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이 구타’가 일상적인 사회
양육자는 아이를 때려도 되나
이정숙 | 입력 : 2007/06/05 [02:56]
며칠 전 저녁,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어린이집에서 막 나왔는지 ‘00어린이집’이라고 적힌 가방을 멘 대여섯 살 여자아이가 엄마 손에 이끌려 좁은 골목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뒤에는 자동차가 따라오고 있었는데, 앞에 어린이가 걷고 있어서 서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동차가 따라오자 엄마의 마음이 조급했던지, 갑자기 잡고 있던 아이의 손을 뿌리치더니 늦게 걷는다며 아이의 목덜미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갑자기 아이를 때리는 엄마의 태도에 운전자도 놀란 듯 잠시 차를 세웠다. 아이 엄마는 다시 아이 손을 세차게 낚아채고는 끌고 가다시피 했다.
이때, 아이는 울지도 않고 단지 뒤를 돌아보며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 돌아보는 아이의 눈빛에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가 담겨 있는 것을 보았다. 모욕을 받은 사람이 느끼는 수치심 같은 것. 오히려 엄마의 태도를 아이가 부끄러워하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이런 풍경은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일상인지도 모른다. 물론, 소양을 갖추지 못한 몇몇 부모들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양육자가 아이에게 쉽게 손을 댈 수 있는 건, 우리 사회에 ‘아동 학대’나 ‘아이 구타’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연히 골목길에서 만난 이 ‘일상’의 풍경에 잠시 충격을 받아 멍하니 서있다가, ‘아이 엄마를 따라가 아이를 그렇게 때리면 어떻게 하냐고 항의를 할까’ 망설였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자기 자식을 때리는 부모한테 그런 말이 통할까, 그러다 저 아이가 더 미움을 받고 맞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아동학대신고센터에 전화할까 고민도 했다. 그 역시 책임 지지도 못할 일을 저지르는 것 같았다. 물론 아이에 대한 구타나 정서적인 학대도 아동학대 규정에는 들어간다. 그러나 실제는 아이 몸에 상처가 날 정도로 때렸거나 밥을 굶긴 것도 아닌데, 주위 사람이 양육자의 행동에 개입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이가 그렇게 맞는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하기까지 하다. 설사 아이의 몸에 멍이 들고 상처가 날 정도의 폭력이 아니더라도 양육자의 습관적인 구타나 손찌검, 언어폭력 등도 아동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넘어갈 문제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막상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
맞고 사는 아이들의 문제는 그저 부모 잘못 만난 운명으로 돌려야 하나? ‘아이 구타’하는 양육자와 ‘아동 학대’에 대해 개념이 없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든 변화를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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