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는 한국여성민우회와 함께 식당여성노동자의 노동현실을 돌아보는 기획기사를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현재 민우회에서는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만들기 프로젝트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필자 나우님은 민우회 활동가로 이 프로젝트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식당여성노동자는 고객을 직접 대면하기 때문에 임금 등 ‘고용조건’외에, 고객에 의해 구성되는 ‘노동 환경’에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여성연구소의 ‘소규모 서비스업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에 따르면 소규모 서비스업종에 종사중인 여성노동자들은 손님으로부터 비인격적인 대우나 폭행, 성희롱을 가장 많이 겪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어 업주, 동료의 순이었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1/4이상(25.7%)이 손님으로부터 ‘반말, 욕설 등 비인격적 대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쾌한 성적 농담’(14.9%), ‘술마시기’/술따르기강요’(12.6%), ‘불쾌한 신체적 접촉’(9.3%) 등 성희롱을 경험한 비율도 높았다. ‘폭행’ 을 당했다는 응답도 13.1%나 되었다. 고객은 항상 옳다?
작년 한해, 공공운수연맹․공공노조․운수노조 여성위원회에서 서비스여성노동자들의 고객성희롱을 개선하기 위한 인식개선캠페인의 일환으로 고객들이 볼 수 있는 업장 내에 성희롱에 대한 정의와 예시 등을 담아 포스터를 게시하는 활동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고객은 왕’이라는 서비스자본의 인식은 ‘고객을 불편하게 하는’ 포스터 게시를 허락하지 않아, 게시 자체가 투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비스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비스직 노동자에게 무한 친절을 강요하는 감정노동만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서비스직 노동자들은 자기비하와 우울증, 높은 이직율과 같은 개인적 또는 직무관련 부작용으로 고통 받고 있다. 서비스기업들의 특성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는 식당 역시, 식당여성노동자에게 점점 더 강도 높은 감정노동과 서비스영역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친절한 서비스직원을 추천하게끔 하여 식당노동자로 하여금 감정노동을 더욱 강화시키도록 하는 곳도 많다. 그러나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최우선 되는 업무의 특성 때문에 부당한 고객의 태도나 행동에 대해서 ‘참기’를 강요당하거나, 무시되는 경우가 많아 식당여성노동자가 고객으로부터 받는 부당함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비인격적인 대우와 폭언, 성희롱, 그리고 자존감의 추락 “손님들이 우리를 너무 밑으로 생각한단 말이야. 집에 가면 아이들의 엄마고 아이들의 할머니가 될수도 있고… 열심히 사는 죄밖에 없는데, 사회에서 무시를 당한단말이지. ‘야야’ 그러고 ‘어이 X발’ 이러고… 여기도 엄연한 규칙이 있고 질서가 있는데 질서를 지켜달라고 하면 우리한테 돌아오는 게 욕이야. 상스러운 소리… 이유 없이 욕먹는 거지. 일해주고, 먹을 거 대주고… 그 사람들은 돈 내고 먹는 거지만 욕할 이유는 없는 거지. 그리고 어떤 손님들은 술주정 하면서 ‘내말이 말 같지 않냐’ 이러면서 막 욕을 한단 말이지.”
경상도의 식당에서 일하는 한 식당여성노동자는, 24시간 운영되는 식당에서 일을 하다가 새벽에 술 취한 손님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그냥 조용히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식당여성노동자는 ‘손님이 자신을 부르는 척 하면서, 종아리를 조물조물하여 너무 화가 나는데 이게 성희롱인가’를 묻기도 했다. 그리고 식당에 자주 오는 고객이 전화번호를 알아내 지속적으로 언어적 성희롱을 하는 상황 속에서 신고를 하게 되면 보복할까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상담도 접수되었다. 이렇게 식당에서 고객에 의한 성희롱이 빈번하게 발생된다는 사실은 민우회의 상담과 여러 연구조사를 통해서 드러난다. 고객성희롱에 대한 식당여성노동자들의 광범위한 노출은 평등하고 안전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인격권과 평등권, 노동권을 침해한다. 그런데 식당의 경우 사업장의 규모와 영세성이 이유가 되어, 이에 대한 예방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그러나 성희롱으로 인해, 불안전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식당여성노동자의 현실이 반복, 확장되고 있는 지금 이를 계속적으로 방치한다면 식당여성노동자는 끊임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식당여성노동자의 이름, ‘여기요, 아줌마, 이모’ 호칭은 개인의 존재의 의미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르고 불리는 양자의 관계를 형성한다. 또한 호칭이 직업의 범주에 있을 때는 노동의 내용과 형태를 담는 역할까지 포함한다. 그래서 직업명이 그 사람에 대한 지칭까지 포함하게 된다. 회사원, 교사, 군인, 승무원, 주방장, 택시기사, 공무원 등 대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서비스여성노동자들 대부분이 그렇듯, 식당여성노동자 역시 사업장 내에서 손님들에게 불리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의 직업을 소개할 때 설명할 호칭이 없다.
또다른 한 식당노동자는 ‘손님들이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면서 “이름을 찾아줌으로써 자신이 존중받는 느낌도 들고 긍지와 책임감을 느껴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전 가사서비스 노동자들 역시 가사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사회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파출부가 아니라 가정관리사라 불러"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업무에 대한 의미와 인정이 ‘적절한 호칭’을 통해 출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식당여성노동자에 대한 대안적 호칭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그 중요성은 이제부터라도 인식되어야 한다. 이에 더해, 호칭이 불리는 상황과 맥락, 호칭이 사용되는 상호간의 역학관계도 중요하다. 같은 ‘아가씨’, ‘아줌마’라도 맥락의 차이에 따라 누군가에는 불쾌할 수도, 존중받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식당여성노동자를 부르는 적절한 호칭의 발굴은 ‘식당노동’에 대한 존중과 인정을 확장하는 인식개선과 함께 되어야 실체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밥을 전하는 식당노동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한 식당여성노동자는 “우리는 여기 일하러 온 것이지, 술에 취한 손님들 말대꾸 해주고 상대해주러 오는 게 아니지 않냐”고 했다. 당연한 말이다. 밥하는 노동, 밥을 전하는 노동 모두 고객이 먹는 밥을 위한 노동이다. 그 밥을 전하는 식당여성노동자의 감정노동과 수고로움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밥을 위한 노동’외에 과잉된 친절을 너무나 당연시하거나, 그 외의 감정노동과 서비스노동을 기대하는 것은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식당여성노동자를 대하는 고객의 비인격적인 태도와 과도한 감정노동의 요구는 계속적으로 식당여성노동자의 불안전한 노동환경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식당노동자 관련기사목록
|
노동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