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낙태죄’ 실형선고 부당해"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규탄성명 발표

박희정 | 기사입력 2010/10/01 [20:12]

"잇따른 ‘낙태죄’ 실형선고 부당해"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규탄성명 발표

박희정 | 입력 : 2010/10/01 [20:12]

최근 들어 인공임신중절을 시술한 의사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례적인 처벌 강화가 인공임신중절 시술의 위축을 가져와 여성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임신중절’ 시술 의사에게 실형판결 잇따라
 
지난 9월 3일 울산지방법원은 인공임신중절을 시술한 의사에게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수원지방법원은 역시 인공임신중절 시술 혐의로 고발된 산부인과 의사와 사무장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는 그동안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기소 건수 자체가 적었고, 기소되더라도 선고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과 비교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올해 2월 프로라이프의사회가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한 의료기관 3곳을 고발했을 때에도 사무장이 구속 기소된 한 곳을 제외하고 각각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 무혐의 처리를 받았을 뿐이다.
 
또한 지난 5월에는 부산지방법원에서 임신 7주의 여성에게 인공임신중절을 시술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 대해서도 선고유예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관은 “낙태에 대한 처벌과 관련해 공권력의 처벌의지가 상대적으로 미약했던”사실에 비춰 “의사에 대한 처벌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선고유예의 이유를 밝혔다.
 
의사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울산지방법원의 김정민 재판관이 “태아의 생명은 사람의 생명과 마찬가지로 형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매우 중요한 법익”이라며 “형법의 비추어 피고인의 범행은 그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징역형 선고, 중절수술 위축시킬 것”
 
특히 9월 울산지방법원의 판결은 임신 10주의 ‘초기낙태’와 ‘10대여성의 낙태’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한 것이어서 판결이 던진 파장이 심상치 않다. ‘의학적으로 시술이 안전한’ 12주 미만의 인공임신중절은 이미 많은 국가에서 합법화되어 있으며, 10대 임신의 경우에도 현실적으로 양육의 어려움이 있어 사실상 임신중절 허용사유로 용인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 판결에 대해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는 29일 “여성의 결정권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판결이라며 규탄성명을 내고, 항소심에 적극 대응할 것을 천명하고 나섰다.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는 인공임신중절을 범죄화하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로서, 여성·노동·진보 단체들과 진보신당, 민주노동당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는 잇따른 “징역형 선고가 선례가 돼 올해 2~3월처럼 낙태 수술이 위축돼 낙태 수술비가 치솟고, 낙태를 필요로 하는 여성들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올해 2월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산부인과 고발 후, 산부인과의 임신중절 시술 기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상담전화가 여성단체에 빗발쳤다. 시술비용이 치솟았고, 비싼 수술비와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원정낙태’를 알아보는 여성들까지 나타났었다.
 
‘임신중절 허용’ 법 개정 움직임에 역행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는 특히 “여성운동이 여성의 요청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 산부인과의사회, 법무부 형사법개정특별심의위원회 등도 제한적이나마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의 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낙태가 불법화된 나라들이 합법화된 나라들보다 낙태율이 오히려 더 높”은 것에서도 드러나듯, “처벌이 결코 낙태를 줄일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이미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시대착오적인 판결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에 근거해 인공임신중절한 여성을 처벌하는 ‘낙태죄’ 폐지를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는 “출산은 여성의 삶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출산에 뒤따르는 책임을 감당할 당사자도 여성”이라는 점을 환기시키며 “자신의 삶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고 낙태를 결정한 여성을 범죄자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또한 앞으로 있을 항소심에 대한 구체적 대응을 준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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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가막힌다 2011/11/15 [16:09] 수정 | 삭제
  • 낙태가 죄??
    하다못해 여우도 한겨울 새끼를 낳으면 그해 먹이량을 봐서 물어죽일지
    키울지 결정한다는데..
    남자도 같이 처벌해라 여자만 처벌하지말고 남자랑 여자랑 5:5 비율로 똑같이
    말이 되는 법이냐.. 한국에서 여성은 도데체 애낳는 뭐 그런거야?
  • zz 2010/12/09 [02:08] 수정 | 삭제
  • 쉽게지우는것도문제지만 낙태법은다른한편에사람들은 죽으란말일수도있다.누가 아기이쁜거모르나 당장 사랑이먼저라눈이맞아앞뒤없이 생기아기로인해평생을아직은한국인지라짐아닌짐낳으면이쁘지만 키우며받는현실들이 좋은나라는 절대아니다. 천주교에서 막았다고하는데 나도천주교신자지만 모태신앙인 젊은 부부들아주많이 피임합니다.하면안되잖아여천주교법에따르면 그들부터단속을하던지 옛날처럼밥만주면 자라는것도아니고자라긴한다.상처받으며애들밥한끼주는거아까워싸우는정부가애마니낳라고낙태법을받아주고혜택은고작태어나출산장려금과보육료?그외 특별히없다지역마다조금씩금액만다르고순전히부모들어깨에짐만들어주는...불법낙태로인해나처럼힘들게 애셋키우는사람이피임기구넣을돈도아까워미루고니루다.덜커덕임이신됐는데4개월좀넘었다고170-200달랍니다.기가막혀돌아서면서도남는미련..왜..낳서키우는건더힘드니까.산부인과홈피들한번들어가보세요80%이상이낙태상담입니다그놈에법때문에갈곳을잃은사람들이찾으러다니는거죠.미혼모나어린학생들은애낳아입양하거나키우라고?피임기구도6-10만원드는데그돈이쉽나여?생각보다아깝습니다큰아기를어떻게없앨수있냐고요현실이힘들어봐요 어찌그리쉽게얘기합니까 오죽하면화장실에서애낳고도망가냐고요.정부는 일단살길은주고 막을건막아야지 무턱대고막아버리고법적으로걸리면벌금으로상처받은임산부에게또상처주고믿고해준병원에피해주고그리좋은나라아닌데떠날돈이없어서못떠나요절대로한번더생각해야할문제입니다.무턱대고낳라고하면안되요그럼피임하라고 산부인과가서다리올리고있는거쉬운거아닙니다.
  • ss 2010/10/04 [01:13] 수정 | 삭제
  • 그럼 나라에서 지원을 빵빵히 해주던가
    원해서 낳은애기도 이혼하면서 서로 떠미는 경우 많은데
    원치않는 애기낳아서 뭐 어쩌라는?
  • grace 2010/10/04 [00:05] 수정 | 삭제
  •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 한다면 꼭 자신을 위해 선택해야 했을 여린 그녀들은 선택없이 아이를 낳을 수 밖에 없을텐데.. 의사가 거부하면 어쩔 도리가 없으니 말입니다.
    저는 잘 몰라서 낙태를 찬성도 반대도 하지는 않지만 선택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와 권리에 속한 것이기에 개인을 존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의사도 정당한 절차와 합당한 이유가 있어서 시술한 것이라면 처벌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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