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 정치인에겐 성추행도 특권인가

최연희 의원 항소심 결과 ‘의원직 유지’

김유경 | 기사입력 2007/06/14 [16:49]

[단신] 정치인에겐 성추행도 특권인가

최연희 의원 항소심 결과 ‘의원직 유지’

김유경 | 입력 : 2007/06/14 [16:49]
술자리에서 기자를 성추행 한 혐의로 기소된 최연희 의원(무소속)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9부 재판장 고의영)가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이라는 1심 판결을 깨고 ‘벌금 5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로서 최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고도의 “가해 의사”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고, 신체를 손으로 쥔 것도 ‘폭행 협박이 심한 정도가 아니’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사과를 받아준 것과, 피고가 60세 이상 고령이라는 점, 전과가 없다는 점,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있다는 점 등도 감형 요소로 들었다.

서울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성폭력피해생존자에 대한 지원’과 성폭력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6개 여성단체들은 14일 성명을 통해, 이 판결이 “감형의 차원이 아닌 무죄 선고와 다름없다.”고 지탄했다.

이들 단체들은 재판부가 최 의원이 ‘고도의 가해 의사가 없었다’고 감형 이유를 밝힌 것에 대해, 이번 사건은 “남성국회의원이 고도의 가해 의사 없이도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 감형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재판부가 피해자의 처벌 의지는 외면하면서, 피해자가 사과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핑계로 가해자에 대해 관대한 처벌을 하는 것은 “사법부가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근절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이며, 의무를 저버린 것에 다름 아니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복지위원회도 "성추행 피해자가 가해자의 계속된 합의요구로 정신적 고통과 압박을 받기 쉽다는 것을 고려하면, 간접적인 용서만으로 양형을 크게 낮출 이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즉 이번 판결이 "사건 자체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재발방지라는 형사사법의 본질적 기능보다는, 국회의원직 유지에 더 초점을 둔 전형적인 봐주기 판결"이라는 것이다.

여성단체들은 “이번 판결로 사법부는 성추행이 경미한 범죄에 불과하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결국 최연희 성추행 사건에는 “가해자의 진심 어린 반성도, 국회 내부의 성찰도, 사법부의 엄중한 심판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18일 오전 11시 서울고등법원 기자실에서는 “최연희 의원 성추행 사건 항소심 판결과 술따르기 상고심 판결에 대한 여성단체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다. 단체들은 사법부의 부당한 판결과 여성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는 잘못된 성문화를 지적하며, 앞으로 이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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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휴 2007/06/15 [01:49] 수정 | 삭제
  • 저러면서 정치인들 욕 안 먹기를 바라나
    성추행 해도 감형해 주지, 비리 있어도 넘어가 주지,
    정치인들 수준은 일반 시민의 절반도 안 되는 것 같다.
  • 돋보기 2007/06/14 [23:42] 수정 | 삭제
  •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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