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돌아가는 그들만의 성

여성에게 참정권 주지 않는 서울YMCA

박희정 | 기사입력 2006/02/14 [01:11]

거꾸로 돌아가는 그들만의 성

여성에게 참정권 주지 않는 서울YMCA

박희정 | 입력 : 2006/02/14 [01:11]
‘서울YMCA 성평등 실현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발족됐다는 소식이다. 성차별을 해소하라는 권고를 무시해온 시민단체인 서울YMCA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개인들이 문제해결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총회장은 금녀의 공간

서울YMCA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여성참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YMCA로 악명이 높다. 2002년부터 서울YMCA를 제외한 대부분의 YMCA 회원과 실무자들이 서
울YMCA 이사회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으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성차별 해소를 권고한 바 있다.

현재 서울YMCA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성별 비율은 어떠할까. 단체의 자원봉사자 중 90% 이상, 전체회원의 60% 이상이 여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주요의사결정을 하는 지위에 있는 여성실무자들은 불과 5%, 이사회에는 단 한 명도 진출한 적이 없다. ‘유리천정’이라고 불리는 직장 내 성차별도 이 정도는 아니지 싶다.

서울YMCA의 여성회원들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십 수 년의 회원활동과 적지 않은 기여를 한 사람도 단체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총회장에는 발도 들여놓을 수 없는 현실”이라며 성별을 이유로 참정권조차 가지지 못하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활동과 의무는 있으되 권리는 없다니, 서울YMCA 이사회 구성원들 눈에는 여성들이 사람이 아닌 존재로 보인단 말인가. 21세기를 살고 있는지 잠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전근대적인 성차별이라 사건을 지켜보는 것이 민망할 정도다. 그것도 시민단체의 이름을 걸고 있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니,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다.

정회원 자격까지 주지 않으려 해

빗발치는 사회 각계의 성차별 해소 요구에 서울YMCA 이사회는 전향된 태도를 보이기는커녕, 급기야 정회원 자격을 아예 남성으로 국한하고 예외적으로 여성을 받아들이는 내용으로 헌장을 개정하려고 하고 있다고 한다. 대책위에서 “서울YMCA가 회원들의 자발성에 근거하여 움직이는 시민운동체를 포기하고 일부 남성들의 폐쇄적인 클럽으로 스스로 정체화하며 사유화”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체 이렇게까지 해서 서울YMCA 이사회가 고수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정의와 평등을 실천”하고 “시민의 권익을 옹호”한다고 내세우던 시민단체가, 그 목적은 변해도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지 않다’는 성차별 이념만큼은 고집하겠다는 것인가. 희생과 봉사는 여성 몫이고 의사결정권한과 명패는 남성의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굳이 시민단체로서의 위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서울YMCA가 보여주는 성차별 행태는 마땅히 사회적으로 지탄 받아야 할 문제다.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이자 개개인의 상식의 범주에 해당하는 ‘성 평등’ 개념을 정면 위반하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범국민 서명운동(www.ymcakorea.org/womensign)을 진행하는 한편,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여성회원에게 평등조건의 총회원권을 즉각 부여”할 것을 촉구하고 향후 행동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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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6/02/21 [14:49] 수정 | 삭제
  • 권력 끝까지 잡고 있을꺼라고 발버둥치는 거 아주 역겨워요.
  • miso 2006/02/15 [15:40] 수정 | 삭제
  • 거기가 여성들이 얼마나 많이 활동하고 있는 곳인데, 이사진들이 남자라고, 아주 남자들만의 클럽으로 만들어버리려고 하는 것 같군요. 단체를 말아먹으려고 작정을 했지, 이사들이 자기네가 활동하는 것도 아니면서 권력은 놓지 않으려고 흉한 짓들을 하네요. 이거 꼭 해결됐음 좋겠습니다.
  • 괴기 2006/02/14 [18:04] 수정 | 삭제
  • 너무 우울한 뉴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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