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인과 남성노인, 자주 가는 공간도 달라

성별 특성 고려해 노인정책과 예산 수립해야

박희정 | 기사입력 2008/09/18 [17:50]

여성노인과 남성노인, 자주 가는 공간도 달라

성별 특성 고려해 노인정책과 예산 수립해야

박희정 | 입력 : 2008/09/18 [17:50]
노인인구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충분하지 않다.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우려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인정책을 새롭게 수립하고 예산을 증액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과 적절성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많다.
 
특히 여성노인과 남성노인의 성별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노인’을 단일한 집단으로 간주한 채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점에 대해, 정책담당자들의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예산센터가 공동 주최한 ‘여성단체의 눈으로 본 지역예산’ 포럼에서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일자리 지원사업, 노인여성의 특성 고려해야
 
▲ 하이서울 2004 실버취업박람회장 모습
춘천여성민우회 김지숙 활동가는 춘천시 노인일자리 지원사업을 분석한 결과를 이야기했다. 노인일자리를 공익형, 교육형, 인력파견형, 복지형, 시장형으로 구분했을 때, 여성노인들은 육체노동 중심의 ‘복지형’과 ‘시장형’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70세 이상의 여성노인의 비율이 남성노인에 비해 높은 반면, 일자리 참여자의 경우엔 반대로 남성노인이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는 “여성노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대부분 육체노동”이고, “만성질환에 대한 의료적 요구가 많은 여성들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지숙씨는 이것이 성차별적인 환경의 결과라고 말했다. 유교문화 안에서 교육과 경제활동 참여 면에서 배제되어온 여성노인들은 “노동의 경험도 다양하지 않고 경력요건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경제적 능력 약화와 함께 노후생활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며 질병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인정책은 입안과정에서부터 이러한 성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노인여성과 노인남성을 분리한 성별 통계도 이루어지지 않아서 정확한 영향평가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노인복지예산에 ‘할아버지 사회봉사료’?
 
노인여성과 노인남성은 자주 이용하는 공간에서도 차이를 드러냈다.
 
동북여성민우회 오승현 사무국장은 도봉구에 거주하는 노인여성 2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해 ‘자주 가는 공공시설’을 중복 체크하게 한 결과를 발표했다. 놀랍게도 총 답변한 52곳 중 노인정이나 경로당은 4개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놀이터나 공원에 간다고 한 답변은 16개로 가장 많은 수로 나왔다.
 
여성노인들은 경로당에 대해 ‘70~80대가 가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노인들이기 때문에 ‘불편해서 가지 않게 된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놀이터와 공원은 ‘가깝고 열린 공간’이라는 이유로 선호도가 컸다고 한다.
 
오승현 사무국장은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노인시설에 대한 성별에 따른 이용현황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경로당 이외의 시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과 예산 배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도봉구의 경우 노인예산 중에 ‘노인지역 봉사활동’ 사업으로 ‘할아버지 사회봉사료’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사회복지과의 주요업무 계획에 의하면, 이 사업은 원래 “노인복지법 제 4조 ‘노인 복지보건에 대한 시책’에 의한 것으로 남녀구별 없이 40주 동안 주 2회 5천원씩 130명에게 지급되는 예산”이다.
 
오 사무국장은 이러한 행정적 차별은 “기존의 사회활동이 남성위주로 되어 왔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한 이유 없이 특정 성으로 국한시켜 예산을 배정한 것은 시정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 기사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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