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병폐 ‘신정아 사건’만큼 심각

자정 불가능한 수준 아닌가 우려돼

윤정은 | 기사입력 2007/09/14 [05:39]

언론계 병폐 ‘신정아 사건’만큼 심각

자정 불가능한 수준 아닌가 우려돼

윤정은 | 입력 : 2007/09/14 [05:39]

13일 문화일보가 “신정아씨 누드 사진”이 “발견”되었다며 입수한 사진을 지면에 게재한 보도 행태는 실로 충격적인 사건이다. 저널리즘이 마땅히 지켜야 할 개인의 초상권과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보도 앞에서 언론의 존재 의미를 묻게 된다.

문화일보는 해당
 기사 게재 후 사이트 폭주로 인하여 홈페이지 정상 가동이 불가능할 정도다. 기자협회보 기사에 따르면, 문화일보 이용식 편집국장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보여주는 상징적 증거라고 판단해 고심 끝에 게재했다”고 사진게재에 대해 변을 밝혔다.

그러나 문화일보의 해명과는 달리, 신정아씨 누드 사진 게재는 본 사건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실상은 문화일보의 문제적인 보도로 인해 사건의 본질이 흐려졌다.

무엇보다 문화일보의 누드사진 게재 기사는 이 사건과 별도로 우리 사회의 병폐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건이 됐다. 이번 문화일보의 보도 행태는 언론계의 ‘인권의식의 부재’와 ‘보도 윤리 실종’이라는 심각한 언론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문제의 문화일보 기사가 나가기 전까지 이 사건의 본질은 처음에는 학력 위조 여부, 미술계의 공정하지 못한 인사 행정에 대한 문제에서, 이후 청와대 고위 공직자가 이 과정에 개입하여 부적절한 처사가 어디까지였는지, 어떤 부정이 있었는지 검찰이 밝히는 것이었다.

검찰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 사건과 연루된 인사들의 부적절한 처사와 권력과 직위를 남용해 부정한 행위가 밝혀진다면 누구든지 법에 따라 처벌 받고, 또한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별도로 문화일보 누드사진 게재 사건에서 보여준 언론계의 병폐 또한 더는 간과할 문제가 아님에 분명하다. 반인권적인 보도 행태의 극치를 보여준 문화일보 사건은 언론계의 인권 불감증이 언론 스스로 자정의 노력에 맡겨둘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여진다.

반인권적 보도행위, 독자들의 제재 필요해

문화일보가 누드사진을 게재하기 이전에 이미 이 사건이 윤리를 망각한 언론들에 의해 선정적인 보도로 흐를 조짐이 나타났다. 12일, 중앙일보는 신정아씨와 “평소 친분이 있던 본지 기자”와의 통화 내용을 기사화했다.

편집자주에서 “통화는 자연스럽게 인터뷰로 이어졌다”고 밝히고 있지만, 어디까지가 인터뷰이고, 어디까지가 사적인 통화인지 진위가 불분명한 채, “다음은 통화 내용”이라는 말 다음으로 바로 기자와 신정아씨의 통화내용이 이어진다.

물론 신정아씨 또한 자신의 행방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시점에서 기자에게 전화한 것은 나름의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자와 신정아씨가 상호간 사전에 인터뷰를 전제하지 않은 “1시간 30분을 넘긴”의 전화통화 내용을, 어디까지가 개인적 통화 내용이고, 어디서부터 인터뷰인지도 불분명한 통화 내용을, 기자가 이후에 편집해서 기사로 올린 대목은 논란과 시비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보도행태이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보도 행태가 논란의 여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계 내부에서는 어떠한 문제제기도 없었다. 하룻밤을 지나자, 중앙일보 기사가 기폭제라도 된 마냥 문화일보는 신정아씨의 누드사진을 게재하고 나섰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몇몇 언론사들은 무비판적으로 자사 사이트에 누드 사진이 실린 문화일보 3면을 스크랩해 재차 유포했다.

