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십대여성 ‘성희롱’ 노출 심각

실태조사 교육 관리감독 등 대책 내놓아야

박희정 | 기사입력 2006/07/05 [03:40]

일하는 십대여성 ‘성희롱’ 노출 심각

실태조사 교육 관리감독 등 대책 내놓아야

박희정 | 입력 : 2006/07/05 [03:40]
고등학교 1학년인 A씨는 지난 방학에 아파트 문마다 전단지를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이틀 만에 관두었다. 이틀 동안 5시간씩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려서 번 돈은 6천원. 터무니없는 돈도 돈이지만 ‘딸 같다’며 몸을 만지는 사업주 때문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십대들은 노동시장에서 최 약자의 위치에 속해있다. 최저임금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터무니없는 임금을 받기도 하고, 장시간 노동을 부과 받기도 하며, 임금을 떼 먹히는 일들도 비일비재하다. 어리다는 이유로 일하는 과정에서 인격모독도 쉽게 당한다.

십대여성들은 특히 성희롱, 성폭력의 경험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pc방에서 일하는 B씨(19)는 사장에게 “가슴이 빈약하다”며 “가슴 키우는 운동 좀 해야겠다”는 말을 들었다. “일 잘하라”며 엉덩이를 치고 지나가거나 뒤에서 껴안을 때는 너무 화가 나지만 대처방법을 모르겠다며 고민을 호소했다.

지난 해 12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발표한 실업계 고교 실습 현장에서의 인권침해 사례에서도 여학생들이 겪는 성희롱 사례들이 보고됐다. 한 여학생은 남직원이 여학생 기숙사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가 문을 열고 들어오거나 술에 취해 불러내어 무서웠다는 경험을 전했다. 회식 자리에 불러 술을 따르게 하거나, 근무 중에 몸을 만지는 일도 있었다. 이를 거부하면 일에 트집을 잡아 괴롭히기도 했다.

2002년 노동부가 수도권에 거주중인 중고생 1천7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여학생의 11.2%가 성희롱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십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알바 가면 변태 조심하라”는 말이 돌 정도로 성희롱, 폭력에 대한 이야기와 경험이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회적 대책과 논의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십대의 노동권 문제를 얘기할 때 작게 언급되는 한 부분인 경우가 많다. 그나마 십대의 노동권에 대해서도 충분한 이야기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거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노동인권교육과 성교육은 십대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교육이다. 그러나 이를 학교교육에서 맡아주지 않고 있기에, 달리 통로가 없는 십대들은 임금체불을 당하고 성폭력을 겪어도 대처할 방법을 몰라 그저 ‘참고 마는’ 경우들이 많다.

노동부의 조사결과에서도 조사대상 학생의 절반 이상이 성희롱을 당한 후 그냥 참고 넘기거나 일을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를 내고 항의를 하는 경우에도, 고소 등 법적 조치로 이어지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부모나 가족 등, 주변에 도와줄 ‘어른’이 없는 경우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실업계 학생들은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산업현장에서 노동착취를 당해온 것이 알려지면서, 지난 5월 교육부는 노동착취의 가능성이 있는 실습을 대폭 제한하는 조처를 내놓았다. 3학년 2학기의 2/3이상을 이수하고 취업이 예정된 곳에서만 실습을 허락하기로 한 것이다.

십대들이 노동현장에서 겪는 성폭력의 문제도 상세한 실태조사와 함께 철저히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대처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십대들이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관련된 정보를 주고 교육하는 것은 무엇보다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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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na 2006/07/05 [14:11] 수정 | 삭제
  • 십대들은 미성년이니까, 십대 노동력을 착취하고 성희롱한 업주들은 법적으로 더 강도높은 처벌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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