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비정규직 대량해고와 차별

단체협약대로 정규직 전환해야

정희선 | 기사입력 2007/06/29 [00:19]

‘이랜드’ 비정규직 대량해고와 차별

단체협약대로 정규직 전환해야

정희선 | 입력 : 2007/06/29 [00:19]

이랜드그룹은 최근 소속사인 홈에버의 비정규직 1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에 반대하며 17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회사 측이 발표한 정규직화의 내용은,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기존의 정규직과는 다른 직군으로 채용해서 급여에 차별을 두는 차별적인 직무급제이기 때문.

단체협약서 정규직 전환 약속, 이제와 ‘딴 소리’

이랜드는 이미 노조와의 단체협약에서 18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약속한 바 있다. 즉, 단체협약에 따르면 이랜드 측은 비정규직보호법 시행과 관계없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계약직이어도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단체협약 내용을 지켜야 한다는 노동부 판정도 있었다. 지난 4월 홈에버 시흥점에서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당한 계약직 H씨가 제기한 부당해고 진정에서, 노동부는 H씨가 계약직이지만 조합원 신분이고 근무 기간도 18개월이 넘었기 때문에 단체협약대로 고용을 보장할 의무가 회사에 있다고 판정했다.

이랜드 그룹이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전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잇따랐지만, 실제 내부 사정은 다르다. 노조는 사측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단체협약을 맺어놓고도, 비정규직 법안의 차별 예외조항을 이용해 기존 정규직과 임금차별을 하는 직군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랜드일반노조는 회사의 직무급제가 ‘사기’라며, 단협에서 약속한대로 18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조건 없는 정규직 전환을 하라고 주장하며 파업 중이다. 또한 3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는, 정규직 전환 조건인 18개월이 될 때까지 계약해지를 해선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고용안정 생색, 임금과 노동조건 밝히지 않아

이랜드일반노조는 여성조합원이 85%를 차지하고 있으며, 직종은 대부분 계산직과 판매직이다. 노조에서 맺은 단체협상은 작년 홈에버가 이랜드에 인수되기 전 까르프와 맺은 것이다. 이랜드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노조와의 단체협약, 그리고 고용인원까지 승계하겠다고 약속했고, 작년 9월 까르프를 인수한 후 홈에버로 명칭을 변경했다.

그러나 이랜드는 인수 후에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협약을 체결했을 당시에 해당 비정규직이 조합원 신분이었어야 하고 18개월 이상 근무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즉, 단체협약 체결 이후에 조합원으로 가입을 한 사람이나, 현재까지 도합 18개월 근무를 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단협 내용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홈에버 노조의 홍윤경 사무국장은 “회사는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한 제도인양 외부에 알리면서, 현재 발표한 직무급제도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2000년에 9개월간 파업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쟁취했지만 기존 정규직과 임금차별을 둔 전환이었다. 그렇게 7년을 차별 받아왔다. 지금 직무급 채용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회사의 직무급 채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홍 사무국장은 “현재 이랜드는 단체협약의 ‘18개월 이상 비정규직 고용안정 조항’을 피하기 위해서 비정규직을 9개월 이상 고용하지 않는다. 9개월만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어떻게 노조에 가입을 하려는 마음을 먹겠는가?”라며 사측의 행태를 비판했다.

임금미지급 대량해고…악명높은 이랜드그룹

이번 사건 이전에도 이랜드는 상식을 벗어나는 인사관리로 악명이 높았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각 매장에 단기적으로 부족한 인원을 채우기 위해 타 매장의 계산원을 보내곤 했는데 시내 간 이동이 아니라 울산에서 서울로 보내지는 등 장거리 이동이 빈번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측은 왕복 10시간이 넘는 이동시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최근 조합원 31명이 부산지방노동청에 제기한 임금체불 소송에서, 노동부는 홈에버 사측에게 6월 28일까지 ‘이동시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노조에서 낸 진정이 거듭 승소하고 사회적 여론도 이랜드 사측의 행태에 비판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랜드그룹은 파업중인 노조와의 교섭에 불성실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홈에버는 비정규직법안이 통과되자 비정규직 노동자 350명에 대해 계약해지를 했다. 용역은 1천100명 중 500명에 대해 계약해지 했다. 이중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조합원 신분의 비정규직 15명도 포함됐다.

한편, 이랜드그룹의 또 다른 유통업체인 뉴코아 킴스클럽은 비정규직법안이 시행되는 7월 1일까지 계산원 전원을 용역화하겠다며, 현재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 계산원 100여명을 대량 계약해지 했다.

계약해지 철회, 조건없는 정규직 전환 요구

이에 맞서 이랜드일반노조와 뉴코아노조는 현재 지점별, 시간별로 돌아가며 공동파업을 진행 중이며, 홈에버 매장에는 조합원들이 근무복 대신 단체 셔츠를 입고 근무를 하고 있다.

홍윤경 사무국장은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 1천200명 중 600명이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조합원이 많다 보니, 회사는 노골적으로 비정규직을 해고하지는 못하고 직무급으로 채용하겠다며 ‘신청하지 않으면 해고될 것’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신청하더라도 노조에 가입되어 있으면 탈락된다.”라고 말했다.

홍씨는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차라리 탈락되는 게 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체협약을 사측이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차별소송을 하면 기존 정규직과 같은 위치로 전환될 수 있다는 얘기다.

홈에버노조는 현재 상황에 대해 “회사가 정규직 조합원에 대해서도 출퇴근이 불가능한 곳의 지점으로 발령을 내는 등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증언하며, 이랜드그룹 측에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성실히 지키고 비정규직보호법안을 악용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 기사는 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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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7/07/12 [09:32] 수정 | 삭제
  • 문제의 핵심을 짚어주는 기사네요.
    이랜드 비정규 노동자들의 농성을 지지합니다.
  • door 2007/07/03 [11:06] 수정 | 삭제
  • 악덕기업같으니..
    교회에서 교인들 노동력을 마구 착취하면서 희생을 당연시하는 걸 보고 배웠나보다.
  • 유월 2007/07/02 [14:58] 수정 | 삭제
  • 시민들이 이랜드 보이콧을 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 봅니다.
  • search 2007/06/30 [11:44] 수정 | 삭제
  • 기독교계 업체로 알려져있는 이랜드에서 가장 악질적인... 싼값에 부려먹은 것도 모자라 무더기로 잘라버리고, 그러면서 이랜드 기업이 신의 축복을 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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