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들 ‘노동인권’ 교육받다

노무사모임 고등학교 방문 강의실시

박희정 | 기사입력 2006/07/26 [01:35]

십대들 ‘노동인권’ 교육받다

노무사모임 고등학교 방문 강의실시

박희정 | 입력 : 2006/07/26 [01:35]
“주유소 습격사건에 ‘알바생’이 나오죠? 누가 나오던가요?”
“정준이랑 이요원이요!”
“18세 미만 청소년들은 저녁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야간근무를 시킬 수가 없어요. 그런데 주유소 습격사건에 나오는 알바생들은 청소년인데도 야간에 ‘알바’를 하고 있었죠. 노동부 장관의 인가 없이는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는 절대로 함부로 일을 시켜선 안됩니다.”

7월 25일 화요일 오전 10시 용인송담대학교 석담홀에서는 용인정보산업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동인권 교육이 시작됐다. 이 날 강사로 나선 손경미 노무사는 학생들에게 친숙한 영화를 예로 들어 노동법에 관한 기본지식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자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이 준비한 실업계고등학교 노동인권교육 상반기 교육일정의 마지막 강의 현장이다.

이 교육사업은 서울 경인지역 실업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예비노동자”로서 가져야 할 권리의식과 노동인권에 대해 인지하는 계기를 주고자 기획됐으며, 참가 신청한 학교에 강사가 직접 방문하여 교육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6, 7월간 80회 강의가 진행됐고 9, 10월에 하반기 교육을 남겨놓고 있다.

일하는 십대들, 자신의 권리 몰라

50분 간의 교육은 산업현장에서 발생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례들을 통해 근로계약, 임금 및 근로조건, 남녀차별 및 직장 내 성희롱, 산업안전 및 산업재해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노동법 기본지식들을 살펴보고, 현행법이 보장하는 노동법상 권리들이 침해되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알바’해 본 사람 있어요?” 손경미 노무사의 질문에 학생들은 대부분이 ‘그렇다’는 반응을 보인다. 뒤이어 “근로계약서 써 본 적 있어요?”라는 질문에는 “아니요!”라는 대답이 한 목소리로 쏟아진다. “임금이 체불되었을 때 어디로 가야 하나?”는 질문이 나오자 학생들 속에서 누군가가 “경찰서”라고 대답한다.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의 박주영 노무사는 “강의가 끝나면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패스트푸드 점에서 일하다 입은 화상이 산재가 맞는지 문의를 하거나, 접시를 깬 것만큼 월급에서 제하는 걸 당연하게 알고 있기도 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시간외 근무수당”이나 “야간수당” 등 “당연한 권리”에 대해서 말을 해주면 깜짝 놀란다는 것이다.

낯선 용어들을 어려워하면서도 이 날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은 이런 교육들이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었다. 노르웨이에서는 버스기사와 대학교수가 같은 수준의 봉급을 받는다거나, 아르바이트생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을 때는 “우와!”라는 낮은 탄성이 흘렀다.

교육의 장에서 노동인권교육 실시해야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에 따르면 “현장실습 파견 전에 반드시 안전교육과 근로기준법 등을 교육”하도록 정하고 있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제7조>의 ‘실업계 고등학교 현장실습 세부지침’이 있지만 “교원의 전문지식 부족과 학교예산 및 전문인력부족으로 이를 적절히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노동부의 <청소년 종합대책>에서도 진로 직업교육을 실시를 강조하고 있지만 지역단체 및 전문가와 학교간에 연계관계가 형성되지 못하여 학생들에게 직업동기를 부여하는 진로 직업교육이 제대로 실시되지 못했다.

손 노무사는 실업계 학생뿐만 아니라 예비노동자 누구에게나 노동인권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도덕과목이 있는 것처럼 노동인권 교육이 광범위하게 학과과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반기 노동인권교육은 이미 접수가 완료된 상태다. 박주영 노무사에 따르면 이번 사업계획은 실업계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정한 것은 아니었고, 직업훈련생이나 전문대 졸업반 등 취업을 앞둔 “예비노동자”를 대상으로 계획되었다고 한다. 예상 외로 참여 신청한 학교가 많아서 부득이하게 실업계 학생들로 한정하게 되었다는 것.

인권위 지원이 있기 전에도 비슷한 사업을 개별적으로 진행을 했지만 “노동인권”, “노동자” 표현을 부정적으로 보았기 때문인지 학교 측의 신청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박주영 노무사는 “실업계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교육부 자체도 현장실습의 문제점 노동인권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일선 교사들도 관심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차후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 사업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교육사업을 가져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안에도 노동교육분과를 개설해서 교육이론 강의 기법 등을 더 깊게 고민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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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eam 2006/08/01 [23:34] 수정 | 삭제
  • 꼭 필요한 교육, 꼭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교육을 한다는 게 가져다 주는 보람 또한 클 거란 생각이 듭니다.
  • 2006/08/01 [10:06] 수정 | 삭제
  • 십대들의 노동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함이 없다.
    변함이 없다는 것은 십대들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 것.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도 신성한 노동이란 단어만이 남을 뿐 인간으로써의 권리를 배워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업주든 노동자든 어릴때부터의 노동관련 정보와 교육이 이뤄지면 좀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려나? 시도한번 해야하지요? 교육계에서도..이제는~
  • 내공 2006/07/29 [13:59] 수정 | 삭제
  • 갑자기 퍼뜩 생각이 스치네요.
    누구나 일이라는거 노동이라는 걸 하게 되는데 아예 교과목으로 정해서 공부를 하고 실습을 하고 그러면 어떨까도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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