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매력 그리고 자신감

갇혀있던 나의 몸

김영선 | 기사입력 2007/02/01 [23:07]

외모, 매력 그리고 자신감

갇혀있던 나의 몸

김영선 | 입력 : 2007/02/01 [23:07]
‘예쁨’과 ‘아름다움’, ‘잘생긴 것’과 ‘매력 있는 것’ 사이에는 얼마만큼의 거리가 있을까. 단어가 다른 만큼 의미에도 차이가 있는 것일까. “그 사람, 예쁘지는 않지만 참 매력 있어”, “처음에는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호감은 안 가더라”는 식의 말을 들을 때마다 궁금했던 질문들이다.

작은 얼굴, 뚜렷한 이목구비, 마르고도 ‘볼륨 있는’ 몸 등 잘난 외모에 대한 기준은 확고하게 획일화되어 있다. 반면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사람마다 혹은 상황마다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매력의 기준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당당한 사람이 아름답다거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타인도 사랑할 수 없고 사랑을 받을 수도 없다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일정 정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런 말들은 나를 불편하게 한다. 당당하게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다. 자신감이란 과연 무엇일까. 진정으로 자신을, 자기의 몸을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다이어트를 하거나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 중 몇몇은 그 행동의 이유를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나 역시 모처럼 마음 먹고 유행에 맞는 옷을 갖추어 입을 때나 그 전보다 한두 계단 내려간 체중계 눈금을 볼 때면 만족감을 느낀다. 외모로 여성의 가치를 매기는 사회에서, 외모가 잘난 사람일수록 실제 자신감도 높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타인과의 비교로부터 얻는 자신감이다. 외모 가꿈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다면, 그것은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라기보다 ‘전보다 더 나은’ 그리고 ‘타인보다 더 나은’ 내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더 뛰어나다는 우월감은, 어떤 누구보다는 더 못하다는 열등감의 다른 표현일는지 모른다.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영원히 일등일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눈에 띄게 예쁘고 당당한 친구 앞에서 주눅 들었던 경험이 내게 있는 것처럼, 그 친구도 어딘가에서 자기보다 코가 높은 사람, 몸매가 날씬한 사람을 보고 자신과 비교하며 자책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외부와의 비교를 통해 끊임없이 흔들리는 것은 ‘진짜’ 자신감이 아니지 않을까. 진정한 자신감은 자기 내부에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있어야 할 테니 말이다.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들도 많다. 나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어서 문제지, 헬스나 요가 같은 운동을 하겠다는 다짐을 늘 세워놓고 있다. 그런데 가끔 “뺄 살도 없는데 뭐 하러 운동을 하냐”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반면, 몸이 안 좋고 피로가 안 풀린다는 고민을 털어놓을 때엔, 운동을 해보라는 권유보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라는 이야기를 더 자주 듣게 된다.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걷거나 뛸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일상적으로 몸을 움직일 기회도 줄어들었지만, 대신 헬스클럽이 수없이 생겨나고 운동강습도 무척 많아졌다. 그런데 이 운동들은 대부분 다이어트와 연관된다. 이제 아무도 예전처럼 살 빼는 방법을 고심하는 사람에게 굶으라고 하지 않는다. “밥만 굶어봤자 소용 없어. 운동을 꼭 해야 돼.”라고 말한다.

자신감이 내 몸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면, 살을 빼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운동을 통해서는 자신감을 많이 얻지는 못할 것 같다. 지금 나의 몸이 뚱뚱하다는 것을 스스로 상기시키며, 그 몸을 ‘혐오’하면서 하는 운동일 테니 말이다. 오히려 운동은 내 몸을 느끼고 존중하며, 몸과 대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유행에 맞는 옷을 사 입을 때, 몸 위에 걸쳐진 그 옷이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나의 몸 자체를 사랑했던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내 몸이 못났다고 생각해 더더욱 예쁜 옷으로 가려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반대로, 내 몸이 못났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아무렇게나 옷을 입고 다니던 때도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눈 흘김, 미움, 책망 속에서 내 몸은 얼마나 갇혀 있었던 걸까. 그 동안 내 몸은 부자유스럽고 외로웠을 것 같다.

