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장애인 ‘눈떠보니 여기 와있어’

인권위, 장애인 시설생활인 인권실태발표

강선미 | 기사입력 2006/02/06 [22:06]

시설장애인 ‘눈떠보니 여기 와있어’

인권위, 장애인 시설생활인 인권실태발표

강선미 | 입력 : 2006/02/06 [22:06]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일 “장애인 생활시설 생활인 인권상황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연구는 그 동안 은폐되어 온 장애인 생활시설에서의 인권침해 상황들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사실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작됐다.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발견되는 전반적인 인권침해 상황들을 생활인들의 입장에서 인터뷰와 설문조사 방법으로 총 정리한 것을 특징으로 볼 수 있다.

“형기 없는 감옥생활”

조사는 2005년 8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시설 신고를 완료한 곳과 조사기간 중 신고 완료가 거의 확실한 조건부미신고 시설 중에서 선정된 22개 장애인 생활시설의 시설장애인 74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기본권보장 여부와 자기결정권 행사 가능성, 생애주기에 맞는 보편적 삶을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한 것들을 주로 물었다.

우선 시설에 본인 스스로 입소를 결정한 경우가 22.1%에 불과하고, 나머지 77.9%는 타인의 강요 및 반강제적으로 입소하게 됐다는 사실부터 충격적이다. 시설에 입소하게 되는 경위부터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제대로 행사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이 ‘자율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간주하는 편견이 많은 부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입소한 뒤 시설에서의 생활도 시설 밖에서보다 더 좋거나 유익하지 않은 면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낮 시간에 주로 무엇을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가만히 있거나’(31.8%) ‘텔레비전을 본다’(19.3%)고 답했다. 또 시설 내 ‘가사노동이나 각종 잡무를 하는’(13.5%) 경우와 시설 내 ‘가내 수공업이나 농축산업 등을 하는 경우’(11.3%) 등과 같은 답변을 통해, 시설 운영자나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을 장애인에게 무임금으로 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업활동을 했을 때 ‘임금을 받은 적이 없다’는 답변이 69%, 임금을 받고 있지만 ‘시설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경우도 17.2%였다.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이나 장애수당 등의 ‘개인재산 관리를 누가 하는가’에 대해서도 본인이 ‘직접 관리’(14.2%)하는 경우보다 ‘시설에서 일괄적으로 관리’(36.5%)하는 경우가 많아, 개인재산 관리에 있어서도 자율성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독립기반도, 반겨줄 이도 없어

시설에서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 38.2%가 ‘있다’고 답했으며, 7.6%는 ‘타인의 폭력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시설 생활인의 절반 정도가 폭력상황을 경험하거나 목격하게 되는 상황 속에 있다는 얘기다. 반면 시설 측에 의견을 내거나 불편해소를 위한 공식적인 절차(회의구조, 건의함 등)는 84%가 ‘없다’고 답해, 시설 내 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어느 시설생활인은 “형기 없는 감옥”이라는 표현을 했다고 한다.

이상의 결과를 토대로, 인간에게 당연히 보장된 기본권을 누리면서 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퇴소를 원하는 수치는 절반(50.7%)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퇴소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43%에 달하는데, 연구자들은 이를 ‘시설병 증후군’(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욕구를 발현하지 못하거나, 무기력한 상태, 또는 좋다 나쁘다 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자신의 삶의 비전이나 희망 없는 상태)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퇴소를 원하지만 하지 못하는 이유와 퇴소를 원하지 않는 이유가 거의 같다는 점은 장애인 생활시설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설에서 나가고 싶지만 ‘장애나 빈곤 등 독립할 기반이 없다’(각각 24.5%/22%)는 점과 시설에서 나가봐야 ‘가족도 없고 반겨줄 사람이 없다’(각각 19%/26.5%)는 답변을 통해,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누군가 혹은 어딘가에 맡겨지는 존재로 대우해온 것 때문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시설 내 성폭력 등 심도있는 조사 이어지길

