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한국군 파병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박물관 WAM에서
조이여울 | 입력 : 2008/01/11 [05:19]
“일본에는 평화박물관들이 여러 곳 있지만, 전쟁의 가해국으로서 성찰을 이야기하는 곳은 드뭅니다. 그런 곳이 있다면 규모가 작은 곳이죠. 보통 (평화박물관은) 히로시마 원폭 피해에 대해서부터 살펴봅니다.”
작년 4월, 도쿄에 위치한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박물관 WAM’에서 만난 와따나베 미나 사무국장은 전쟁의 잔혹함을 기억하고 경고하며 평화에 대한 인식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방법은 원폭 투하처럼 전쟁으로 인해 겪은 피해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국 국민으로서 피해국의 상황에 대해 정보를 전달하고 지금의 시점에서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 성찰하는 것이다.
WAM에서 만난 또 한 명의 여성은 미야지마 요시코(63)씨로, 일주일에 두 번씩 자원활동을 나와서 박물관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이 곳에 전시된 자료들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작은 방에는 동티모르에 대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동티모르는 1942부터 1945년까지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 이 곳에는 일본군 주둔 당시 있었던 군인의 증언내용 등이 소개되어 있었다.
그런데 요시코씨는 전쟁과 침략의 역사보다도 먼저, 동티모르 지도를 보여주며 이 곳의 역사와 전통, 현재 주민들의 생활에 대해 설명해줬다. 일본의 전쟁범죄로 인한 피해국가의 상황에 대해, 그 역사와 전통과 현재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까지 관심을 갖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쟁,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는가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박물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본군 성노예 징집제도’의 피해자인 아시아 각국 여성들의 사진과 이야기들이다. 본인의 동의를 거쳐 전시한 것이다.
“여기, 일본인 여성도 있네요?” 라고 말하자, 미야지마 요시코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본여성들 중에도 피해자가 있지만, 그 여성들은 성매매 여성이었다는 이유로 피해자라고 인식되지 못해서 스스로도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물관의 한 쪽 편에는 일본의 역사교과서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보수적인 역사교과서가 많이 사용되고 있고 일본정부와 마찬가지로 “(일본군 성노예 징집의)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우려했다.
지금도 일본 정부는 작년 한 해 세계 각국 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본군 성노예 징집제도’의 피해자인 할머니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인 2007년의 마지막 수요집회(793차)는, 한해 돌아가신 13분의 할머니들을 위한 추모회로 진행됐었다.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다른 한편으로 전쟁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후대에 이 역사적 사실이 기록되고 기억되기를 바라고 계신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무엇에 분노하며,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일본의 전쟁범죄를 기록하고 성찰하면서 국경을 넘어 여성들의 평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교육하는 WAM 공간에서, 베트남전 참전의 역사에 대해 돌아보지 않고서, 현재에도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가담하여 전쟁을 겪는 이들의 고통과 갈등을 뒤로한 채 ‘국익’만을 계산하고 있는 한국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통역 지원: 조이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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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로로 2008/01/13 [14:57]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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