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속 깊은 이야기

[이희연이 만난 장애여성] 연재를 시작하며

이희연 | 기사입력 2008/02/24 [23:21]

그녀들의 속 깊은 이야기

[이희연이 만난 장애여성] 연재를 시작하며

이희연 | 입력 : 2008/02/24 [23:21]
장애여성, 나를 보는 시선들 

첫 번째 시선. 사람들 속으로 내가 걸어가고 있다. 남들과 같지만 조금 다른 걸음으로, 그런데 하나 둘 나를 보는 시선이 늘어간다. 그 시선은 재빨리 내 모습을 훑고 지나간다. 그 속엔 참 다양한 의미가 들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시선. 어렸을 적, 나는 동네아이들에게 신기한 존재였다, 말도 어눌하고, 다른 아이들처럼 뛰지도 못하고, 고무줄 놀이도 못했다. 그래도 친구랑 놀고 싶어 무리를 해서 뛰기라도 하면 영락없이 무릎에 피가 나도록 넘어졌고, 친구들은 그런 날 보고 깔깔거리고 놀렸다. 그때 누군가 “애들아 저 애는 우리랑 단지 몸이 다른 것 뿐이야” 라고 일깨워주었다면, 어린 시절 나를 너무 힘들게 했던 아이들의 놀림은 좀 덜하지 않았을까?

세 번째 시선. 휠체어를 탄 친구와 길을 가고 있다. 웬 아저씨 한 분이 다가오면서 친절한 말투로 이야기한다. “아이구 어떻게 둘이 나왔어? 어디가? 얼굴은 이쁘게 생겨서…. 불쌍해서 어쩌노.” 그러면서 아차 하는 틈에 친구의 손에 쥐어준 천 원짜리 한 장. 서른도 넘은 여자 둘에게 이게 무슨 대우일까? 이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네 번째 시선. 나와 가까운 언니는 신장이 좋지 않아 장애판정을 받은 지 오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위험한 장애이다. 호흡이 어려울 만큼 몸이 힘들 때에도 지하철 노약자석에는 앉지 못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불편이 없기에,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받게 되는 차가운 눈빛과 험한 말들을 감당내기 어렵다. 힘든 일을 못하니 일반 직장은 엄두도 못 낸다. 조금만 무리해도 당장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몸이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 한 달에 한번 가는 병원비와 평생 먹을 약값이 언니 수입의 절반을 차지한다. 사람들이 이런 사정을 알까 싶다.

나를 비롯한 장애여성들이 정말 많이 겪고 있는, 아주 일상적인 경험들이다. 장애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조금 부담스럽고 억울하기까지 한 이런 경험들이 매일매일 발생하고 있다. 가까운 거리를 계단을 이용할 수 없어 먼 길로 돌아가야 하고, 말이 어눌하다는 이유만으로 ‘모자란’ 사람 취급을 받는다. 비장애인들과 생활하는 속도가 조금 다르다는 것 때문에 낙오자처럼 대우 받는 일은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라면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한 이미지는 아직도 굉장히 순종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다. 또 보호자의 도움이 없이는 생활이 힘들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저런 에피소드들이 일어나곤 한다. 단지 겉모습이 다르고, 행동이 다를 뿐인데 ‘비정상’ 낙인을 찍어놓고 불쌍하다고, 꼭 극복하라고,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장애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그리고 삶도 다 다르다!”라고.

다양한 몸, 다양한 인생

이 세상엔 얼굴이 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일란성 쌍둥이라도 어느 한군데는 다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의 얼굴만큼이나 삶의 방식도 다르다.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다르고, 누구를 만나는지도 다르다. 사는 곳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며, 문화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러 가지 ‘다름’ 중에서 이제부터 이야기할 것은 ‘장애의 다름’이다. 장애라는 것은 비장애인이 생각하기 참 낯선 것이 아닐까 싶다. 흔히 이야기하는 몸이 다른 사람들, 그래서 남들과는 좀더 다른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사회는 획일적인 시선으로 장애인들을 대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기 떄문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도 다양해질 수 없었던 것 같다. 장애인, 특히 장애여성의 대표적 이미지라고 하면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클라라, 혹은 헬렌 켈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천사 같은 이미지이던지, 아니면 인간극장의 감동스토리를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그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 장애여성들에게는 더욱 더 냉혹한 시선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장애인 당사자가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 수는 214만 명(2005년 6월 기준)이다. 장애의 종류도 생각보다 많다. 아주 크게 구분한다면, 외부신체 기능장애와 내부기관 장애, 정신적 장애로 나눌 수 있다. 외부신체 기능장애는 지체, 뇌병변, 시각, 청각, 언어, 안면으로 구분되고, 내부기관 장애는 심장, 신장, 간, 호흡기, 장루, 요루 간질 장애로 구분된다. 정신적 장애는 정신지체, 정신장애, 발달장애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사람마다 장애가 다른 형태를 지니는 경우가 많고, 중복장애도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장애에 따라 필요로 하는 지원도 다르다. 지체장애의 경우엔 이동할 때마다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계단이나 둔턱을 대신할 엘리베이터와 경사로, 혹은 활동보조인의 지원이 필요하다. 청각장애인은 수화통역이 절실하고, 내부장애의 경우 자신이 활동할 수 있을 만큼의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같은 뇌성마비라도 너무 다른 장애 정도를 나타낸다. 걸을 수 있고 말도 잘하지만 팔이 불편한 경우도 있고, 휠체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장애가 있다.

골형성부전증 같은 경우 뼈가 약해 대부분 체구가 작으며, 사춘기 이전에는 작은 충격으로도 골절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척 조심스럽게 생활해야 한다. 뇌성마비를 지닌 나의 경우는 다른 활동엔 별로 지장이 없지만 언어장애 때문에 매번 고생하곤 한다.

이해를 위한 만남의 시작

이렇게 많은 장애의 형태가 있고, 그에 따라 지원이 필요한 부분도 다르다.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보여주는 일관된 시선들과 획일화된 지원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다. 장애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더 많이 드러내고, 이해를 한다면 좀더 변화할 수 있을까?

장애여성들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사랑하며 삶을 꾸려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앞으로 이 지면을 빌어 좀더 많은 유형의 장애를 지닌 여성들을 만나려 한다. 다양한 장애여성들을 만나며, 그 다양함 속에서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장애에 대한 이해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장애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좀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게 될 것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 토니 2008/02/27 [01:11] 수정 | 삭제
  • 저도 무척 기대되네요 .
    그녀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 독자 2008/02/26 [02:07] 수정 | 삭제
  • 기대됩니다. 살아 숨쉬는 장애여성들의 진짜 삶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가툰
메인사진
진짜 내 것이 되기까지(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