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로 인한 심리적 파괴도 ‘심각’

성매매 피해여성 의료지원 포럼서 밝혀

정희원 | 기사입력 2006/02/21 [00:31]

성매매로 인한 심리적 파괴도 ‘심각’

성매매 피해여성 의료지원 포럼서 밝혀

정희원 | 입력 : 2006/02/21 [00:31]
지난 15일 다시함께센터는 “성매매로 인한 질환 발생과 사회적 책임의 상관성”에 대한 성매매 피해여성 의료지원 포럼을 개최했다. 간호사, 심리상담사, 산부인과 의료진, 변호사를 비롯한 센터 내외 전문인들이 발제자로 나선 이번 포럼은 피해여성들 그룹의 신체적, 심리적, 성적인 피해상황이나 영향관계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를 확보해 각 개인별 자활 지원을 기획하기 위한 자료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의 도덕적 책임론을 넘어서는 법적 책임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생식기, 심혈관, 호흡기, 신장요로 문제 두드러져

최징자 전 서울시립서북병원 간호부장은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단순 건강상태 진단을 넘어, 지금까지 어떤 문제가 어떻게 축적되어 왔는지 ‘근거중심상담’을 하기 위한 밑자료로써 탈성매매 희망자 77인에 대한 상담조사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두드러진 음주, 흡연, 피임약 장기복용, 운동 취약성은 피해그룹의 환경요인과 건강상태를 예견케 한다”며, “피해여성들은 질염, 난소계 이상, 자궁암 등 생식기계 이상이 가장 많았고, 대조군(보유 현황 0%)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상담에 참여한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84%가 임신을 경험했지만 100% 유산으로 “해결”해 왔으며 이 밖에도 “가슴이 조여 들고 통증이 팔이나 등으로 뻗는” 등 심혈관계 문제, “조금만 운동해도 숨이 차고 잠잘 때 식은땀이 흐르는” 등 호흡기계 문제, “콜라 색의 소변을 경험”하는 등 신장 요로계 문제가 두드러졌다. 최씨는 그럼에도 피해여성 과반수 이상이 장기간 병원에 가지 “않고” 의료진의 처방 없이 임의로 약을 사용해온 점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혜진 다시함께센터 소속 심리상담사는 피해여성 개개인에 대한 조직화된 심리검사와 외상 후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가 축적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각 여성 별로 실시한 K-WISE 지능검사는 피해여성들이 동 연령대와 별 차이가 없으며 ‘양호하다’고 밝힌 뒤, 상대적으로 (이 검사의 두 축인) 언어성 지능보다 동작성 지능이 높은 점을 주목했다. 언어성 검사는 아동기부터 축적되고 조직화된 경험과 지식에 바탕을 두는 반면, 동작성 검사는 덜 조직화되고 즉각적인 문제해결능력을 요구한다.

즉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동작성 지능이 언어성 지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초기 문화적 배경, 학습부재, 교육환경적 요소에 의한 지적 활동이 취약한 경우라도 새로운 사태에 대한 순발력과 즉각적인 대응력, 문제해결력이 높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능의 ‘낮아진 부분’은 교육이나 환경, 초기경험, 가해환경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며, 기본적인 인적자원을 갖추고 있어 적절한 정보와 심리, 의료지원, 사회적 경험을 제공하면 향후 성공적인 직업 수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비관, 자포자기 등 총체적 심리문제 드러나

그러나 이혜진 심리상담사는 심리적인 문제점이 함께 드러나는 총체적인 심리검사인 ‘MMPI’(다면적 인성검사) 결과가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형이며,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crying for helf) 전반적으로 지속적인 불가항력적 가해에 노출되어 자아 방어능력이 매우 약해져 있다고 지적했다. 비관적, 패배주의적, 냉소적인 태도, 정서불안과 의존욕구, 정당하게 표출하기 힘든 수동공격적인 분노, 사회적인 접촉 회피, 전통적인 여성상 집착, 성매매 경험의 정신적인 ‘재경험’ 등에 극심하게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이런 혼란상태가 지속되면 주의력과 집중력, 판단력과 같은 지능 요소에도 영향이 가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림 등의 시각적 자료에 투사된 주관적 반응으로 측정되는 로샤검사(Rorschach test)결과, “겉으로 보기에 사교적인 것과는 달리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우울정서와 무력감을 깊이 경험하고, 일상 대처 시 비효율적인 방식을 사용하여 자신의 상황을 악화하거나 감정이입의 결여, 심한 경계심 등 거의 총체적인 심리문제들이 표출됐다”고 보고했다.

