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관련 소송은 “사회적 편견과의 싸움”

다시함께센터 2년, 성매매 여성 지원활동

정이은 | 기사입력 2005/09/19 [22:47]

성매매 관련 소송은 “사회적 편견과의 싸움”

다시함께센터 2년, 성매매 여성 지원활동

정이은 | 입력 : 2005/09/19 [22:47]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탈성매매를 시도할 때 가장 먼저 직면하는 일이 법적 문제다”

14일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지원을 위한 다시함께센터가 개소 2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상담과 지원활동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논의하려 마련한 자리에서, 조진경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지난 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다시함께센터에 접수된 상담 5천246건 중, 법률지원 관련한 지원이 29.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조진경 소장은 “성매매 피해여성이 처벌 받지 않는 이차원적 해결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업주를 처벌하고, 민사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판례를 만드는 일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사문제란 주로 성매매 여성들이 떠안고 있는 빚 문제와 구타, 감금, 질병 등으로 받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소송 및 배상 요구다.

사채업자로부터의 채무 ‘갚지 않아도 돼’

김명애 다시함께센터 상담원은 J 성매매 집결지에서 감금과 성매매 강요, 구타 등에 시달리던 성매매 피해여성 7명의 사례를 발표했다. 이들은 어렵게 경찰에 신고해 긴급 구조됐는데, 진술 과정에서 업주와 경찰이 유착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발각됐다. 업주는 경찰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성 상납까지 했으며, 형사는 단속이 있을 때 미리 업주에게 알려주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던 여성들은 경찰도 믿을 수 없었다고 막막했던 심정을 토로했다.

결국 이 사건에서 경찰은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진술을 토대로 업소에 설치되어 있던 감지기 센서 2개와 감지기 스피커 2개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결국 업주는 폭력, 감금, 윤락행위 등으로 벌금 3백만 원에 약식명령결정을 받았다. 또 J 집결지의 관할 경찰서 형사는 파면조치 및 형사 입건됐다.

다시함께센터는 기자회견을 통해 “매매를 전제로 한 선불금은 빚이 아니며, 업주는 여성들이 입은 정신적, 육체적 손해까지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법류지원단 소속 변호인 5명에게 의뢰해 소송을 제기했다. 변호인이 요구한 손해배상 액수는 각 5천만 원이었지만 소송 과정에서 업주가 은닉한 것으로 추정되는 재산이 밝혀지지 않아, 각 1천만 원이 선고됐다. 담당 법원은 성매매 피해여성들에게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채무부존재확인 판결을 내렸다. 김명애 상담원은 ‘이런 판결이 업주가 형사책임은 물론 민사책임도 져야 함을 분명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사건을 맡았던 이은희 변호사는 “판결 선고의 실효성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성매매 여성들에게 전문적인 법률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업주가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배경은 관할 경찰서 형사와의 유착관계 때문이지만, 재판부는 국가 기관과의 관계 때문에 해당 형사에게 파면 조치와 형사 입건 이상의 판결을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았다. 이은희 변호사는 이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국가 기관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무부존재확인은 업주뿐 아니라 사채업자들에 대해서도 해당된다. 김희재 상담원은 D파이낸스라는 사채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한 여성들이 여러 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의아하게 여겨 추적한 결과, 대부분 성매매 피해여성이 강제로 사채를 빌려 성매매를 강요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단체가 조치를 취하려고 하자 D파이낸스는 바로 여성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다시함께센터 법률지원단은 D파이낸스에 대해 “성매매 업소 업주와 협력하여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기 위해 지불한 선불금은 무효”라는 내용의 준비서면을 작성해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D파이낸스가 이미 이 여성들로부터 받을 돈이 없는데, 소송을 끝내자”고 제안했다는 것. 법률지원단은 재판부조차 성매매 여성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김인숙 변호사는 마지막 준비 서면을 통해 이들이 선불금을 실제로 변제 받았는지를 따지고, 소송 후에 사채업자들이 다시 돈을 청구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채무부존재를 확인하는 ‘원고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정호연 변호사는 또 다른 선불금채권무효 소송을 진행하면서 판결뿐 아니라 사회 인식 자체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소견을 냈다. 정 변호사는 특히 이러한 논의 자리에 참여한 남성들의 수가 10명도 채 되지 않는 사실을 지적하며, “남성들 사이에서 성매매 근절에 관심을 보일 경우 별종 취급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호연 변호사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남성들의 인식을 건드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종 성매매 업소에 대한 감시와 대응 필요

법적 지원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섬에 끌려가 성매매를 강요 받았던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인 송문숙 상담원과 조인섭 변호사는 “업주와 경찰의 혐의가 대부분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리경찰의 직무유기는 인정되지만, 업주들과의 유착관계에 대해선 극구 부인하고 있어 재판부에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소송 과정에서 업주가 되려 ‘성매매의 증거가 어디 있느냐’, ‘자기들이 좋아서 한 걸 가지고 왜 책임지라고 하냐’고 윽박질렀다”고 증언했다.

특히 법률지원단은 재판부가 감금 사실조차 믿어주지 않았다는데 분개했다. 특히 섬에 감금된 것이나 경찰의 방치가 형사 기록상 성매매 강요, 폭행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무혐의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탄했다. 송문숙 상담원은 “성매매 피해여성에게 섬이라는 폐쇄적 공간은 최후의 종착지이자 감옥이며, 업주와 섬 주민이 하나 같이 자신을 감시하는 무서운 곳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성매매 여성들은 질염, 골반염 등 질환과 정신적, 심리적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희숙 상담원은 이들의 실제 질환과 다르게 보건증을 발급한 사례를 찾아내, 업주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다시함께센터는 불법으로 규정된 성매매를 피치 못하게 지속해야 하는 여성들에 대해서도 의료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가 성매매와 여성들의 질환 사이의 상관 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전망이 밝지는 않다는 우려를 덧붙였다.

법률지원단과 상담원들은 소송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의 편견과 성매매 피해여성들에 대한 무지, 외면 등과 싸워야 했다”며 “무엇보다도 성매매에 대해 ‘사회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쯤으로 여기고 있는 분위기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다시함께센터는 앞으로도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적극적으로 도와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법률지원만 아니라 의료, 심리지원과 자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외국으로 송출되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지원방식을 개발하는 한편, 국가간 지원단체 네트워크를 형성해 원정 성 구매자에 대한 처벌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또 신종 성매매 업소에 대한 법적 선례를 만들고, 산업형 성매매 축소방안 및 효과적인 법률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로 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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