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1년, 일본은 지금

핵 없는 사회로, 재생에너지 추진은 멈출 수 없다

아카이시 치에코 | 기사입력 2012/03/03 [14:01]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1년, 일본은 지금

핵 없는 사회로, 재생에너지 추진은 멈출 수 없다

아카이시 치에코 | 입력 : 2012/03/03 [14:01]
2012년 3월 11일은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강진으로 쓰나미 피해와 함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일본의 여성언론 <페민>의 아카이시 치에코 전 편집장이 후쿠시마 핵사고 후 1년, 일본의 현재를 진단한 글을 보내왔습니다.
 
지역과 국경을 넘어 엄청난 환경재앙을 가져온 후쿠시마 핵사고는 전 세계에 핵발전소의 위험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경고는 한국사회에서 쉽게 잊히고 있는 듯합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후 1년, 일본 시민사회는 미래세대의 생명까지 담보한 희생을 가치 있게 만들 결단을 내릴 것을 일본정부와 국제사회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3월 11일이 또 다가온다. 일본의 동북 태평양연안을 덮친 거대 쓰나미와 그에 이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사망 1만 5,850명, 실종 3,287명, 가옥이 전파 혹은 반파된 세대가 37만, 피난민 약 40만 명이라는 대규모 재해. 너무나도 갑작스레 텔레비전에 비춰진 거대한 쓰나미의 영상은 보는 이들에게 영화처럼 느껴질 만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영상은 공포나 눈물을 이끌어낸다. 지난 일 년 간 많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정부는 ‘수습되었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원자로의 온도가 올라가는 등 결코 수습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방사능 피해는 일본 전역의 대부분, 혹은 북반구 전체를 뒤덮고 있다.
 
높은 방사선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후쿠시마 주민들
 
▲ 2011년 3월 21일,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는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     © 페민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는 다시 떠올려도 두렵기만 하다. 3월 12일 1호기의 수소폭발 후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었다. 그 대부분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태평양 위로 방출되었지만, 북서쪽으로 향한 방사성 물질은 바람 아래에 위치한 마을을 오염시켰다. 하지만, 정보는 그 지역까지 미치지 않았다.
 
그런 마을 중 하나인 이타테무라는 ‘마데마을’(마데는 수고와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 슬로라이프라는 의미-필자주)로 알려진 농축산업 중심의 마을로, 전원의 삶을 중시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에코타운을 만들고 나아가 여성인력의 활용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마을이었다. 하지만 방사능은 예외 없이 이 마을을 덮쳤고, 뒤늦게 4월이 되어서야 오염선량이 높다는 사실을 고지 받은 마을주민은 일부를 제외하고 전원 피난했다. 이 마을주민들은 지금 대부분 후쿠시마시를 중심으로 한 가설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후쿠시마현의 중심지역도 방사능 오염선량이 높다. 통칭 ‘중심지’로 불리는 이 지역에는 현청소재지인 후쿠시마시, 니혼마츠시, 고리야마시 등이 몰려있어 인구가 총 100만 명을 넘는다. 2월 24일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모니터링 포스트의 대기 중 방사선량을 보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서쪽 58킬로미터의 고리야마시 합동청사 앞이 시간당 0.63마이크로시버트, 북서쪽으로 68킬로미터의 후쿠시마시 현북부 보건복지사무소앞 주차장이 시간당 0.83마이크로시버트를 보이고 있다.

연간 피폭선량을 어림잡아 계산하면 외부피폭만도 각각 5밀리시버트, 7밀리시버트를 넘는다. 일반 시민의 피폭선량 한도 1밀리시버트를 크게 뛰어넘는다. 이 수치는 외부피폭만을 의미하므로 호흡이나 음식섭취에 의한 내부피폭까지 생각하면 수치는 더욱 높아진다.

 
후쿠시마시 등의 토지에서 측정되는 방사선량은 체르노빌 사고 후 피난구역이 선포된 지역의 방사선량과 같다. 더군다나 후쿠시마시 등에도 핫스팟(hot spot, 방사능 수치가 주변보다 특히 높은 지역)이 있다. 현청에서 1킬로 거리의 와타리지구는 시간당 2마이크로시버트를 넘는다. 연간 피폭선량은 20밀리시버트를 초과할 것이며, 이 선량은 원전노동자의 연간 허용 피폭량으로, 산재가 인정되는 선량이다.
 
