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방식은 진화하고 처벌은 미흡해’

韓, 티켓다방 러시아무희 등이 대표적

정희원 | 기사입력 2005/11/22 [02:35]

인신매매 ‘방식은 진화하고 처벌은 미흡해’

韓, 티켓다방 러시아무희 등이 대표적

정희원 | 입력 : 2005/11/22 [02:35]
“한국은 티켓다방 업주와 직업소개업자의 ‘인신매매’ 형태가 매우 흔하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피해자들을 속여 티켓영업을 시키다 섬에 팔아 넘긴 예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식품접객업자 준수사항을 위반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고수익을 올리게 했는데, 견디지 못한 피해자가 도주하자 골방에 감금해 법에 호소할 수 없게 단념시켰다. 불과 넉 달 만에 지각비, 결근비, 영업손실, 옷값의 명목으로 월급을 공제하고도 임의로 산정한 1천350만원의 채무를 지운 뒤 피해자에게 선불금을 받고, 나머지는 몸값으로 계산하여 섬 지역 소재 주점에 팔아 넘겼다. 이 과정에는 유료직업소개사업 등록을 하지 않은 직업소개업자 등이 관여했다.”

다양한 인신매매 강력계열로 뭉뚱그려 다루는 실정

지난 14일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 인신매매 방지 전문가 회의’에서 최길수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검사는 한국에서 ‘흔하게’ 발생하고 있는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 과정과 실태에 대해 보고했다. 국제이주기구 IOM(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과 한국의 법무부, 여성가족부가 공동주최한 이번 회의에선 특히 인신매매 범죄자의 ‘기소’와 ‘처벌’, 그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 구축방안에 대해 심층 논의됐다.

최길수 검사가 예로 든, 한국에서의 전형적인 인신매매 사례의 또 하나는 “공연기획사와 유흥업소간 이주여성 인신매매”다. “관광업소 등에서 공연을 목적으로 예술흥행비자(E-6)를 받아 한국의 공연기획사를 통해 입국한 외국연예인들이 6천여 명에 이르며 80%는 러시아 여성이다. 이들 소위 ‘공연기획사’는 허위서류로 외국인을 초청하거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변경추천을 받지 않고 공연장소를 변경하는 등 공연법을 위반한다.”

이들 업소들은 ‘외국인 근로자 파견사업’을 목적으로 상시근로자 허위 신고 등 부정한 방법을 통해 회사를 설립하고 노동부의 허가를 받아낸 뒤, 예술을 빌미로 러시아 여성들을 초청해서 실제론 노래방, 스탠드 바 등 유흥업소와 계약을 체결한다는 것. 계약조건은 러시아 민속공연의 내용이 아니라, “비키니 사진을 제시하고 성적호기심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여부”라고 한다. 처음부터 러시아 여성들을 반나체의 무희로 유흥업소에 취업시키기 위해 예술흥행비자를 탈법수단으로 입국시켜 ‘공연’을 하는 것처럼 영상물등급위원회와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속여 범죄를 저지르는 경로다.

최길수 검사는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인신매매 관련 특별 조치들은 미비한 상태”라며, “다양한 형태의 인신매매 범죄들을 대부분 강력계열로 뭉뚱그려 다루고 있어, 진화하는 특수범죄 형태들에 대응할 정교화된 법체계 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검찰, 출입국 등 비리가 국제 인신매매조직 키워

이번 회의에서 기조 연설을 한 아시아지역 인신매매예방협력팀(ARCPPT) 프로젝트 총 책임자인 앤 갤리거(Anne Gallagher)도 “각국의 현행 법체계에서 인신매매범을 형사 처벌할 근거가 부족하고, 강제노동이나 채무에 따른 노예노동, 어린이 노동, 강제결혼 등과 관련한 위법 혐의를 기소하거나 체포하는 절차가 불합리해서, 국제적인 협력관계에서도 범인 인도절차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이주노동과 성매매 산업으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으로 국가재정과 소위 ‘합법적’ 사업체, 범법자들의 부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 사법 당국이 일부러 실효성 없는 대응을 하거나 차별대우를 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검찰과 법원 내부의 부정 등 공권력 비리가 인신매매에 연루된 것을 직접 목도했다는 경험적 증거를 제시하면서, 사법 당국과 출입국, 이주관리 기관의 부패가 뒷받침되어주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이 대규모 인신매매 조직이 지속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일갈했다.

앤 갤리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초국적 인신매매는 이동 루트를 고려한 수사체계가 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폭력, 강압, 사기 등 범죄로 규정할만한 행위들이 통상 ‘이동하는’ 단계가 완료된 뒤에야 나타나기 시작하므로, 출발지나 경유지 국가는 목적지 국가보다 수사가 더욱 힘든 실정이다.

만일 라오스에서 출발하여 태국을 경유해서 호주로 가는 인신매매 궤적의 경우, 타이 경찰이 라오스와 타이 국경에서 라오스 소녀들을 실은 트럭을 정지시켰다면 당시 그 소녀들의 증언에만 의존해서는 인신매매 혐의사실을 입증하고 기소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앤 갤리거는 “피해자들은 공포에 휩싸여 있고, 사법처리 과정이 인신매매지로 가는 그 상황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법 당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기소절차에서 절대적으로 취급되고 있는 ‘피해자 측 증언 확보’절차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2003년 ‘노예척결’ 법 제정한 이탈리아

한편, 이탈리아의 기세프 배타글리아(Giuseppe Battaglia) 카르비니에리 경찰국 총경은 “인신매매는 여러 전문분야 접근이 필요한 복합적이고 초국적인 사안”이라며 자국의 인신매매 관련 한층 진전된 법률을 소개했다. 최근 국제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적, 초단체적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들이 진화해왔고, 이런 관점에 따라 각국 현행법을 재정비하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2003년 ‘노예척결’을 위한 새로운 법을 제정했다. 이 조항은 어떤 방법과 형태든지 1인 이상을 강제에 의거하거나 취약한 상황을 이용, 기만함으로써 착취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것은 성적착취나 노동력 착취, 또는 그 어떤 형태로도 착취를 목적으로 개인의 의지에 반해서, 또는 속임수로 오도해서 강제적으로 노예생활을 하도록 하는 모든 행위를 처벌할 근거를 확립한 것이다.”

기세프 배타글리아 총경은 또, 2005년 이탈리아 정부가 승인한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에 관한 규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해 일정 기간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에 따라 일시적인 거주 허가를 주는 것이다. 이 규정은 인신매매 피해사실과 꼭 연결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가능성을 포함하여 불법 이주한 외국인, 이탈리아 시민, 유럽공동체 시민들 모두 적용된다. 이탈리아는 이들 법 제정을 통해 아동 포르노그래피, 아동 성착취, 아동 성매매와 납치, 노동력 착취 등 인간착취 관련 많은 수사들에서 기소가 공식화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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