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그 자리에 있지만 보이지 않을 뿐이야

성폭력피해 지적장애여성 7인의 사진전

이희연 | 기사입력 2008/07/28 [16:47]

‘낮달’, 그 자리에 있지만 보이지 않을 뿐이야

성폭력피해 지적장애여성 7인의 사진전

이희연 | 입력 : 2008/07/28 [16:47]
장애여성들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듯, 잘 나타나지 않는다. 달이 스스로의 주기에 따라 움직일 뿐 그 자리에 있어도 우리 눈에는 낮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장애여성들의 존재가 ‘낮달’이라는 단어로 비유된다.
 
▲  <낮달,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을 뿐이야> 사진전   ©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주최

지난 주말 광진구에 위치한 나루아트센터 전시실에는 ‘낮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사진전 하나가 열렸다. “낮달,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을 뿐이야” 라는 제목의 이 사진전은 지적장애여성들의 사진으로 꾸며졌다.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에서 1월부터 꾸려온 지적장애여성 자조모임 ‘일곱 빛깔 무지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사진워크숍과 제주도캠프가 사진전이 열릴 수 있는 배경이 됐다.
 
▲  자두 作  <무제>
지적장애여성 자조모임은 성폭력 피해경험을 지닌 지적장애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치유하고 서로 공감하며 지지해주기 위해 꾸려졌다.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들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임을 말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더군다나 지적장애여성들이 내는 목소리는 귀담아 듣는 이들도 드물다. 지적장애여성들의 경우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 같은 존재, 또는 ‘다가가기 힘들고 우울한’ 존재, 그래서 ‘항상 있으나 낯선 존재’로 인식되고 낙인 찍힌다.
 
이런 배경을 떠올리니 이 전시회가 더욱 특별한 것일까. 전시회를 연 이들의 사진에는 그들만의 무지개 빛 개성이 담겨있는 듯했다. 이들이 바라보는 거리와 바다와 사물들에도 그들의 색깔이 입혀진다. 똑같은 거리, 똑같은 하늘, 똑같은 그림자를 바라보는 각각의 시선, 그것을 한 컷 카메라에 옮긴 사람들의 마음이 모인 60여 점의 사진들은 보는 사람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공감대를 형성한다. 

▲  사과 作 <무제>
그동안 사회에서 이해되지 못하고 소통되지 못했던 지적장애여성들의 이야기들에 시선을 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다. 일상 속의 따뜻함이 베어 나오는 작품들. 작품 속에서 하늘과 바다는 그 푸른빛을 더욱 깊이 간직했으며, 꽃은 금방 피어난 듯 보였고, 그림자는 빛나는 듯했다. 촬영한 여성들이 그만큼 따뜻한 감수성을 가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작가 소개를 보면, 개성이 무척 잘 나타나 있다. 직접 썼다고 하는 소개 글들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사진을 찍는 즐거움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하는 모습만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유쾌한 기분으로 사진 작품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제목만큼이나 의미심장한 전시회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졌고, 관람객 또한 화기애애한 시선으로 작품을 둘러보는 분위기였다. 이 전시의 의도를 알고 찾아온 관람객들도 있었지만,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오가다 전시제목을 보고 들어오는 경우도 많았다는 스텝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진에 대한 반응들도 모두들 놀랄 정도로 굉장히 좋았다고 한다. ‘낮달’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에게, 이 사진들이 지적장애여성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 이 기사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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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랑랑 2008/07/29 [09:20] 수정 | 삭제
  • 쟉품사진이 멋지네요.

    낮달이라는 말도 의미가 잘 전달되고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