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할 수 없는 몸, 받아들여주지 않는 사회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 발표

신지연 | 기사입력 2006/09/05 [21:13]

적응할 수 없는 몸, 받아들여주지 않는 사회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 발표

신지연 | 입력 : 2006/09/05 [21:13]
‘성전환자’(트랜스젠더)들이 전 생애에 걸쳐 일상 속에서 겪는 여러 가지 경험과, 이를 통해 부각되는 다양한 문제와 차별을 짚어보는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 기획단은 9월 4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의실에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공동으로 <성전환자 인권 실태조사 보고대회>를 열고, 이 보고서의 내용을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4월~8월까지 약 5개월간 38명의 성전환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조사와, 6월 27일~8월 9일까지 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로 진행됐다.

‘2차 성징’과 첫사랑의 경험

“생리가 저에게는 큰 거였어요. (중략) 여자로 보인다는 게 굉장히 수치스럽더라구요. 중학교 때는 제가 남자로 성장할 줄 알았어요. 자연스럽게. 근데 여자로 되니까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FTM/여성에서 남성으로, K씨, 36세)

“페니스 발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중략) 보통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 제 안에서 충돌을 일으키니까. 그게 너무 힘들지. 만약 발기가 안 되었다면, 수술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MTF/남성에서 여성으로, E씨, 36세)

보고서의 내용 중엔 특히 성장과정에서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겪게 되는 ‘2차 성징’의 시기와, 타인과의 성애적인 관계 속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첫사랑’의 경험 등 지금까지 별로 조명되지 않았던 성전환자의 과거 일상과 현재 일상으로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들이 눈에 띈다.

“중학교 들어와서 어떤 식으로 자각을 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어요. 원래 감정적으로 둔하기 때문에 이게 뭔지 모르는 묘한 감정이, 다른 사람하고 차별화되는 감정이 든다고 생각했는데…” (FTM/여성에서 남성으로, B씨, 25세)

“중학교 3학년 때 절 처음으로 좋아하는 애가 있었어요. 남자애가. 저를 엄청 좋아했어요. 그 애는 이성애자에요. 저를 동성이 아니라 여성으로 느꼈다는 거죠.” (MTF/남성에서 여성으로, H씨, 21세)

유흥업소로 유입되기 쉬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전환자들의 대부분은 수술(치료)을 통해 자신이 인식하는 성의 몸으로 외관을 갖추고 싶어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설문조사 대상인 78명 중 MTF(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자의 71.8%와 FTM(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자의 34.2%가 수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의 종류는 가슴수술, 난소/정소 제거수술, 성기성형수술, 그리고 얼굴성형, 목소리 성형 등 성전환에 도움이 되는 수술 등이다. 이 중 성기성형 수술에 드는 비용만도 평균 1천390만원으로 집계됐다. 생식능력을 제거하는 난소/정소 제거수술의 경우 평균 약 33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타고난 몸과 자신이 인식하는 성의 몸이 달라, 수술과 호르몬 치료, 화장 및 옷차림 등을 통해 외모를 변화시키는 성전환자들을 사회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성전환자들의 ‘직업’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해야 하는 대부분 회사에서 이들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FTM(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자의 경우 무직이거나 운전, 배달, 학원강사, 식당 일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MTF(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자의 경우는 유흥업소와 성매매 산업으로 유입되기 쉬운 것으로 드러났다.

“졸업하고 컴퓨터 쪽으로 취직을 했는데 이력서를 내야 되니까 면접 때 외모 때문에 잘 안받아주고. 취직이 된 경우에도 회사생활을 오래 못하겠더라구요. (중략) 적응이 안 되서. 회사 들어가서 6개월 넘긴 적이 없었어요. 3개월 단위로 옮기고, 옮기고.” (FTM/여성에서 남성으로, A씨, 33세)

“(유흥업소에선) 돈을 벌 수 있으니까. 그나마 내가 여자로 인정받고. 거기(트랜스젠더 바)서는 여자로 인정해주잖아요. 완전한 여자가 아니고 남자의 노리개 밖에 안되지만 그나마 여자로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 (MTF/남성에서 여성으로, M씨, 31세)

성별변경 법안, 취업상담 필요

설문 대상자들은 지원이 필요한 국가 정책으로 ‘성별변경에 대한 법안마련’(67.9%, 복수응답)을 1순위로 꼽았고, ‘성전환수술을 위한 국민건강보험의 적용’(48.7%) ‘성전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 제정’(20.5%) 등을 원한다고 밝혔다. 제도적 서비스로는 ‘취업상담’(48.7%, 복수응답)을 원했으며, ‘의료지원’(38.5%) ‘성정체성 관련 상담’(24.4)이 그 뒤를 이었다.

8월 21일 ‘성전환자 성별변경 등에 관한 특례법’(안) 입법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는 노회찬 의원은, 이번 실태조사가 “성전환자들의 인권보장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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