정부는 현민 건강조사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그 조사표를 제출한 사람은 약 30%에도 못 미친다. 홀 바디 카운터(Whole Body Counter, 내부 피폭을 측정하는 전신 계수기-역자)로 피폭을 측정한 사람도 극소수다. 후쿠시마시 등지에서는 시민이 건강상담회를 열기 시작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방사능에 의한 건강피해를 특정할 수 없다.

‘감기에 잘 걸린다’ ‘코피가 잘 난다’고 걱정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방사능과의 인과관계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체르노빌 사고 후의 경우에서 보았듯 면역력 저하가 올 것이라는 점은 알고 있다. 갑상선암 등의 발병이 늘어나는 것은 3년 후, 4년 후의 일이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피난해도 지옥, 피난하지 않아도 지옥”
 
▲ 하야카와 유키오 군마대학 교수가 작성한 방사선 감염 지도 5차 정정판 (12월 9일 기준)  *출처: kipuka.blog70.fc2.com/blog-entry-445.html 
정부는 이 지역의 주민을 피난시키지 않았다. 왜일까. 시민들은 “100만 명이나 되는 주민을 피난시킬 곳이 없다” “후쿠시마현의 경제 중심지, 동북 물류 거점인 이 지역에 사는 주민을 피난시키면 일본경제를 유지할 수 없다”라는 추측들을 내놓고 있다. 결과적으로 많은 주민, 방사능에 민감한 어린이들이 오염지에 그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 ‘완만한 살인’이라고 할 만한 행위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 중에는 자발적 피난을 택한 경우도 많았다. 자발적 피난을 포함, 후쿠시마현 밖으로 피난한 사람은 62,080명을 넘는다(2월 16일, 부흥청 발표). 직업이 있는 사람들이 피난을 못 간 경우가 많다. 정직원이거나 맞벌이 중에는 피난자가 적게 나타난다. 전업주부나 비정규여성 중에는 직장에 다니는 남편을 남겨두고 모자(母子)피난을 한 사람이 많다. 일본의 강력한 성별 역할 분업이 일본 특유의 피난형태인 ‘모자피난’을 대량으로 야기한 것이다. 자발적 피난의 형태로 도쿄로 모자피난을 온 사람들이 공무원주택이나 도영주택, 임차주택의 제공받아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일부는 돌아가기도 했고, 또 후쿠시마 현에 남아있던 일부가 다시 피난을 나오기도 할 것이다.
 
재해지역으로부터 피난한 사람에게는 한 사람당 월 10만 엔(한화 약 137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자발적 피난자에게는 1회에 한해 8만 엔(어린이나 임부는 40만 엔)이 지급되었다. 보상은 사람들 사이에 분단을 낳는다. 피난해도 지옥, 피난하지 않아도 지옥. 그리고 그 사이의 분단, 보상금에 의한 분단.
 
후쿠시마 사람들의 고통은 한마디로 이야기할 수 없다. 피난처에서 인간관계도 없이 고립되어 생활하는 어려움도 있을 것이며, 피난하지 않은 채 여전히 높은 방사선량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일, 가족과의 생활, 학교, 친척/지역과의 관계를 생각해 머무르기로 선택한 것이다. 우리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정중히 귀를 기울이는 것밖에 할 수 없다.
 
또한 일본 전체로 오염이 퍼져 먹을거리가 오염되고 농부들은 타격을 받고, 어린이들은 먹을거리부터 노는 것까지 여러 제약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이고 싶다.
 
‘방사능 제염하겠다’는 일본 정부, 그러나…
 
핵발전소 사고 후 정부 정책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가 ‘제염(오염된 토지나 건물 등에서 방사능 물질 제거하는 것)’이다. 물받이나 배수로, 지붕 위 등 풀이 무성하고 흙이 있는 곳은 방사성 물질이 많이 모여 선량이 높다. 일본정부는 이를 제염하는 방침을 정했다. 고압세정기로 길이나 벽을 제염하고 지붕에 올라가 길이나 공원 풀을 제거하고 표면의 흙을 긁어냈다. 논밭에서도 표면의 비옥한 흙을 긁어냈다.
 