이번 연구는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인권적 상황들과 최소한의 기본권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 전반적인 사실들에 대해 확인하고 자료로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사회복지시설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김정하 활동가는 특히 조사를 진행하면서 글을 읽지 못하거나 이해가 쉽지 않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 그림으로 설문조사를 시도한 것이 유효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설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보고 등을 보면, 다른 인권침해 사례들과 비슷한 수위에서 다루어진 것이 아쉽다. 연구 관계자에 따르면 ‘시설 내 장애인의 위치가 시설에 대한 비판을 자유롭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실태조사에 조심스럽고 어려운 점이 많았고, 특히 성폭력과 같은 문제는 더욱 접근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상당히 상세히 진행된 실태조사 결과와는 비교되게 그에 따른 개선방안이 ‘탈시설’과 관련된 거시적인 차원에서 제안된 것 역시 미흡한 부분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고서가 서문에 밝히고 있듯 이번 연구를 정부, 일반국민, 시설 운영자, 장애인의 가족 이렇게 4자간 “침묵의 카르텔”을 깨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본다면, 앞으로의 보다 심도 깊은 연구와 개선방안 모색에 기대를 갖게 된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뿐 아니라 시설 외 장애인의 삶에도 도움이 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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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on 2006/02/09 [13:33] 수정 | 삭제
  •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는 대답이 가장 끔찍하게 들리네요.

    갈 곳 없는 노인들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얘기하는데,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평생 아무 것도 안 하고 시설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모든 시설이 다 그런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요.
  • yeoja 2006/02/07 [23:24] 수정 | 삭제
  • 시설 장애인의 실태는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누구도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아는 사람도 없는 무인도 같은 존재라는 느낌입니다

    그나마 인권위에서 이런 조사를 해서 시설장애인의 실태를 실시간으로 외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군요

    옛날에는 먹고살기 힘들어서 돌아다니는 걸인들 장애인들 보기 싫다고 잡아다가 복지시설에 집어쳐넣고 먹을 것만 줘도 고맙게 받아먹어야 되는 존재들로 인식되어서 그 사람들이 인권을 호소해봐야 들어주는 사람도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복지시설을 관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복지사업에 종사하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고 수용된 장애인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여부까지 알려고 하는 것은 관리하는 사람들의 노고에 대한 예의나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물어볼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동안 복지시설에대한 사건이 터져도 그뿐이지 누구하나 자기일처럼 나서서 실체에대해 조사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인권을 챙겨주는 사람도 없어서 잘잘못을 가려서 처벌받는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경제력이나 민주주의 인권보장 등 모든면에서 시설장애인들을 돌아볼 여유는 된다고 봅니다

    시설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입출소 하게 하고, 출입도 자유롭게, 여행 쇼핑 등 개인생활을 할 수 있게 , 장애인들이 정부에서 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이나 장애수당 등의 개인재산 돈 관리도 본인들이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해서, 각 개인들이 필요한 물품을 마음대로 살 수있게 해야합니다

    시설 장애인이 입소하게 되는 경위는
    가족들이 보살펴주다 각자 자기 삶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하는 수 없이 시설에 맡기는(버리는)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은 가족이라는 개념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중요시 하는 시대라서 옛날보다도 장애나 질환이 있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결국 자기손해라는 인식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장애아의 경우는 부모의 따뜻한 사랑이 많이 필요한 시기인데 버려져서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갖고있는 장애보다도 가족들의 사랑을 잃은 것이 훨씬더 아플 것입니다 ,사실 사회가 장애인에게 박대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가족들에게 사랑을 잃는 것이 가장 아프고 그네들의 삶에 힘들게 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 2006/02/07 [01:17] 수정 | 삭제
  • 시설이 필요한 사람에게 시설이 제공되어야지, 감옥처럼 느끼는 사람에겐 시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제공되어야 하겠죠. 강제로 들어오는 경우가 저렇게 많다니, 끔찍한 사회의 이면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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