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10년 “원점에 서서 돌아보자”

열 돌 맞은 대안교육전문지 <민들레>

조이여울 | 기사입력 2009/03/26 [06:04]

대안교육 10년 “원점에 서서 돌아보자”

열 돌 맞은 대안교육전문지 <민들레>

조이여울 | 입력 : 2009/03/26 [06:04]
‘한국사회의 전체주의에 도전하고 틈새를 내는 시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13일 마포구청 강당에서 열린 "민들레 10주년 잔치" 부스  © 일다
올해 초 <일다>가 주최한 “변화의 길을 만드는 여성들” 강좌에서, 김경옥 <민들레> 편집주간은 ‘전체주의 교육에 저항하는 운동’으로서 대안교육운동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안교육전문지 <민들레>(mindle.org)는 1999년 1월 우리 사회에 대안교육운동이 싹을 틔우던 시기에 창간한 격월간 잡지로, 올해 열 돌을 맞았다.
 
누구에게는 “잃어버린 10년”이겠지만, 그 10년 동안 한국사회에선 전체주의 문화와 틀에 박힌 교육시스템을 벗어나, 다른 꿈을 꾸고 대안을 찾아 샛길을 만드는 시도가 계속해서 이루어졌다. 이 실천과 시행착오의 역사를 함께해온 매체라는 점에서, 우리는 <민들레>에 주목하게 된다.
 
대안교육운동 10년 역사와 함께 성장한 매체
 
<민들레>는 10년 전 창간사에서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을 표방하며, ‘교육 곧 학교’라는 고정관념이 아닌 ‘삶이 곧 배움’이 되는 새로운 교육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만들어진 <민들레>는 대안교육운동의 흐름을 꾸준히 담아왔다. 대안학교 개소, 행사소식을 알리는 장이기도 했고, 대안교육의 이슈와 논쟁을 소개하는 정보통이기도 했다.
 
축적된 정보와 노하우를 통해 <대안학교 길라잡이>(민들레편집실), <홈스쿨링을 만나다>(서덕희) 등의 단행본도 펴냈다. 그리고 이제 열 살이 된 <민들레>는 ‘탈학교 1세대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60호)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좁은 단칸방에서 시작한 공간에는 어느덧 십대들이 모여들어 나름의 공동체를 만들고, 교사와 부모들이 대안교육을 주제로 토론하고 연대하는 곳으로 성장했다. 몇몇 지역에서는 <민들레> 읽기모임도 열리고 있다.
 
대안교육운동을 표방하고 있지만, 비단 대안교육의 장에 들어선 사람들을 위한 잡지가 아니다. 공교육이든 대안교육이든 평생교육이든, ‘삶이 곧 배움’이 되는 교육문화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민들레>가 전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가장 최근 나온 61호를 살펴보면 “부성과 모성을 넘어서”(정수진) 부모의 윤리를 이야기하는 글과, ‘아이가 대학 간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는 귀농인(이명학)의 글이 눈에 띈다. 자신의 다니는 대안학교의 “명물”인 친구 ‘단무지’를 소개하는 학생(최현규)도 있고, ‘먼저 놀아본 언니’가 10대들과 만나 세대교감 한 이야기도 실려있다.
 
IQ에 대한 오해(“머리가 나쁘다는 판단의 함정”)를 지적한 조영은씨의 글이나, “쩐모양처 시대”를 비판한 제윤경씨의 글은 다음 연재가 기다려지는 칼럼들이다.
 
일제고사 보는 대안학교? ‘원점으로 돌아가자’
 
▲ 일제고사를 풍자한 <민들레> 61호 표지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10년을 살아남은 <민들레>는, 매체와 대안교육운동의 성장을 축하하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깊이 성찰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대안교육운동진영에선 비인가 대안학교가 각종학교로 법제화되는 길이 열림으로써 ‘대안학교의 제도화’가 가져올 명암에 대해 몇 년 전부터 논란이 일었다. ‘대안학교’는 10년 전, 5년 전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부쩍 익숙해진 용어가 되었지만, 한편에선 대안학교의 양극화와 귀족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커지고 있다.
 
<민들레> 60호에 실린 “대안학교, 이러다 사립학교 될라”(김희동 꽃피는학교 교장) 글을 통해서도 이러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핵심이 되는 쟁점은 ‘일제고사의 부활’이다. 1등부터 꼴찌까지 학생들을 줄 세우고, 학교의 서열을 매기는 일제고사는 대안교육 이념과는 정반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안학교라고 알려진 특성화학교에서도 거의 대부분 일제고사를 받아들였다.
 
김경옥 <민들레> 편집주간은 대안학교의 이념과 목표는 학교마다 다양할 수 있지만, 양보할 수 없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면 “입시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교육을 하지 않는 원칙과 일제고사의 논리는 공존할 수 없는데, 일제고사를 수용한 학교가 “과연 대안학교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발행인인 현병호씨도 61호를 펴내면서 “대안학교의 대안성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 원점으로 돌아가서 함께 생각해볼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점점 더 보수화되는 시대흐름 속에서, <민들레>는 대안교육의 궁극 과제가 “아이들을 세상에 맞추지 않고도 제 길을 찾을 수 있게 돕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다. 또한 공교육 안에서 대안을 찾는 이들과 대안교육진영이 서로 연대해 “낭만적인 교육운동이 아니라 현실적인 교육운동으로” 나아가자고 독려하며, 그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kiwi 2009/03/27 [22:01] 수정 | 삭제
  • 인가를 받아도 대안학교로서 초심은 잃지 않겠다던 것은 지켜지기 어려운,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을까요. 일제고사에 대한 일제 수용은 씁쓸한 현실이네요.

    민들레, 오래 구독하지는 못했지만 성실한 잡지라는 점에서 훌륭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대안교육을 꿈꾸는 사람들, 대안학교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이념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섬세하게, 실천해나간 10년과 그렇지 않은 10년은 아마 아주 길이 달라져있겠지요.

    "지금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발밑에 있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