얼마 전 친구들과 함께 스트레칭을 하고 마음껏 뛰어본 적이 있다. 내 몸은 아직도 그 때의 감정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마치 몸 안에 탱탱볼이 들어 있어,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튀는 듯한 느낌. 아마도 내 몸은 억눌려왔던 만큼 살아 숨쉬고자 하는 의지도 강한가 보다.

그 경험 이후로, 무언가에 열중해 구부정하게 있다가도 스트레칭을 하고 몸을 풀어주는 습관이 생겼다. 앞으로는 잠들기 전에 맨손 체조라도 꼬박꼬박 할 수 있다면 좋겠다. 헬스, 요가 등의 운동을 하겠다는 다짐이 실현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자신감을 얻는 기회는 의외로 가까이에 있을지 모른다. 가벼운 체조를 하는 것으로도, 어쩌면 거울 안의 내 모습을 웃으며 바라봐주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 사랑 받고 존중 받을 권리가 내 몸에게 있다는 점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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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마쿤 2009/07/22 [14:56] 수정 | 삭제
  • 얼마전 친구와 백화점 수영복 매장에 갔던 일이 떠오릅니다.(참고로 전 여자고 친구도 여자입니다) 제 친구는 체격에 비해 가슴이 좀 큰 편이라 언제나 그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아이였죠(대체 왜 크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비키니를 한참 구경중이던 제게 그 친구 왈 "00아 넌 가슴이 빈약하니 화려한 패턴의 비키니를 사는게 좋겠어."라고 말하더군요. 제가 마른 체격이라 그런 표현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빈약하다'라는 표현 자체에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내가 왜 그러한 표현에 기분이 나빴는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빈약하다-사전적 의미로는 가난하고 힘이 없음.
    형태나 내용이 충실하지 못하고 보잘것없음.
    신체의 각 부분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 못함.
    로 규정하고 있더군요. 나는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본적이 없는 나의 몸의 일부분을 친구가 그렇게 표현했다는 것에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리고 빈약하다라는 시각 자체는 남성이 여성의 몸을 규정하는 시각에서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습니다. 빈약한 가슴은 섹스어필에 약하다 라는 공식으로 언젠가 부터 여성의 몸을 저 스스로도 남성의 시작에서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날이었습니다. 그 친구와 이러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눠 보고 싶은데...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막상 써 놓고 보니 주저리 저리 써서 정리가 좀 안된 것 같기도 하네요>
  • 배윤옥 2007/02/06 [14:15] 수정 | 삭제
  • 논술 수업에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가져갑니다.
    너무 좋은 글이네요.
  • 나희 2007/02/05 [18:12] 수정 | 삭제
  • 신학기를 맞아 성형외과를 찾는 후배들이 많아지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눈에 쌍커플이 갑자기 생긴걸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자신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자 한다고들 하지만 정말 기사 말대로 남보다 낫다는 '재보다 덜하다'를 말하는 것일텐데... 그러는 나 또한 그 틀에서 별로 자유로울 수가 없으니...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버릴까 ㅠㅠ
  • ua 2007/02/03 [20:11] 수정 | 삭제
  • 나의 몸에게도 해방을.

    기사 잘 봤어요.
  • 미드 2007/02/02 [20:08] 수정 | 삭제
  • 저도 별로 높지 않은 것 같아요.
    몸에 대해서 별로 아끼지를 않고, 자신도 없죠.
    그렇다고 성형을 하거나 다이어트에 매달릴 정도로 몸을 미워하는 건 아닌데,
    음. .자신감을 갖는다는 건 어려운 일 같아요.
    그건 주위 시선이나 다른 사람들의 말과 평가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자유롭고 싶고, 몸에 대해서도 있는 그대로 자유롭고 덜도 더도 아닌 나 자신이라고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히랍 2007/02/02 [02:58] 수정 | 삭제
  • 저는 뭐든 자연스러운 게 좋은데, 그 자연스러움이 매력이고 자신감인 것 같아요.
    남보다 우월하다고 믿거나 예쁘게 보이려 하는 건 부자연스러움이죠.
    외모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자신감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운동할 때도 몸매신경쓰지 않고해야 재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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