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느끼는 감정을 알기 두려운가

<코끼리가 울고 있을 때>가 밝혀낸 것

김윤은미 | 기사입력 2005/12/13 [01:06]

동물이 느끼는 감정을 알기 두려운가

<코끼리가 울고 있을 때>가 밝혀낸 것

김윤은미 | 입력 : 2005/12/13 [01:06]
동물은 어떤 감정을 느끼면서 살까?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 있다. 동물이 과연 감정을 느끼는가? 상식적으로 동물은 당연히 감정을 느낀다. 동물을 키워본 사람에게는 당연한 소리다. 그런데 상식적인 견해와 과학적 견해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존재한다. 특히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동물은 자손을 이어가는 것만을 목적으로 살아가는 생명체이므로 유전적인 이익이 남는 행동만 한다. 때문에 동물의 다양한 감정을 어떤 식으로든 생존 상의 이득으로 해석해내려고 한다. 한편 동물의 감정을 인정하더라도, 저급한 것으로 폄하하는 주장이 많다. 동물이 감정을 느낀다 하더라도 인간처럼 ‘고귀한’ 감정을 느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코끼리가 울고 있을 때>는 정신분석학자와 생물학자가 함께 쓴 책으로 동물이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을 수많은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는 책이다. 지은이들은 동물에게 감정이 없다는 주장이 동물에 대한 착취를 합리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인간만이 특이하고 고귀한 정서생활을 할 줄 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동물학대나 착취가 용인된다. 이는 인간중심주의의 일종으로, 여성이나 ‘원주민’처럼 사회적 소수자들을 차별하는 논리와 같다. 1908년 <종교와 윤리 대백과사전>의 “동물” 조항에서는 “야만인들은 짐승이 실제보다 훨씬 복잡한 사고와 감정 및 폭넓은 지식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쓰고 있다 한다. 즉 동물에 가까운 하등인간만이 짐승을 소중하게 취급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 책은 과학계에서 동물의 감정을 부정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중심주의가 지나쳐서 모든 동물을 의인화할 경우, 객관적인 관찰이 불가능하다. ‘굶주림으로 잔인한 늑대’, ‘선행을 베푸는 돌고래’, ‘인간 못지않게 따지는 까마귀’ 등의 표현은 모두 의인화의 결과다. TV 동물 프로그램에서 동물의 모든 행동양식을 인간사회에 투영시켜 설명하는 데서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수컷과 암컷의 행동양식을 의인화해서 설명함으로써, “자연적”이라는 근거로 남성과 여성의 차별을 조장하기도 한다. 동물의 생활에 대한 인간의 지식이 매우 부족한 까닭에 인간과 동물을 몰지각하게 비교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과학계의 경우, 객관성을 내세운 결과 오히려 동물의 감정 자체를 깊게 연구할 수 없게 되었다.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은 1960년대 초에 침팬지 연구보고서에 ‘유아기’, ‘사춘기’, ‘흥분’ 같은 용어를 사용했다가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인간의 성격을 비인간적인 동물에 적용했다는 이유다. 지은이가 보기에 현재 동물 연구는 언어사용, 자기 인식과 같은 지적 능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동물의 감정 또한 연구 대상이 되어야 한다. 물론 감정은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검증될 수 없다. 타인의 내면은 궁극적으로 불가해한 영역이다. 그러나 인간들은 타인의 감정을 알아내려고 애쓴다. 그래야만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감정 또한 마찬가지다.

공포와 희망과 악몽, 사랑과 우정, 슬픔과 기쁨, 분노와 잔혹성. 동물들은 이 모든 감정들을 느낀다. 우정의 경우, 종이 다른 동물 사이에서도 성립한다. 말이 염소와 같은 다른 동물과 친구가 되는 경우는 흔하다. 심지어 동물이 동물을 키우기도 한다. 일례로, 인간이 키운 침팬지 루시가 심심해하자 사육사가 새끼 고양이를 한 마리 주었다. 처음에는 고양이를 싫어하던 루시는 세 번쯤 고양이를 만나자 태도가 돌변해서 고양이의 털을 다듬어주는가 하면, 안아서 잠도 재우고 가는 곳마다 데리고 다녔다.