네티즌을 비롯해, 여성계 등 사회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지자, 그제서 주류 언론사들의 반인권적인 보도행태가 잠시 주춤해졌다. 그것도 언론사들의 경쟁이 과열되고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는 것을 지켜보던 독자와 시민들에 의해 중단된 것이지, 언론계 내부에서 저널리즘의 윤리와 공정성에 대해선 진지한 성찰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저널리즘에 대해 언론 스스로 자정 노력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면, 독자와 시민들에 의해 교정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이번 사태는 독자들이 나서서 언론사들에 대한 항의와 제재를 아끼지 말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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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동마ㅓㄴ 2011/03/27 [03:38] 수정 | 삭제
  • # 숙시숙비(熟是熟非)--신정아 씨, 2007년 9월 경 언론들이 신정아씨를 小說化, 마치 '꽃뱀'인 양 몰아갈 때, "기자는 악마다-신정아를 위한 代辯" 이라는 장문의 글 (http://kr.blog.yahoo.com/dongman1936 에서 볼 수 있슴)을 인터넷 여러 곳에 올린 사람 입니다. "신정아를 옹호하다니..." 그 때 많은 욕을 먹고,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펴낸 책 "4001" 내용 일부를 전해 듣고 감정이 착잡 합니다. 당시 매스콤들의 소설화 못지 않게, 신정아씨의 자기 美化 / 合理化 / 誇示化, 내지 인기룰 위한 erotic化가 많이 느껴지기 때문 입니다.기우에서 한 마디 충고 합니다. "Behave yourself !
    ".
    http://kr.blog.yahoo.com/dongman1936
    twtkr에서 작성된 글
  • hey 2007/09/25 [18:54] 수정 | 삭제
  • 문화일보 광고사들도 공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광고가 하나라도 줄면 경각심을 갖겠죠.
    돈밖에 모르는 신문사니까요.
  • 신따 2007/09/15 [23:52] 수정 | 삭제
  • 글이 나와야 할 거 같습니다만...이 문제로 묻혀 버려 안타깝네요. 단순히 유력한 후보의 발언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왜 그 문제에 대해서는 편집국장들이 문제 삼지 않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유력한 후보이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그들 역시 이 명박이 언급한 해외 출장 기간 내 성매매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하거나 아예 그를 즐겨 온 이들이기 때문이지요. 그들이 속한 언론사들 거의 대부분 역시 성접대를 포함한 성문화 향유 집단이기도 하구요. 이런 문제도 크게 터뜨렸으면 좋겠습니다.
  • 완소 2007/09/15 [11:54] 수정 | 삭제
  • 신정아 사건에 대해서 언론이 계속 달려드는 게 불안 불안했습니다.
    검찰이 수사해서 결과를 알리면 될 문제를.. 개인 사생활을 까발리면서 술안주 삼는 거.. 한국에서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인 것 같습니다.
    문화일보는 대국민 사과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이 미쳤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 mano 2007/09/15 [10:00] 수정 | 삭제
  • 댁들도 기사 똑바로 쓰세요..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으로 쓰지말고..
  • hk 2007/09/14 [19:11] 수정 | 삭제
  •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문제는 기자와 언론 사주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사에서 얘기된 대로 스스로 자정능력이 없어보이기 때문입니다.
  • 용인에서 2007/09/14 [16:36] 수정 | 삭제
  • 매일 매일 문화일보 게재되는 광고목록을 알려주는 페이지 만들어 주세요.
    걍 독자들이 알아서 불매운동 벌일게요.

    주위에 문화일보 보는 사람이 없어 모르겠습니다.
    이참에 더러운 음란물을 없애야 되요.
    그냥 앉아서 항의만 하면 뭐합니까?
    집요하고 구체적이고 효율적으로 합시다.
  • 참을수가없어 2007/09/14 [11:39] 수정 | 삭제
  • 울고 싶었다.
    망할 언론.
  • 설원 2007/09/14 [06:56] 수정 | 삭제
  • 우리는 지난 몇 달을 신정아씨의 사건으로 몹씨 식상하다. 학력위조로 시작된 신정아씨의 사건이 아직까지 언론의 입에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 물론 잘못된 부분은 고쳐져야 한다. 의혹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것은 법의 태두리안에서법조계에서 밝혀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신정아싸의 사건은 이제 언론들이 청와대에 연루되어 신정아씨를 그냥 놓아두어서는 안된다는 논리이다. 이제는 더 이상 이 나라에서 신정아씨가 살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보다 더한 성추행 국회의원 그리고 대선주자가 얼굴이 예쁜 여자보다 얼굴이 예쁘지 않은 여자가 서비스가 좋다고 하는 대형의 기사가 되어야 할 것은 취급도 하지 않으면서 몇 달간 신정아씨의 사건으로 매듭을 지으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모두다 언론이 만들어낸 이상한 말들이다. 언론은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바른소리, 바른 글씨를 쓰는 언론이 부재한 것 같다. 기사화되어야 할 것은 쉬쉬하고, 기사화되지 않아야 할 것은 퍼뜨리는 것 같다. 아무리 보아도 공평하지 못한 처사라는 것은 누가보아도 뻔하다.
    언론이 왜 이렇게 되었는가? 여론을 호도하여 공룡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언론이 공룡이 되다보니 먹잇감이 나타나기만 하면 긍휼이라는 것은 없다. 일단 잡아먹고 보아야 한다. 이시대에 정말 바른 언론이 못내 그립다. 국민을 살리고, 개인을 살리며, 나라를 살리는 바른 언론은 백년하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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