이씨는 이러한 결과들에 대해 “성매매 자체가 반복적이고 충격적인 외상경험일 뿐 아니라 피해여성들이 성매매 이전에도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시달려 왔다”면서, “자신의 통제보다는 포주나 구매자의 통제하에 절대적으로 놓이므로 이런 상황에서 피해여성들은 우울함과 무력감을 체화하는데 그러한 정상적인 분노조차도 표현할 수 없도록 억압되기 때문에 내면화되어 무의식에 은폐하거나 자기 자신에게 돌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진선 홍익심리상담연구소 소장도 성매매 피해여성의 성매매 경험 시작이 ‘청소년’ 시기에 빈번하고, 모르는 사람에 의한 성 피해경험이 특징적으로 나타나, 인생 전반에 대한 낮은 자아존중감, 자포자기 식의 삶의 태도를 굳힌다고 말했다. 또한 “직업적응모델링의 부재로 가족경제, 학업성적 저하, 원만하지 않은 교우관계 등 어려움이 닥칠 시 무분별한 직업선택, 충동적인 행동이 강화된다”고 말하고, “현재의 탈성매매 여성의 심리적인 상처치유와 대인관계의 긍정적 경험을 증진하고 노동, 자본, 소비의 가치관을 다시 쌓을만한 직업경제활동 참여경험 제공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늦기 전에 의료검진 등 지원 받았어야

한편 신체적 피해에 대해 산부인과 질환을 중심으로 조사한 이원식 산부인과 전문의(삼성 제일병원)는 피해여성들이 초경 나이까지 내려온 이른 성 피해경험과 그로부터 잦은 임신, 유산이 반복되면서 자궁 내 유착과 불임을 불렀으며, 피임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고착적인 무계획적 임신과 유산 반복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하복통과 골반통, 골반염 등 염증성 질환, 자궁경부세포진 이상 등도 많았다. 또한 피해여성들에게 비정상 세포학적 진단이 다른 여성에 비해 매우 많은데, 평균 연령은 26.5세로 평균 44.03세에 비해 상당히 낮다고 지적했다.

이원식 전문의는 이들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되기 전 자궁경부상피내암종과 자궁경부상피내종양 등이 발견될 때 치료 가능한 단계를 놓치지 말고 의료검진 등을 지원 “받았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자궁경부질환이 아주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내는 지표로, 위험인자에 노출된 피해여성들의 건강검진, 특히 자궁경부질환에 대한 정기적인 검진대책이 절실함을 보고했다. 특히 이씨는 이성간 성기결합을 통한 인간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자궁경부암 세계추이가 동아시아 지역이 높고, 유례없이 콘돔 사용이 정착되지 않은 한국이 그 중에서도 매우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공통적으로 상담지원을 의뢰한 탈성매매 피해여성 그룹은 학력이나 지능과 같은 자원, 결혼관계 등 개인변인 등에서는 대조군과 주목할만한 차이가 없었으나, ‘성매매 환경의 가해요소에서 비롯된 신체, 심리적 질병보유현황’에서 피해정황과 맞물린 뚜렷한 차이가 밝혀진 셈이다. 성매매 업주와 업소에 대한 상담을 할 땐 두려움과 공포심이 두드러졌고, 타인을 한 명도 믿지 못한다든지, 타인이 욕을 하는 환청이나 업주에 대한 악몽이 반복되는 등으로 미루어보아 업소 안 감금이나 협박의 수위가 추정되기도 했다.

포럼 발제자들은 이처럼 성매매가 한 개인의 몸과 정서와 사고와 삶의 총체적인 국면들을 속속들이 파괴하며 자활가능성까지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복되는 성매매 행위 그 자체만으로’ 심각한 수준의 폭력이고, 그 사실을 피해여성 개개인이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것은 헌법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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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지 2006/02/27 [15:31] 수정 | 삭제
  • 전에 민중의 소리에 기재된 것을 보고
    민중의 소리 기사인줄알고 그 곳에 양해를 구한다고 남겼는데
    이 곳 기사였어요.
    제가 처음이라 아직 많은 것을 잘 모르네요.
    홈페이지 기사 업데이트에 다시 "일다" 출처로 바꾸었구요.
    앞으로도 실시간 업데이트를 위해서 이렇게 댓글로써 기사를 가져감에 대해
    양해구함 내용을 남길께요^^

    좋은 하루되세요~
  • 키위 2006/02/24 [15:25] 수정 | 삭제
  • 그럴것 같다고 짐작할 만한 사항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건 별개인 듯.
    없던 게 있는 게 되고, 있는 게 없는 게 되니까요
  • she 2006/02/24 [00:19] 수정 | 삭제
  • 그러나 좋은 기사를 보게 되어 반갑습니다.
    탈성매매 과정에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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