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님, 집사람…호칭은 불편해
관습보다는 존중을 담은 용어 찾아쓰자
조이승미 | 입력 : 2007/10/23 [01:40]
“‘서방님’이란 호칭을 써야 하는 것이 불편해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다가 ‘서방님’이라고 말하면, 난 남편의 남동생을 지칭한 건데, 듣는 이가 ‘남편’이냐고 확인해 올 땐 더욱 그렇죠. 그럴 땐, 어린 시절 어머니가 숙부에게 ‘서방님’이라 부르던 모습에 의아해하던 게 생각나 씁쓸해요.” (결혼 7년 차 여성 A씨, 33살)
“시아버지 막내 동생에게 7살 난 딸이 있는데, 그 딸을 ‘아가씨’라고 불러야 하는 것인지 난감해 하고 있는 중입니다. 게다가 남편 집 식구가 많기도 해서, 복잡한 호칭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에요. 틀리면 뭐라 책잡힐까 긴장하게 되죠.” (결혼한 지 1년이 채 안된 여성 B씨, 32살)
“전남편의 어머니는 연로하신 편이었는데, 안마를 원하실 땐 ‘며늘 아가~’라고 부르셨어요. 그러나 역정이 나셨을 땐 소리를 치며 ‘얘!’라고 불러 깜짝 놀랐죠. 그러니까, 결혼 생활 당시 남편의 어머니가 날 부르는 호칭을 듣고 구별해서 안색을 살펴야 했던 거예요. 하지만 남편의 경우엔 우리 어머니에게 그렇게 할 일이 별로 없었죠.” (이혼 후 5년이 지난 여성 C씨, 32살)
가족과 친족 관계에서 호칭으로 인해 여성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 열거하기도 힘든 복잡한 친족 관계 호칭도 어려운데, 남편 집안의 서열(항렬)에 따라 존칭까지 넣어 말하려면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라고 한다.
집사람, 바깥양반 vs. ‘배우자’
또한 많은 여성들이 가족과 친족 관계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말씨에서, 자신이 불평등한 입장에 놓여 있다고 느끼고 있다.
요즘은 결혼한 남녀가 양가 부모에게 모두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도 처가 부모에게는 “장모님”, “장인어른’이라고 부르는 남성들이 많다.
또, 각 배우자의 동생에 대해 여성이 “아가씨’, “도련님”으로 불러야 하는 데 비해, 남성은 “처제”, “처남”이라고 부르는 것도 평등한 호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배우자 관계에서 여성 쪽만 일방적으로 존칭을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호칭에 부여된 고정된 성별 역할 또한 문제다. 최근 한국여성민우회가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결혼한 남성의 52%가 배우자를 “집사람”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집사람’은 그 호칭에서 이미 여성을 집 안에 있는 존재로 간주하고, ‘가사노동=여성’이라는 고정관념을 반영하고 있다.
민우회는 위계와 관습, 성역할 관념에서 벗어난 호칭문화를 일궈가자며, ‘집사람’이나 ‘바깥양반’ 대신 ‘배우자’ 호칭을 제안하고 있다. ‘배우자’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어 중립적일 수 있다는 것. 또한 ‘누구 엄마’, ‘누구 아빠’ 등의 호칭보다 서로를 개인으로 드러내고 “동등한” 파트너임을 알릴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민우회는 “서로를 어떻게 부르고 부를 것인가가,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여성에 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합의’를 통하여 존중을 담은 호칭을 찾아내 쓰자”고 권한다. 관습보다 “존중과 평등”을 담는 호칭 문화를 뿌리내리려는 시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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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은아 2008/04/19 [18:18] 수정 | 삭제
- 말코비치 2008/03/07 [02:56] 수정 | 삭제
- 나도 한마디 2007/10/27 [21:15] 수정 | 삭제
- 쉬엄쉬엄 2007/10/26 [13:45] 수정 | 삭제
- 하류 2007/10/24 [18:43] 수정 | 삭제
- litmus 2007/10/23 [12:46] 수정 | 삭제
- 유오가현 2007/10/23 [12:00]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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