문제는 제염의 효과다. 후쿠시마현은 산간지대가 많은 지역이다. 제염에 의해 방사선량이 반으로 줄었다고 해도 삼림과 산간지역에서 떨어지는 낙엽이나 흙이 날아와 다시 오염된다.
 
나아가 제염하는 사람은 피폭된다. 또한, 제염은 지자체에서 업자에게 위탁되는 방식, 자원봉사자에 의한 방식, 지역에서 주민이 자발적으로 하는 방식 등 다양한데 이들에 대한 방호도 염려된다.
 
무엇보다 제염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한다. 해결은커녕 제염에 사용한 물은 바다로 흘러들어 바다에 핫스팟을 만들고, 물고기를 오염시키고 어업생활을 압박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재가동, 핵발전소 수출…험난한 ‘탈핵’의 길

 
▲ 2011년 11월 5일 'TWITNONUKES' 시위 모습.  트위터를 통해 모인 여성들이 '탈핵'을 외치며 도쿄 거리로 나섰다.    ©페민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 후, 일본이 탈핵으로 정책전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사람은 많다. 9월 19일의 ‘잘 가라 원전’ 집회에는 일본에서는 흔치 않게 6만 명이 넘게 참여했고, 탈핵 1000만 서명운동은 현재 4,193,872명(2월 17일 현재)을 넘었다. 방사능에 의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의 탈핵 의지가 약해졌다고 보기 어렵다. 올 1월의 탈핵 세계회의에는 행사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의 인원인 1만1500명이 참가해 가했다(서울시장의 메시지영상도 상영됐다).

 
하지만 독일이 실현했던 정책전환이 일본에서는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는다. 여론의 80% 이상이 탈핵에 찬성하지만, 탈핵을 내걸었던 간 나오코 전 총리의 퇴진 후 들어선 노다 정권이 경제계의 주장에 부화뇌동하면서 현재는 핵발전소 추진 세력이 다시 득세하고 있다. 또한 현재 일본은 베트남과 요르단에 핵발전소를 수출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후에 이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현재는 일본의 핵발전소 54기 중 2기만이 가동되고 있고 나머지는 정기점검 등으로 정지되어 있다. 홋카이도전력의 가시와라핵발전소 3호기가 정기점검을 위해 4월 하순에 가동을 중단할 때까지 다시 가동되는 핵발전소가 없다면, 일본의 모든 핵발전소는 멈춘 상태가 된다. 이 사태에 위기감을 느낀 전력업계 등은 정기점검 중인 핵발전소의 재가동을 위해 필사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의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한 채(현재 국회에서 사고조사위원회 개최 중), 간사이전력의 오이핵발전소(후쿠이현)에 대한 형식적인 스트레스 테스트 평가서를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의견청문회도 이를 합격으로 판단,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의로 이관했다. 또한 앞으로 지역의 합의를 얻고 총리와 경제산업성 장관 등 네 명의 판단으로 재가동을 결정하려고 움직이고 있다.
 
노후 핵발전소 가동은 ‘파멸을 위한 게임’ 될 것
 
핵발전소 사고 후 1년, 일본은 지금 큰 전환점에 서있다. 현재 정기점검 중인 핵발전소를 계속해서 가동정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핵발전 없이도 일본은 전력부족 사태를 맞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핵발전소 없는 사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지금 멈춰있는 핵발전소를 다시 움직이게 할 것인가.
 
노후한 핵발전소를 다시 가동하는 것은 지진 활동기에 들어선 일본으로서는 위험한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후쿠이현의 오이핵발전소에서 가혹한 사고가 일어난다면 비와호수가 오염되어 비와호수를 식수로 삼는 오사카 지역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은 헤아릴 수가 없으며, 또한 일본 전체가 방사능 오염을 입어 후쿠시마보다도 파멸적인 상황을 맞으리라.
 
큰 희생을 겪었고, 또한 미래의 생명까지 희생양으로 삼은 핵발전소 사고로부터 1년. 일본 시민사회에 던져진 질문은 크다. 일본의 결단은 세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세계가 핵발전과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핵을 사용해 거대한 플랜트를 건설할 것이 아니라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지역에 열려있는 재생에너지를 추진해나갔으면 한다.    [일본어 원문보기]

* 번역: 고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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