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무에타이 복서 이야기

영화 <뷰티풀 복서>

김윤은미 | 기사입력 2006/06/06 [18:37]

트랜스젠더 무에타이 복서 이야기

영화 <뷰티풀 복서>

김윤은미 | 입력 : 2006/06/06 [18:37]
태국의 무에타이계에서 엄청나게 잘 나가는 사람이 있다. 링 위에서 그가 날리는 강력한 하이킥에 쓰러지지 않는 상대는 없다. 하지만 링 아래로 내려오면 평범한 사람이 된다. 부엌에서 요리하기를 좋아하고,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가져다 주면서 뿌듯함을 느끼며, 힘든 일이 있으면 고민을 털어놓을 줄 아는 다정다감한 성격이다. 그가 주위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에타이를 하는 남자가 감히 되어서는 안 될’ 트랜스젠더라는 것뿐이다.

영화 <뷰티풀 복서>는 극장에서 개봉하지는 않았지만 각종 영화제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린 태국영화다. 태국 무에타이계에서 이름을 알린 뒤 성확정 수술을 받은 농툼의 실화에 바탕하고 있는 데다, 농툼이 살아오면서 겪어야 했던 고뇌를 선정적이지 않고 감동적이고 쉽게 풀어냈다는 점이 매력이다.

이야기는 성확정 수술을 받은 농툼에게 어느 외국인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시작된다. 기자는 농툼을 찾으러 가다가 시장에서 시비가 붙어 얻어맞을 판국이다. 그때 붉은 빛 옷자락을 날리면서 우아하게 발차기를 날리는 여성이 나타난다. 그녀가 바로 툼이다. 영화는 툼이 지닌 두 가지 면모, 화장이나 드레시한 옷차림처럼 소위 “여성적인” 취향을 선호하는 특성과, 무에타이와 같은 격렬한 운동에 재능을 타고난 특성을 잘 조합하여 툼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뷰티풀 복서>는 간단하면서도 정확하게 문제를 설정한다. 툼은 어렸을 때부터 ‘남자가 되고 싶지 않으므로 어른이 되기 싫다’고 생각할 정도로 여성이 되고 싶었다. 툼은 머리에 꽃을 달고 싶고, 모래성을 만들고 싶고, 여자아이들과 함께 고무줄을 하고 싶다. 그런 툼에 대한 시선은 따갑다. 시장에서 본 경극 흉내를 내는 툼을 보며 아버지는 툼이 “변태”가 되면 어떡하나 걱정한다. 수도승이 된 툼이 입술연고를 바르자, 툼의 친구는 툼 때문에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면서 겁을 준다.

이처럼 툼의 문제는 남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툼의 욕망을 주변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성성/여성성의 문제나 트랜스젠더에 대한 복잡한 논의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무엇보다도 사람은 누구나 ‘마음’이 가는 대로 살 권리가 있음을 전달하기 위함이리라.

툼이 무에타이를 시작하면서 갈등은 더욱 증폭된다. 무에타이계에서 눈길을 끌기 위해 툼은 오랫동안 몰래 해왔던 화장을 시작하는데, 그 때문에 다른 선수들은 툼을 놀리고 모욕을 준다. 그러나 툼은 지지 않는다. 툼이 링 위에서 상대 선수에게 성적 모욕이 담긴 제스추어를 받거나, ‘네가 여자라면 벌써 죽었어’라는 식의 발언을 듣다가 힘주어 주먹을 날리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뷰티풀 복서>는 등장인물들이 평면적이고, 이야기가 단순하게 툼의 생애를 따라 전개되므로 자칫 밋밋해지기 쉬운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무에타이를 하는 링은 단지 툼이 얼마나 힘이 센가를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사회적인 모욕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장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툼을 둘러싼 주위의 반응은 무에타이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분야에 “여성적인” 남성이 있을 경우 어떤 대우를 받게 되는지 잘 보여준다. 툼을 향해 ‘당신은 결코 무에타이 선수가 아니라 트랜스젠더로 기억될 뿐’이라고 쏘아붙이는 기자들, ‘당신이 태국 무에타이를 모욕했어’라고 외치는 어느 태국여성의 모습이 그 예다. 이처럼 툼의 “여성적인” 모습은 태국을 대표하는 무에타이의 이미지에 쉽게 통합될 수 없었다.

사실 남성중심적 관점에서는 “여성성” 자체가 ‘놀림거리’가 되기 쉽다. 예컨대 일상에서 단체수련을 갔을 때 남성들이 오락의 목적을 위해 여성을 흉내 낼 때가 많다. 이는 “여성성”을 과장되게 표현하여 여성을 희화화하는 것이다. 툼 또한 “여성성”을 지녔다는 것 때문에 더욱 더 희화화된다. 물론 툼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어머니와 주위의 다정한 여성들 덕분에 용기를 잃지 않으며 결국 성확정 수술을 선택하게 된다. 이 영화는 6월 6일부터 11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제7회 퀴어문화축제 무지개영화제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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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6/06/24 [16:22] 수정 | 삭제
  • 설정이 너무 매력적이에요//ㅁ//
  • yeoja 2006/06/07 [22:31] 수정 | 삭제
  • 남성적 외모의 게이(예를 들면, 홍석천)보다는 완전히 여성화된 외모의 트렌스젠더(하리수)가 사람들로 부터 호감을 받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로부터 혐오적인 미움을 덜 받는)

    트렌스젠더 중에도 하리수 처럼 완전히 여성화된 외모는 사람들에게 비교적 호감을 받지만 남성적인 외모거나 잘생기지 않은 외모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따돌림을 받거나 미움을 받을 가능성이 많아 보입니다,

    이런 현상은 여성은 여성스러워야 한다거나 예뻐야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인 듯 싶습니다

    성소수자 혐오는 게이가 가장 심하고 그 다음이 트렌스젠더 그리고 레즈비언은 성소수자 가운데 가장 혐오적인 미움을 덜 받는 것 같아보입니다

    물론 커밍아웃 또는 아웃팅된 경우의 예이고, 레즈비언이 게이보다 살기 좋은 세상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레즈비언의 경우는 여자라서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성소수자라고 다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기보다는 외모에 따라 남녀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성소수자를 남녀의 시각에서 보는 것보다는 인권의 시각에서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성소수자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대충 그런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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