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과없이 그린 불안과 불만

이다의 전시회 ‘2da playbook’

김윤은미 | 기사입력 2006/03/13 [22:28]

여과없이 그린 불안과 불만

이다의 전시회 ‘2da playbook’

김윤은미 | 입력 : 2006/03/13 [22:28]
이다의 만화(2daplay.net)를 본 여성독자라면 속이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테다. ‘이다의 허접질’이라는 코너에 연재되는 그의 만화에는 일부러 예쁘게 표현하는 장식성이 없다. 그 대신 어느 한 곳에 특별하게 소속되기 어려운, 불안하고 초조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20대 초중반 여성의 삶이 여과 없이 그려진다. 그래서 그 거침없음에 불편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려운 데를 긁어준다는 생각에 환호하는 사람도 많다. 이다는 2001년 <이다의 허접질>이란 제목으로 만화들을 묶어 책을 낸 바 있는데, 이번에는 “2da playbook”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열었다.

이번 전시회의 컨셉은 갤러리에 온 사람들이 가능하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하자는 것. 보통 미술전시회라고 하면 그림들이 썰렁하게 혹은 위압적으로 걸려 있는 전시장 풍경을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마음 편히 들어가기도 어렵고, 들어가서 그림 감상을 해볼 만한 여유도 없다.

이다의 전시회에는 그림을 그려서 직접 손으로 제작한 책들과 엽서 크기로 작게 그린 그림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관객에게 “모든 그림과 책은 가내수공업을 조잡하게 만들어 매우 약하오니 살~살 다루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부탁한 것부터 그의 전시회에 잘 어울린다.

책들은 개인의 특성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억압적인 사회에 대한 비판과, 그로 인한 상처를 형상화하고 있다. 다른 모든 부분은 보통 여자지만 입에 늑대의 주둥이가 달린 한 여자아이가 결국 늑대가 되면서 자유로운 삶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다. 사슴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혼자서 아름다운 뿔을 가진 사슴을 향해 사슴 집단은 매섭게 질투한다. 반대로 자신이 혼자서 뿔이 있어서 독특하다고 착각하며 살았지만 알고 보니 뿔이 없었던 사슴 이야기도 있다.

‘개성’은 참으로 모순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실제로 그렇게 다르지 않을 때가 많다. 반면 ‘개성’이 사회적 규범에서 어긋나는 경우에는 그것은 개성이 아니라 ‘예민함’이나 ‘일탈’로 받아들여 진다.

한편 집단적인 라이프스케줄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녹아있는 작품들도 있다. 이다는 다들 19살에 대학에 들어가서 25세에 취직을 하고 그 다음에 결혼을 하는 라이프스케줄이 얼마나 답답한가에 대해 토로한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얼굴을 부분부분 늑대의 가면으로 가리면서, 그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관객들이 직접 가면을 열어보면서 얼굴을 확인하도록 만든 책의 입체성은 이다의 표현력에 감탄케 한다.

거칠면서도 필요한 부분을 빠뜨리지 않는 드로잉과 강렬한 색채감각 또한 좋다. ‘판타스틱플레이북’에서 책 밖으로 불쑥 튀어나온 기다란 두 팔은 ‘안아주는 팔’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어서 인상적이다.

흔히 분노와 불안과 같은 감정을 거침없이 토로하는 작품들은 남성적인 장르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사회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스타일 자체가 남성적인 매체의 전유물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사회적 소수자 집단이 이런 스타일을 택할 경우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다의 작업은 앞서 나가는 데가 있다. 전시회는 3월 31일까지 명동 일러팝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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