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 50% 내세우면 양성평등?

이혼 시 양육비 지급이행 등 실질적 조치 필요

박희정 | 기사입력 2006/07/05 [02:10]

상속재산 50% 내세우면 양성평등?

이혼 시 양육비 지급이행 등 실질적 조치 필요

박희정 | 입력 : 2006/07/05 [02:10]
7월 2일 법무부는 “남편이 유언 없이 사망할 경우 상속재산의 절반은 배우자의 몫이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시안 내용을 마련하고 금년 하반기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발표 후 각 언론들은 일제히 상속분 50% 조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여성들의 재산권이 강화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의 반응은 다르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과 한국여성민우회는 3일 성명을 내고 “부부공동재산제를 인정하지 않는 배우자의 상속재산 절반은 국민을 현혹하는 허상에 불과하다”며 법무부 개정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부부 공동재산, 상속분 50%는 ‘기본’

법무부의 민법 개정시안은 부부재산의 처분제한, 혼인 중의 재산분할, 이혼의 절차, 양육권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여러 내용들 가운데 하나인 배우자의 상속분만을 크게 내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 이들 단체들은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이야기한다.

“배우자의 상속분은 배우자의 공동재산을 제외한 나머지 절반의 재산에 대하여 상속인수대로 균분”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선심 쓰듯이 절반을 나누어 준다고 하고 여성 배우자의 지위 강화 등을 운운하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단체들은 이와 함께 “중요한 민법개정안들이 같이 다루어지지 않는 점”에 대해 지적했다.

민주노동당도 3일 논평을 내고 “개정안은 현행 부부별산제로 인해 자기 명의의 재산을 가지지 못한 불평등한 여성의 현실을 묵과한 채, 상속에서만 여성의 재산기여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부재산에 관하여 현행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법정재산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별산제의 규정은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한 재산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명의를 가지지 못한 부부 일방의 잠재적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상대 배우자가 동의 없이 재산을 처분하거나, 이혼 시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해 재산을 빼돌려도 이를 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월 7일에는 현행 민법이 정의하고 있는 부부별산제의 문제점을 개선한 ‘부부공동재산제’(대표발의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가 발의되어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이 외에도 한명숙 전 의원, 이계경 의원 등이 제출한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부부별산제 유지, 재산정보 조회권 없어

법무부 개정안은 부부별산제의 틀은 그대로 두고 부부재산의 처분제한, 혼인 중의 재산분할 등 보완 조항들을 내놓고 있다. 혼인 생활 중 부부가 협력하여 이룬 재산은 균등분할을 원칙으로 하는 등 현행법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조처들이 이루어졌지만, 실질적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협소한 조치”라는 평이다.

처분제한이 가능한 재산은 주거하고 있는 건물에만 한정된다. 이는 재산권 보호라기보다는 주거권 보장을 위한 조치에 해당된다고 법무부는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민우회와 여성의 전화 측은 “가족의 주거권 보장이 아닌 재산분할을 염두에 둔 처분제한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부 한쪽의 동의 없이 재산분할청구를 피할 목적으로 재산을 처분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부양의무를 상당기간 동안 이행하지 않거나, 장래의 재산분할청구권이 현저하게 위태롭게 될 경우, 부부가 3년 이상 별거하고 있을 경우에는 혼인 중이라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재산분할청구를 피할 목적으로 재산을 처분했을 경우에는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배우자의 재산정보에 대한 ‘조회권’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혼숙려기간 의무화는 ‘안돼’

이번 법무부의 개정안에서는 이혼숙려기간의 도입을 명문화하고 있다. 아이가 없는 경우에는 1개월, 있는 경우에는 3개월의 기간을 가진 후에 이혼이 가능해진다.

미성년 자녀가 있을 경우 양육에 대한 합의가 의무화되며 친권자, 양육자 결정과 양육비용 부담, 면접교섭권의 행사 여부와 방법 등에 대해 협의서나 가정법원의 심판정본을 제출해야 하도록 규정됐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법원 직권에 의해 양육자 등이 결정된다.

그러나 이혼숙려기간 의무화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이혼 신청자들에게 이혼의사를 확인하는 기간을 의무화하는 것은 이혼 당사자들에게 이혼에 따르는 고통만을 연장하는 것일 뿐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해왔다.

자녀양육 사항에 대한 합의도 실질적인 이행을 위한 방법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혜규 전 군포여성민우회 소장은 “현실적으로 이혼하고 나서 여성이 아이를 양육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양육비 문제로 여성들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며, “외국의 경우 합의된 양육비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 등의 조항을 두고 있는 것처럼 양육비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조항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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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박)헤경 2006/07/10 [18:10] 수정 | 삭제
  • 페미니즘의 정치적 강력함은 그것의 비판이 바깥만을 향해 있지 않고, 자기 비판(성찰)에 터한 데에서 비롯된다. 페미니즘은 여성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이익운동 그 이상의 대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재산분할청구제도는 현재 별산제의 보완책으로 보아야 한다. 자기 재산을 남편의 명의로 해 놓도록 문화적으로 강제되는 여성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남편명의의 재산이라도 분할청구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물론 그 제도에 변화되어야 할 점이 많다. 하지만 분할청구제도는 "기여" 입증의 절차를 두고 있다. 그런데 지금 법무부 안은 상속시 절반은 자동 여성의 몫으로 보겠다 하고, 여성계는 이것이 평등이냐고 논박한다. 재산의 절반이 여성 몫이라는 논증은 어떤 절차를 통해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사노동 가치 평가 주장은 '절반'이 부인 몫이라는 논증을 담고 있지는 않다. 페미니즘은 옳음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논의는 옳은가? 질문이 필요하다고 본다.
  • 두둥 2006/07/09 [13:47] 수정 | 삭제
  • 가족관계에서 보면 인간이 얼마나 악질일 수 있는지가 보인다.
    재산 빼돌리고 자녀 양육비도 안 주고..
    서로 괴롭히려고만 하구..
  • 여름날 2006/07/06 [15:59] 수정 | 삭제
  • 양육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라, 누군가의 희생이 또 따르게 마련이고, 그래서 이혼에선 양육비 문제가 한 사람과 그리고 아이의 인생을 비참하게 만들어버리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 수 있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양육비 책임에 대해서 법적으로 미흡하고 강제성이 없는 것는 것을 바꿔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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