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안에서 ‘이름’을 전시하다

공장여인들의 명함만들기 프로젝트

서희 | 기사입력 2006/01/17 [00:51]

공장 안에서 ‘이름’을 전시하다

공장여인들의 명함만들기 프로젝트

서희 | 입력 : 2006/01/17 [00:51]
여성노동자들의 사회적 역할을 폄하한 “공순이”란 말을 쓰기조차 조심스러웠던 초기에 비해 공장 안에 조그만 변화가 일어났다. 남들 앞에 서기만 하면 45도쯤의 각도에서 반쯤 내린 여성노동자들의 고개를 보면서, “사회의 여백으로만 존재하는 그들만의 사회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장여인들의 명함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이 전시회는 ‘이름없는 이름:나는 나를 상상할 수 있습니까?’라는 제목으로 배성미, 최영숙 작가가 참여했다. “화이트칼라들의 명함보다 더 훌륭한 명함, 세상에 하나뿐인 명함을 가지고 당당하게 (다른 이에게) 나눠주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는 것이 기획의도였다 한다.

처음에는 “도대체 공장 안에서 무슨 전시를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또한 여성노동자들은 “예쁘지도 않은 우리 얼굴을 왜 찍고 싶어하고, 인터뷰는 또 무슨 인터뷰? 명함 같은 거 다 필요 없어”라고 했다. 하지만 전시 오픈 식에서 주인공이었던 이 여성노동자들은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전시가 시작되고 거의 3주가 될 때였다. 작가들과 함께 공장 내 구내 식당에서 전시에 참여한 분들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그 날은 일간지 기자가 나와서 취재를 나와 전시 참여하신 공장 분들과 인터뷰도 하고 사진도 찍고 했던 날이었다.

“어~ 나 xx일보에 얼굴 나오면 안 되는데. 우리 제부가 거기서 일하거든. 무슨 공순이 주제에 신문에 나오냐고 하면 어떡하지?”
“공순이면 어때? 자식들 다 먹여 살리고 매일매일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앞에 앉아 식사 중이던 다른 여성노동자 한 분이 단번에 되받아 쳤다. 그 날 저녁식사에 함께 자리했던 한 작가는 그 통쾌한 답변을 듣는 순간이 이 전시를 시작하고 나서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없다/없다/없다 그리고 있다”라는 선언문으로 시작하는 전시는 작가들과 여성노동자 7명의 지원자들과 함께 만든 <공장 여인들의 명함 만들기> 외에 <당신은 누구십니까? 다큐멘터리 15분 내외>, <이름없는 이름:인터랙티브 사운드설치>, <화이트칼라 VS 총천연색칼라:함께하면 웃을 수 있을까? 평면설치>, <모두의 기념품:평면설치>, <점령의 노하우:조형설치> 등의 소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샘표식품 이천공장 내 샘표스페이스에서 2월 15일까지 주중에 진행된다. (문의: 031-644-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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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봉이 2006/01/17 [19:46] 수정 | 삭제
  • 공장에서 전시회를 한다니 공장 쪽과도 얘기가 되었을텐데 이런 거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실험적으로 느껴집니다.
  • 눈빛 2006/01/17 [19:18] 수정 | 삭제
  • 요즘은 자기가 명함을 직접 만들어서 하는 일에 빛을 더 발한다고 할까요, 그러잖아요.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개인명함을 갖지 못하란 법 없지요. 명찰이 아니라 명함이라는 거, 멋져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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