기수요의 15% 공급을 확신할 만큼 급성장하고 있다.

독일은 1991년 도입된 ‘전력매입법’(Stromeinspeisungsgesetz)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법은 전력사업자로 하여금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에너지원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정한 가격에 구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2000년 4월에는 재생가능에너지법을 제정했는데, 이 법은 전력매입법을 계승해 새롭게 자유화된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중요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게 된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독일연방정부가 있으며, 그 핵심은 또 베를린의 ‘태양정부청사구역’이다.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의 확대를 위해 의회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된 일명 태양정부청사구역 계획은 새로 만들어지는
 모든 정부 건물에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새로 건설되는 정부 청사는 열 소비량이 신축 건물에 적용되는 한계치보다 30~40% 낮아야 하며, 전기 소비량은 제곱 미터 당 연간 최대 20~50KWh로 낮추어야 한다. 또 재생가능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15%를 차지하도록 되어 있어 정부가 먼저 에너지를 절약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에너지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각성 전제돼야

한국 정부에서도 변화의 조짐들이 조금씩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독일의 선진적인 에너지 정책을 보면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는데, 독일의 이런 법과 제도들이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그저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독일은 1970년대부터 주민들의 핵발전소 반대 투쟁을 계기로 에너지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각성과 실천이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지역 차원에서도 에너지 자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독일 정부는 단지 이를 뒷받침하고 지원하는 제도와 법을 정비한 것이다.

풀뿌리 시민들의 실천과 인식을 전제로 하지 않은 정책이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에너지 정책 변화도 소비자들의 에너지 절약 실천과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노력 등 에너지 부문의 녹색소비실천을 기반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약속하고, 보다 풍요롭고 행복한 사회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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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eoja 2005/08/27 [00:53] 수정 | 삭제
  • 우리나라는 석유도 없고 우라늄도 없고 에너지 지하자원이 거의 없어서 전부 수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가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자력이 위험하고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핵폐기물을 저장해야 하니 대체에너지가 나오기 전까지 언젠가는 없어져야 하겠지만,

    에너지 수입을 한곳에 몽땅 의존하다보면 에너지 안보를 해칠 가능성이 있어서,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석탄, 수력, 풍력 , 태양광 등 에너지원을 다변화 하는게 좀더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쓸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그리고 경제성장을 위해 소비 하는게 미덕이 되고, 부를 누리고 싶어서 좀 더 큰차 더 큰집을 찾는데 작은차 작은집이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는 좋은 것 같습니다

    TV에서 보면 동남아에서는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데 우리나라도 출퇴근용은 자전거나 작은 오토바이를 이용하면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많이 될 거 같아요
  • 브라이트 2005/08/26 [15:44] 수정 | 삭제
  • 포장을 하고, 또 얼마 있다가 다 뜯어내고 새로 포장을 하죠.
    주로 선출직 의원들이 바뀔 때 그렇게 합니다.
    세금 낭비에, 온난화의 주범이기도 했군요.
  • renicat 2005/08/26 [01:19] 수정 | 삭제
  • 풍력발전소 견학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꽤 시끄럽더라구요. 초원 한가운데 서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내 집 옆에다가 설치하기에는 그 소음공해 또한 만만치 않더라구요. 태양광에너지도.. 다층 건물이 많은 시가지에는 적합하지 못하구요.
    결국 우리 나라의 도시화 비율, 면적등을 생각해 봤을때 대체에너지가 커버할 수 있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
    당장 백년 안에 고갈될게 확실한 석유, 가스 에너지를 대체하는건 어찌어찌 노력해보면 가능할 지 몰라도 원자력을 대체하는건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는 불가능합니다. 핵융합발전.. 현제 50년 보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실현' 시키는데요. 상업화 시키는데는 최소 10년에서 보통 30년 정도가 추가 되겠구요.
    대체 에너지 개발, 상용화는 적극 찬성합니다. 하지만 대체에너지의 증가가 핵폐기의 증거가 되기에는 아직 백년은 이릅니다.
  • 메탄하이드레이트 2005/08/25 [01:37] 수정 | 삭제
  • 모범적인 에너지 대안으로 핵발전소 폐기를 들었는데, 우리나라 원자력이 전체 전력의 대략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만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요. 핵융합발전과 같은 획기적인 대체에너지가 나오지 않는다면 풍력과 태양열과 같은 것으로는 너무 커져버린 전력수요를 커버하기 힘들 것 같소. 경제성장률 2~3%만 되도 불황이네 서민들 죽어난다고 아우성치는판에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리 만무하고, 우리가 물질적 풍요를 포기하고 옛날로 회기한다면야 가능하겠지만.
  • dream 2005/08/23 [19:57] 수정 | 삭제
  • 환경 생각하자 하면 맨날 비용문제 들이대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전력낭비하는 비용으로
    충분히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실현할 수 있겠다.
    제한된 자원을 세계 인구가 나눠쓰면서
    그렇게 경각심이 없다니 한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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