사랑 또한 동물마다 다른 패턴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자유롭게 교미하는 종과 ‘정절’을 지키는 종으로 나뉜다고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 동물들의 부모-자식 사랑은 유연하기까지 하다. 어떤 어미 쥐는 새끼 쥐와 새끼 토끼를 함께 양자로 삼았다. 고아가 된 스컹크나 새끼돼지를 양자로 삼은 개나 고양이의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한편 인간에 비해 거의 절대적으로 평화롭기는 하나 동물들 사이에도 전쟁이 일어난다. 이유 없는 공격이나 강간 사례가 발견될 때도 있다. 잔혹함 또한 존재한다. 고양이 12마리를 넣은 우리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두 마리가 따돌림을 받는 신세가 되어 사육사가 지켜주지 않으면 그 두 마리는 먹이도 먹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때로 동물의 비정함에 몸서리친다. 심지어 동물의 이타성 또한,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처럼 유전적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행해지는 행동에 불과하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친절과 잔인함, 동정심과 비정함은 동물들에게 공존한다. 어느 한쪽의 증거가 다른 쪽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동물의 감정에 대한 연구들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시킬 것을 요구한다. 특히 지은이는 과학계에서 동물실험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하며, 동물이 실험 때문에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동물이 정서생활을 한다고 해서, 인간과 동일하지는 않다. 인간과 동물의 감정은 동일한 것도 아니고, 높거나 낮은 것도 아니며 다만 구별이 있을 뿐이다.

“어떤 코끼리 한 마리는 쥐를 애완동물로 기르고 있으며, 어떤 침팬지는 죽은 제 새끼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어떤 곰은 지는 태양을 넋 놓고 바라보며, 어떤 들소는 얼음 위에서 미끄럼을 타기도 한다. 어떤 앵무새는 자신이 지껄이는 말의 뜻을 알고 있으며, 어떤 돌고래는 자신이 고안해낸 놀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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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chachfreunde 2018/05/21 [03:07] 수정 | 삭제
  • 위의 글은 좀더 철학적으로 깊게 다가가서 이해해야한다. 사람들에게는 문화와 문명을 창출할 능력이있다. 짐승들은 이렇게 할 수 없다.
  • Schachfreunde 2018/05/21 [03:01] 수정 | 삭제
  • 사람과 짐승은 다르다. 사람의 삶과 짐승이 산다는건 다르고 짐승은 그저 먹고 싸고 자면 그만이다. 짐승은 오로지 종의 보존과 먹기 위해 산다. 그러나 사람의 삶이란 오늘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보고 잘못된것이 없는지를 반성하고 앞으로의 새삶을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것은 사람밖에 할 수 없다.
  • s 2005/12/27 [05:15] 수정 | 삭제
  • 일다는 많은 걸 알라고 하는 군요. -_-
    좋다는 얘기쥐요~
    동물의 감정을 인간이 진짜로 알게 된다면 땅을 치면서 후회할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아요.
  • 2005/12/24 [13:05] 수정 | 삭제
  • 세상이 조금은 달라보입니다.
  • 정아 2005/12/16 [18:53] 수정 | 삭제
  • 의인화도 그렇고, 동물의왕국도 보면 너무 인간사회처럼 동물사회를 관찰하기 때문에 인간중심으로 동물사회를 왜곡하고 있다는 걸 제가 봐도 느껴지더군요.
  • 웃기지마 2005/12/15 [00:03] 수정 | 삭제
  • 도대체 진화심리학자들의 책은 제대로 읽어보고 진화론을 인용하는거요? 리차드 도킨슨은 분명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소. 따라서 특별히 짐승들의 감정만이 생존을 위해 가장 합리적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아니며 인간 역시 짐승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의 진화학자들의 주장이라오. 특히 당신이 인용한 동물의 이타성이 생존을 위한 합리적인 감정이란것은 단순히 짐승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까지를 포함하는 것을 제대로 밝혀주시오. 당신과 같이 절반의 사실과 절반의 거짓, 혹은 의도적인 모호한 단어선택은 글쓰기에서 극히 악의적이고 가장 저질적인 논리전개방식이라는 것을 스스로가 잘 알것이오...
  • 은수 2005/12/14 [02:19] 수정 | 삭제
  • 동물녀석을 키워보면
    확실히 느껴져요.
    인권이 있는 것처럼
    그에게 있는 동물로서의 권리를
    침해한다 싶은 지점에선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그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화를 내는 것을 목격했어요.
  • ,, 2005/12/13 [17:16] 수정 | 삭제
  • 눈물을 흘리는 동물들도 살면서 본 적이 몇 번 있죠. 골똘한 표정짓는 것도 봤구요. 동물의 감정. 그걸 알기 두려워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생각도 드네요. 만약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지은 죄가 크기 때문이겠죠?
  • 허허 2005/12/13 [16:37] 수정 | 삭제
  • 특히나 방송,언론매체에서 쏟아내는
    동물의 행동에 대한 인간중심적 편견,남성중심적 해설을
    우리가 너무나 당연스레 받아들이는것 아닌지 생각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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